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엇갈린 평가, '수비도움 부족 vs 투수친화 수혜'

by정재호 기자
2014.12.04 15:18:36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류현진(27·LA다저스)의 2014시즌 성적을 바라보는 미국 내 분석이 사뭇 엇갈리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스포츠 라디오방송인 ‘WEEI’는 4일(한국시간) 협상에 관계된 소식통을 인용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 중 하나로 각광받는 좌완특급 존 레스터(30·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영입전에 뒤늦게 뛰어든 LA 다저스가 강한 관심을 표하며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한 기사를 통해 류현진에 대한 다소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다저스가 레스터를 원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잭 그레인키(31·다저스)의 ‘옵트아웃(계약서상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FA자격을 얻을 권리)’ 조항이고 둘째 레스터의 탁월한 포스트시즌(PS) 성적, 셋째 확실한 원투펀치를 제외한 뒤쪽 선발 로테이션의 불안감 등으로 요약된다.

앤드루 프리드먼(37) 다저스 운영사장이 판단할 때 몸값 인플레이션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는 최근 몇 년간의 FA시장 분위기상 그레인키가 내년시즌 뒤 옵트아웃 조항을 행사해 2012년 겨울 보장받았던 6년 1억4700만달러짜리 계약을 3년 만에 내팽개치고 FA 자격을 재취득할 가능성이 높다.

다저스로서는 이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올겨울 FA시장의 맥스 쉬어저(30·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레스터, 트레이드 시장의 콜 해멀스(31·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데이비드 프라이스(29·디트로이트) 등 쟁쟁한 에이스급 투수들 중 한명을 영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유니폼을 입은 존 레스터가 역투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중 특히 레스터가 눈에 들어오는 이유는 유독 큰 경기에 강한 그의 남다른 ‘포이즈(침착함)’에 있다.

2년 연속 PS 무대에서 고배를 마신 다저스 수뇌진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또 꾸준히 잘 던졌던 레스터가 적격이라고 결론 내렸을 공산이 크다.

레스터는 만 23세이던 2007년부터 PS 무대를 밟아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올해까지 총 9번의 시리즈를 경험했다. 5년간 PS 통산 성적이 ‘14경기(12선발) 6승4패 평균자책점(ERA) 2.57 84이닝 73탈삼진 이닝당주자허용(WHIP) 1.071’ 등으로 뛰어나다.

이는 PS에서 ‘11경기(구원 3회) 1승5패 ERA 5.12’로 부진한 클레이튼 커쇼(26·다저스)와 크게 대비된다.

마지막은 선발 로테이션 뒤쪽에 대한 고민이다. 선발 다섯 자리 중 하나가 비어있는 데다 류현진은 최고급의 3선발투수임에 분명하지만 올해 당한 2차례의 어깨부상으로 100% 신뢰를 보내기가 어렵다는 진단들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뉴욕의 경제 전문매체인 ‘월스트리트 치트 시트’는 지난 11월말 다저스의 선발보강 당위성을 주장하며 “류현진은 스스로의 순수한 능력만으로 크고 지배적인 좌완투수지만 부상으로 점철(왼쪽 어깨염증부상 2회, 엉덩이부상 1회 등)된 2014시즌 이후 그의 건강에 의심을 가져보는 건 타당하다”고 내구성에 의문을 표했다.



이날 ‘WEEI’의 경우 ‘14승7패 ERA 3.38’ 등을 기록한 류현진의 시즌성적을 놓고 “강했다”고 호평하면서도 “소화한 이닝 수가 152이닝에 그쳤고 조정평균자책점(ERA+)이 103에 머무른 걸 보면 투수들에게 매우 유리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의 기후에 부분적으로 수혜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RA+란 기존의 평균자책점(ERA)에다 보편적인 성적과 구장 유·불리 등의 다양한 변수를 두루 고려해 보정한 야구에서 쓰는 투수 지표 중 하나다.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움켜잡으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반면 류현진의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을 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는 상반된 평가를 곁들였다. “류현진이 기록한 시즌 FIP 2.62는 뛰어난 삼진비율(9이닝당 8.2개)과 낮은 볼넷허용(9이닝당 1.7개), 인색한 홈런허용(9이닝당 0.5개) 등과 어우러져 그의 결과물이 훨씬 더 좋았을 수 있었음을 나타낸다”며 결과적으로 “류현진의 뒤에는 형편없는 수비가 있었다”고 두둔했다.

FIP란 수비독립 또는 수비무관 평균자책점으로 흔히 말하는 ERA의 발전된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ERA라는 기록 자체가 운과 주변 환경요소를 너무 많이 내포하고 있다고 세이버매트릭스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에 경기 중 발생하는 행운이나 야수들의 수비력을 배제하고 오롯이 투수 개인의 능력을 따지기 위해 등장한 투수 통계기록 중 하나로 FIP가 주목받고 있다.

야구통계학자 톰 탱고가 고안한 지표로 알려진 FIP는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난 이후의 상황은 투수에게 일절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하에 투수 스스로가 통제할 수 있는 ‘피홈런, 삼진, 볼넷, 몸맞는공(HBP)’만을 놓고 ERA와 비슷한 형태의 수치로 환산한다.

류현진 뒤에 포진한 4선발투수 대니 해런(34·다저스) 역시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저스는 못내 걱정스럽다.

기술적으로는 평균구속이 2013시즌 80마일 후반대에서 2014시즌 80마일 중반대까지 감소하며 타자들의 배트를 쉽게 피해가지 못하는 투수가 됐다. 특히 홈런을 잘 얻어맞는 경향이 생겼다는 건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본 결과 프리드먼 이하 다저스 수뇌진은 에이스급 선발보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최우선 타겟이 레스터로 뉴욕 양키스와 이른바 ‘돈’전쟁이 벌어질 조짐마저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