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굵은 허벅지, 물찬 무릎' 金보다 값진 이상화의 훈장

by이석무 기자
2014.02.12 16:34:28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가 11일 오후(현지시각)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내 아들레르아레나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 2차 레이스에서 힘차게 질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빙속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여느 20대 젊은 여성들처럼 멋부리고 꾸미기를 좋아한다. 훈련이 없는 날이면 네일아트를 받는 것을 즐기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다. 얼마전에는 패션잡지의 모델로 나서 ‘하의 실종’ 패션을 뽐내기도 했다.

단 한 가지. 미니스커트만은 사절이다. 남들보다 유별나게 굵은 허벅지 때문이다. 지난해 열린 모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을때도 이상화는 무릎까지 치마가 내려오는 원피스를 입었다. 왠만하면 과감히 드러내도 되련만 아직은 쑥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 이상화가 가리고 싶어하는 허벅지가 오늘날 그를 ‘빙속여제’의 자리에 있게 한 것임을. 또래 친구들이 몸에 달라붙는 가는 스키니진을 입을 때 이상화는 웬만한 여성 허리 굵기에 육박하는 23인치 허벅지를 만들기 위해 역기를 들고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이상화의 원동력은 강한 하체에서 나오는 힘이다. 이상화는 165cm 62kg의 단거리 선수로선 작은 체구를 가졌다. 발을 내딛는 거리 자체가 경쟁자보다 짧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만큼 더 많이 발을 움직이고, 더 힘있게 밀고 나가야만 했다.

이상화가 할 수 있는 것은 노력뿐이었다. 이미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그가 대단한 것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자신을 채찍질했다는 것이다.

더욱 폭발적인 하체 힘을 만들기기 위해 극한의 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르막길로 구성된 산악코스 8km를 그냥 사이클도 아닌 타이어를 맨 채 타고 달렸다. 역기를 짊어지고 앉았다 일어서는 스쿼트의 무게는 170kg까지 늘어났다. 웬만한 남자 선수들도 쉽게 할 수 없는 무게였지만 이상화는 참고 이겨냈다.



그 결과 밴쿠버대회 직전보다 이상화의 허벅지 굵기는 3cm(2009년 57cm, 2012년 60cm)나 늘어났다. 장딴지 둘레도 눈에 띄게 커졌다.

체중을 늘리면서 근육을 키우는 것은 쉽다. 하지만 이상화는 체중을 오히려 5kg나 줄였다. 상체는 날씬하게, 하체는 강하게 만든 것이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차체 무게는 가벼워지고 엔진은 더욱 커진 셈이다. 출발이 가벼워지고 가속도 붙이기가 더 수월해진 것이었다.

물론 그런 몸을 만들기까지 결코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상화의 무릎은 원래부터 좋지 않았다. 현재 왼쪽 무릎에 물이 차있는 상태다. 다리를 굽혔다 폈다를 계속 반복하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에게는 직업병이기도 하다.

원래는 밴쿠버올림픽을 마치고 수술을 받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2연패 목표에 영향을 미칠까봐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했다. 여전히 무릎이 아프지만 이를 극복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오늘날까지 이르렀다. 허벅지 근육량을 늘리는 과정에서 하지정맥류 증세까지 심각해졌지만 그 무엇도 이상화의 열정과 의지를 막을 수 없었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 있다. 상투적인 얘기일수도 있지만 이만큼 이상화에게 잘 맞아떨어지는 말도 없다.

‘금벅지’라 불리는 이상화의 허벅지에는 금메달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거머쥐기까지 그가 흘렸던 땀과 노력, 눈물이 고스란이 드러나있다. 그의 굵은 허벅지가 금메달보다 더 빛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