'무통주사까지 맞았는데...' 노메달에 고개 떨군 레슬링 김현우

by이석무 기자
2023.10.04 21:12:05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7kg급 1라운드 16강에서 한국 김현우가 이란 아민 카비야니네자드에게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레슬링 간판 김현우(34·삼성생명)가 선수 인생의 마지막 무대로 삼았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아쉽게 ‘노메달’로 마무리했다.

김현우는 4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7㎏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류루이에게 3-5로 패했다.

김현우는 초반 1피리어드 1분 41초를 남기고 반칙으로 한 점을 내준 뒤 파테르 상황에서 상대의 옆굴리기 기술을 연거푸 허용하며 4실점 해 0-5까지 끌려갔다. 이후 2피리어드에서 반격에 나서 3점을 만회했지만 더이상 추가점을 올리지 못하고 끝내 무릎을 꿇었다.

김현우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현우는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을 은퇴 무대로 삼았다. 하지만 불가리아에서 열린 올림픽 쿼터 대회 경기를 하루 앞두고 코로나19에 확진되는 바람에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김현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다시 훈련에 돌입했다. 하지만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아시안게임 역시 1년 연기되면서 그의 계획은 또다시 빗나갔다. 결혼까지 2022년 말로 미뤘던 그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심각하게 은퇴를 고민했던 김현우는 다시 마음을 고쳐잡고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계속된 불운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자신보다 10살 이상 어린 후배들을 꺾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런데 선발전 결승전에서 그만 문제가 생겼다. 박대건(제주도청)과 결승전 막판 갈비뼈를 다친 것, 경기는 이겼지만 극심한 고통이 그를 괴롭혔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이송된 김현우는 늑골막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부상은 완쾌되지 않았다. 항저우에 도착한 뒤에도 통증은 계속 이어졌다. 경기 당일까지도 고통이 떠나지 않자 무통주사까지 맞았다.

무통주사는 몸의 감각을 일시적으로 마취시키는 효과가 있다. 통증은 줄여주지만 감각도 무디게 만든다. 상대와 몸을 맞대고 모든 힘을 쏟아내야 하는 레슬링 선수에게는 최후의 수단이다.

결국 김현우는 1라운드 16강에서 자신보다 10살이 어린 이란의 아민 카비야니네자드을 상대로 3-9로 패했다. 초반에 3점을 먼저 땄지만 이후 일방적으로 기술을 당했다.

그래도 김현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패자부활전 1라운드에서 딜쇼드 오몽겔디예프(우즈베키스탄)를 6-3으로 누르며 동메달 결정전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류루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대회를 마쳤다.

김현우는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선발전 과정에서 늑골을 다쳐 파테르 방어 훈련을 거의 못 했고 오늘도 무통 주사를 맞고 경기에 나섰다”라며 “이겨내려고 노력했지만 경기 결과가 이렇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대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마지막 아시안게임인 만큼 후회 없이 뛰어보려고 했는데 아쉽다”며 “이 몸으로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쉬면서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