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보다 강력한 한 방’, 경기장 가득 메운 “정몽규 나가”

by허윤수 기자
2024.03.21 21:07:14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서 태국과 맞대결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을 향한 비판 메시지 줄이어

대한축구협회와 정몽규 회장을 비판하는 걸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 한국과 태국의 경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암=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대한민국 축구 팬들이 한목소리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3차전에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선제골로 1-0 앞선 채 전반전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를 준비하는 대표팀의 분위기는 평소와 사뭇 달랐다. 아시안컵 우승 실패와 각종 논란에 휩싸인 결과였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은 우승을 외쳤으나 졸전을 거듭한 끝에 탈락했다. 그 결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다. 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중심으로 한 대표팀 내분 사건이 알려지며 큰 충격을 줬다. 이외에도 카드놀이 논란, 대표팀 유니폼 뒷돈 거래 의혹 등 수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 전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대표팀은 원팀을 강조했다. 황 감독은 “여러모로 중요한 경기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반드시 이겨서 팬들에게 좋은 결과를 드리겠다”라고 필승을 다짐했다.



선수단 대표로 참석한 주장 손흥민은 “팬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기쁘다”라며 “중요한 경기를 앞둔 만큼 똘똘 뭉쳐서 좋은 경기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은퇴를 고민했던 그에게 다시 대표팀에 온 심경을 물었을 때도 영광스럽다며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불신과 대표팀을 향한 실망감이 겹치며 둘째가라면 서러운 응원 열기도 다소 균열을 보였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보이콧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축구 팬들은 오직 선수들을 위해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고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대표팀 선수단을 응원하는 걸개.
그러면서도 협회를 향한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킥오프 전부터 대표팀 공식 서포터즈 붉은 악마가 있는 관중석에는 ‘그냥 대가리 박고 뛰어. 응원은 우리가 할 테니’라는 걸개가 달렸다.

경기 시작 직전부터는 더 많은 걸개가 떠올랐다. ‘협회는 몽규의 소유물이 아니다’, ‘몽규의 몽(멍)청한 행위 규탄한다’, ‘선수들은 방패막이’ 등 수많은 비판의 메시지가 나왔다.

여기에 경기가 시작하자 ‘정몽규 아웃’을 외치는 목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이후 축구 팬들은 전반전 중간중간 계속해서 ‘정몽규 아웃’을 외치며 협회를 향한 불만과 비판을 드러냈다. 경기장을 비우는 보이콧보다 강력한 한 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