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짓수 창시자 손자' 헤너 그레이시 "주짓수의 메시지는 실전성"(일문일답)

by이석무 기자
2016.06.05 06:00:00

한국에서 그레이시 주짓수 세미나를 개최한 헤너 그레이시(가운데)
국내 동호인들에게 그레이시 주짓수를 지도하는 헤너 그레이시. 오른쪽은 ‘그레이시 주짓수 서울’ 박준성 관장.
그레이시 주짓수 창시자의 친손자인 헤너 그레이시(오른쪽)와 그레이시 주짓수 서울 박준성 관장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무술을 꼽는다면 ‘브라질리언 주짓수’를 빼놓을 수 없다. UFC 등 프로격투기 대회에서 브라질리언 주짓수 고수들이 챔피언에 오르면서 주짓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늘날 브라질리언 주짓수는 가장 실전적인 무술로 인정받고 있다.

브라질리언 주짓수는 일본의 유도가 마에다 마츠요로부터 일본 유술(유도의 원형)을 전수받은 그레이시 가문의 카를루스 그레이시와 엘리오 그레이시가 실전 기술과 결합, 독자적인 무술로 발전시킨 형태를 말한다.

지금의 브라질리언 주짓수는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뿌리는 역시 그레이시 가문이 창시한 ‘그레이시 주짓수’다. 그레이시 가문의 고수들은 UFC, 프라이드FC 등 프로 격투기에 직접 뛰어들어 무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

브라질리언 주짓수의 창시자인 엘리오 그레이시의 친손자인 헤너 그레이시(34)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주짓수 세미나를 열었다.

헤너 그레이시는 엘리오 그레이시의 장남이자 UFC의 창시자인 호리온 그레이시의 아들이다. 1990년대 최고의 격투가로 이름을 날렸던 힉슨 그레이시, 호이스 그레이시의 조카이기도 하다. 현재 그레이시 아카데미 및 유니버시티의 대표로서 전세계에 그레이시 주짓수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헤너 그레이시는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호텔 캐피탈에서 국내 주짓수 지도자 및 수련자를 위해 그레이시 주짓수 마스터 세미나를 직접 지도했다.

주짓수의 대표 핵심 기술인 백마운트, 트라이앵글, 길로틴 초크, 실전 원칙 등 4가지 주제를 집중 강의한 헤너 그레이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호신을 위한 주짓수를 모른다면 진정한 주짓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짓수를 잘하려면 오래, 길게 봐야 한다. 너무 세게, 남들을 이기려는 생각으로 수련하면 오래 할 수 없다”라며 “좋은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본인도 빨리 성장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헤너 그레이시와 일문일답.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안다. 한국에서 처음 세미나를 연 소감은 어땠나.

▲예상보다 더 많은 분이 세미나에 참석해주셔서 감동했다.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인들의 주짓수에 대한 열정은 놀라울 정도로 엄청났다는 점이다. 세미나를 주최한 그레이시 주짓수 서울이 세미나 장소와 진행 등 완벽하게 이벤트 준비를 해줘서 편안하고 수월했다.

