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로·샌더스 저리가라" ML 역대 최강의 '빠른 발'

by정재호 기자
2015.06.26 15:01:08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2000년대 초 태평양을 건너온 일본인 타자 이치로 스즈키(42·마이애미 말린스)는 메이저리그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놀라운 컨택 능력은 물론이고 빠른 발로 만들어내는 신기에 가까운 내야안타가 고타율을 유지하는 숨은 비결 중 하나로 꼽혔다. 열광하기도 잠시 미국인들은 ‘이치로식 똑딱이 야구’에 금세 싫증을 느꼈지만 내야안타도 실력이라면 실력이라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빗맞은 타구가 내야에서 조금만 시간을 지체해도 이치로는 1루에서 살았다. 공식 기록은 내야안타가 됐고 그렇게 3할 중반대 고타율이 떨어질 줄을 몰랐다. 내야안타를 빼면 타율이 3할을 못 넘겼을 정도였으니 전성기 시절 이치로가 빠른 발의 덕을 톡톡히 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역대 최강의 발로 꼽을 만큼 괄목할 만한 스피드를 자랑하는 루키 외야수의 등장에 들떠 있다.

주인공은 바이런 벅스튼(21·미네소타 트윈스)으로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서 꼽은 마이너리그 전체 유망주 랭킹 1위였다.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는 전체 2위로 전문가들이 본 벅스튼은 툴(재능)에 관한 한 역대급 신인이라는 크리스 브라이언트(23·시카고 컵스)나 작 피더슨(23·LA다저스)보다 훌륭한 재목감임에 틀림없다.

바이런 벅스튼이 홈으로 들어온 뒤 세이프 동작을 취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지난 15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을 통해 빅리그에 데뷔한 벅스튼은 상대팀 선수들마저 그 놀라운 피지컬(신체·운동능력)과 빠른 발에 감탄사를 절로 연발케 만든다.

일례로 최근 미네소타 트윈스와 4연전을 끝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벅스튼의 발이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흑인 외야수인 제이슨 헤이워드(26·카디널스)는 “벅스튼의 주루플레이는 멜빈 업튼 주니어(31·샌디에고 파드레스)를 연상시키고 빠르기로만 놓고 본다면 디 고든(27·말린스)만이 유일하게 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3년차 베테랑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유격수 조니 페랄타(33·카디널스)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스피드였다. 그는 “시애틀 매리너스 초창기 시절 이치로와 비교된다”며 “유격수 쪽으로 땅볼을 치고 달리면 그를 아웃시킬 기회가 없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치로는 좌타자로 족히 한두 발은 앞선 좌타석(1루 쪽 기준)에 들어서는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는 분석이지만 벅스튼은 우타자의 핸디캡(?)을 안고도 거의 동일한 압박감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놀라울 따름이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야구를 취재해온 미국 지상파 ‘FOX 스포츠’의 명칼럼니스트 켄 로젠덜도 벅스튼이 아마 자기가 본 역대 최강의 빠른 발일지 모른다고 동의했다.

로젠덜은 “개인적으로 내가 실제로 본 가장 빠른 발의 소유자는 북미미식축구(NFL)를 같이 뛴 디온 샌더스(47)였다”고 떠올리며 “어느 날 플로리다에서 열린 시범경기를 보는데 홈에서 3루로 질주하는 샌더스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불과 12걸음 만에 3루에 도달한 것처럼 느껴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럼에도 아마 벅스튼이 내 관념을 재평가하도록 압박하는 것 같다”면서 “그는 분명히 나를 열광시킨다”고 덧붙였다.

이런 큰 기대 속에 벅스튼이 꿈의 메이저리그에 안착해 적응(11경기 타율 0.189 7안타 1도루 등)해나가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12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지명된 뒤 꼭 3년 만에 최고 무대로 발을 담근 수퍼 엘리트다.

벅스튼은 빌리 해밀튼(25·신시내티 레즈)처럼 빠른 발로 도루만 잘하는 외야수가 아니다. 6피트2인치(188cm)의 좋은 신체조건에 파워와 정확도를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이치로처럼 스피드를 십분 활용한 타율 관리만 적절히 이뤄진다면 앞으로 20년을 내다볼 ‘공·수·주’를 두루 갖춘 최강의 ‘날쌘 돌이’ 중견수가 탄생할 걸로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