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급 포수 박동원, 키움->KIA 트레이드...KBO는 제동, 왜?

by이석무 기자
2022.04.24 14:59:44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된 박동원이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전 호랑이 원정 유니폼을 입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하지만 KBO 사무국은 이번 트레이드 내용을 신중히 검토해 승인을 결정하겠다며 두 구단의 트레이드에 제동을 걸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KIA타이거즈와 키움히어로즈의 트레이드가 프로야구판을 또다시 흔들고 있다. 과거 ‘히어로즈 선수 팔기’ 논란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IA 구단은 24일 “내야수 김태진(27)과 현금 10억원, 2023년 신인 2라운드 지명권을 키움에 내주고 박동원(32)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9년 키움에 입단한 박동원은 11시즌 동안 통산 914경기에 출전해 타율 .257 97홈런을 기록 중인 리그 정상급 포수다. 지난 시즌에는 131경기에 나와 413타수 103안타(22홈런) 83타점 61득점 타율 .249를 기록했다. 반면 키움으로 옮긴 내야수 김태진은 7시즌 동안 통산 334경기에 출전해 타율 .267 123득점 28도루의 성적을 올렸다.

KIA 관계자는 “박동원은 공수에서 이미 기량이 검증된 포수이다. 공격적인 볼 배합으로 투수를 리드하는 유형이고 강한 어깨를 보유하고 있어 도루저지율이 높다”며 “특히 공격에 장점이 많은 선수로 중심타선에서 팀의 장타력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동원의 가세로 KIA는 약점으로 지적됐던 포수진에 대한 고민을 지울 수 있게 됐다. KIA는 기존 한승택과 김민식이 홈플레이트를 지켰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아쉬움이 있었다.

또한 장타력을 갖춘 박동원이 더해지면서 나성범, 최형우, 소크라테스 브리토 등 좌타자에게 집중된 중심타선의 균형을 맞출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에 대해 KBO는 곧바로 제동을 걸었다. 현금 10억원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선수팔기’ 성격의 트레이드인지 조사하겠다는 의지다.



키움은 과거 히어로즈 시절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불투명한 현금트레이드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당시 주축 선수였던 장원삼, 이택근, 마일영, 황재균, 손승락, 고원준, 송신영 등을 현금이 포함된 트레이드로 다른 팀에 보내면서 구단 운영비를 마련했던 사건이다.

당시 조사 결과 공개된 액수 외에 더 많은 이면계약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키움은 물론 선수를 데려간 구단도 비난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후 불투명한 현금 트레이드 등을 막고자 KBO 사무국과 10개 구단 대표들은 2018년 이면계약을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이면계약 금지 규정 위반 시 해당 구단은 다음 연도 신인 1차 지명권이 박탈되고 제재금 10억원을 물어야 한다. KBO는 “이날 신청된 트레이드는 관련 세부 내용을 신중히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고형욱 키움 단장은 부적절한 현금트레이드가 아님을 강조했다. 고 단장은 “박동원 선수와 면담 과정에서 선수가 더 많은 기회가 있는 팀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를 밝혀 현장과 논의 끝에 트레이드를 결정하게 됐다”며 “높은 순위의 2023년 신인지명권을 확보한 만큼 팀의 미래를 이끌 유망주를 영입할 기회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루 아침에 주전 포수를 내줘버린 키움 홍원기 감독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홍 감독은 “박동원이 투수들을 잘 이끌어 줬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이제 박동원을 대체해줄 누군가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은 늘 한 선수가 떠나면 그 선수를 메워주는 선수가 나왔다”며 “최근 김재현이 페이스가 좋은 만큼 박동원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까지 키움 유니폼을 입고 뛰다 KIA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박동원은 “너무 좋은 팀에 오게 돼 기분 좋다”며 “모든 투수가 기대되지만 대투수 양현종 선배의 공이 궁금하고 키움에 있을 때 공을 치기 어려웠던 이의리도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