-이번 세미나 테마는 크게 백마운트, 길로틴, 트라이앵글, 실전주짓수 등 4가지였다. 많은 주짓수 기술 가운데 이 네 가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대부분의 주짓수 세미나를 보면 학생들은 세미나에 참석하기 전 상태보다 더 혼돈된 상태로 돌아간다. 일반적인 세미나 형태는 학생들의 질문 위주로 진행이 되고 지도자는 그 자리에서 무엇을 가르칠지를 생각한다. 아니면 지도자가 잘하는 한 종목에 대해서만 집중을 하게 된다. 4개의 주제로 나눠서 세미나를 진행한 이유는 대부분의 주짓수 수련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종목에 대해 집중하고 싶었다. 기술보다는 가장 중요한 원칙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랜덤하고 다양한 기술들을 전체적으로 가르치는 대신 한 기술이나 포지션의 주요 원칙들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최근 강력 사건·사고가 빈번히 일어난다. 일반인이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싸움을 절대 걸지 않을 사람이라 해도 본인 의도와 무관하게 누군가가 본인에게 싸움을 걸어올 수 있다. 강력사건 또는 일반 싸움을 대비하기 위해서 실전 싸움에서 가장 중요하고 성공률이 높은 36가지의 그레이시 주짓수 기술(Gracie Combatives)들을 완벽하게 몸에 익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자신감이 있으면 감정적으로 싸우게 될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절대 싸우지 않도록 싸움에 대해서 배워야 한다. 어쩌면 싸움을 말리거나 피해자를 도우려다가 본인 의도와 무관하게 누군가가 본인에게 싸움을 걸어올 수 있다. 따라서 항상 준비돼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그레이시 가문의 정통 주짓수가 다른 무술이나 다른 주짓수와 가장 큰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레이시 주짓수는 다른 무술들과 달리 타격에 의지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해치지 않고 불을 물로 싸우듯이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또한 그레이시 주짓수는 한 종목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복싱은 주먹으로 타격에만 집중하고, 유도는 던지기 기술에만 집중하고, 태권도는 발차기에만 집중한다. 반면, 그레이시 주짓수는 전체적인 실전 호신술이다. 타격 방어와 일반 힘센 거인의 모든 공격 패턴을 고려한 방어적인 호신술이다. 훨씬 작고 약한 사람이 크고 힘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싸움의 절약이다,

-주짓수 수련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그레이시 주짓수의 메시지가 있다면.

▲크게 세 가지다. 바로 실전성, 효율성, 자연스러움이다. 이 세 가지의 ‘필터’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레이시 주짓수가 아니다. 안타깝게도 전세계적으로 주짓수는 그래플링 또는 레슬링 위주로만 가르치고 있다. 주짓수 시합 위주로 훈련을 하기 때문에 타격 고려를 하지 않고 시간 제한과 체급별로 겨루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을 생각하지 않는다. 실전에서 통하지 않는 기술,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술, 무리하게 유연성에 의지하는 기술이라면 그것은 그레이시 주짓수가 아니다. 물론 특별한 경우에는 실전성이 떨어지는 기술들을 연습해보고 훈련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들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실전에서만 통하는 기술들을 사용할 수 있는 마인드 스위치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호신을 위한 주짓수 과정을 배워야 한다. 주짓수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호신술용 주짓수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하지 못하면 진정한 주짓수를 모른다고 할 수 있다..

-향후 한국 방문 계획이나 한국 주짓수 발전을 위해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1년마다 한 번씩은 나나 친형인 히론 그레이시는 한국을 꼭 방문할 예정이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발견하게 된 주짓수에 대한 뜨거운 열정 때문이다. 우리의 공식 공인인증센터인 그레이시 주짓수 서울 아카데미를 확대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전 세계 120개가 넘는 그레이시 공인인증센터들이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그레이시 주짓수 서울이 가장 강력하고 지도자인 박준성 관장의 지위도 높습니다. 그레이시 주짓수 서울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중심 센터이기에 한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한국과 아시아에서도 더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현재 가장 중요한 계획은 그레이시 주짓수 서울을 서울 중심부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조만간 이에 대한 소식을 알릴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해달라.

-주짓수를 잘 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주짓수를 잘 하려면 우선 즐겨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오래 길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주짓수를 처음부터 너무 세게, 남들을 이기려는 생각으로 수련하게 되면 10~15년 정도 밖에 할 수 없을 것니다. 제 할아버지는 95세까지 수련을 하셨다. “내가 어떻게 해야 나이가 들어서도 주짓수 수련을 할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하셨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좋은 트레이닝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결국 파트너와 같이 성장을 해야 본인도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에게 남길 메세지가 있다면.

▲많은 사람이 내게 묻습니다, “에너지는 어디서 생기나요?” 나는 항상 말한다. “사람을 돕기 때문에 에너지가 생긴다”라는 사실을.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사실은 다른 사람을 도와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보면 남들을 많이 돕는 사람들이다.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배우게 된 사실입니다. 주짓수는 ‘Service’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 2배로 그들이 저를 돕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