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닝', 직접 만들어 봤습니다..맹기용 셰프, 제 점수는요~
by강민정 기자
2015.05.27 13:30:47
| 맹기용 셰프가 만들어 논란이 된 ‘맹모닝’. 직접 만들어 먹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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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혹독한 ‘주방 신고식’을 치른 맹기용 셰프. 26일 하루는 그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었을 터다. “오늘은 화요일에 쉽니다”라는 페이스북 글이 마치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듯 보일 정도였다.
말도 안 되는 내용과 설정 투성이인 ‘막장 드라마’도 보고 욕한다고들 한다. 만약 음식에도 ‘막장’이란 말을 붙일 수 있다면 맹기용 셰프가 종합편성채널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선보인 ‘맹모닝’일 것 같았다. 비난을 쏟아내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말이다.
| 통조림 캔을 따 꽁치만 걸러낸다. 레몬 식초가 없어 레몬 즙으로 대신, 오렌지 즙을 내 비린내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팬에 볶으며 양파와 다진 마늘을 넣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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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닝,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적어도 욕을 할 것이라면, 만들어서 먹어는 보고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27일 오전 7시. 미리 장을 봐둔 냉장고엔 가수 지누의 그곳에 있던 재료들이 ‘맹모닝’이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별 의미는 없지만 타이머도 맞춰 보았다. 30분이 조금 넘은 약 33분에 ‘맹모닝’을 완성했다.
사실 꽁치 통조림의 뚜껑을 따는 순간부터 비렸다. 김치찌개에 들어가든 볶음밥에 들어가든, 꽁치는 원래 비린 게 맞다. 문제는 샌드위치와의 조합이었다. 향신료나 통후추, 매운 고추 등의 도움 없이 레몬즙과 오렌지 생즙 만으로 비린 맛을 잡긴 무리였다. 양파와 마늘을 함께 넣어 볶았지만 비린 맛이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다.
| 맹모닝을 만들며 가장 망설여진 순간이다. 부글부글 끓는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침착하게 빵을 적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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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닝을 만들며 가장 망설여진 순간은 꽁치 기름을 팬에 두를 때였다. 거기에 양송이 스프를 넣고 우유를 섞었다. 보드라운 빵이 그 물에 적셔신다고 생각하니, “이 레시피 진짜 맞지?”라고 재차 확인하게 됐다. 이후 과정은 보통 샌드위치 만들 듯 순조롭고 특별할 것이 없었다.
| 이후 샌드위치를 차곡차곡 재료 순서대로 쌓아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볶아둔 꽁치가 살짝 식으며 비린 향이 진정됐다. 아, 그 향에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푹 담궈둔 빵도 꽁치 기름 향 보단 스프와 고소한 우유 향을 입었다.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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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모닝, 제 점수는요
‘맹모닝’을 먹였다. 집에서 요리 과정을 지켜본 뒤 맛을 본 어머니 그리고 완성된 음식을 먹은 회사 동료이었다. 성비는 여자 둘, 남자 셋. 다섯 명 모두의 공통된 생각은 역시 “비리다”였다. 한 명은 씹고 난 후 뒤끝에 강한 꽁치 향을 불편해했다. 다른 한 명은 “비린데, 뭐 먹을 만 하다”고 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좀 맵게 간을 하면 더 괜찮을 것 같다”며 가장 잘 먹었다. 직접 요리를 한 필자 역시 “먹을만 한데 이 레시피 만으론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요리 과정을 지켜보며 이미 꽁치의 비린 향에 취한 어머니의 반응이었다. 그는 역성을 냈다.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이 떠올랐다. 녹화 내내 “비릴 텐데요”, “아~ 비립니다”, “역시 비리고요”라는 현장 중계가 이미 “맹모닝은 망했다”는 인상을 안기진 않았을까. 그 때문에 미각에도 색안경이 씌워진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맹모닝’의 맛이 좋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까지 비난 받을 맛은 아니라는 뜻이다.
△현장의 변수, 그것도 문제였다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면 ‘맹모닝’이 그렇게 대중에게 혼이 나야 할 음식은 아니었다. 취향은 상대적이고, 맛을 느끼는 기준 역시 천차만별이지만, 적어도 셰프의 자질을 문제 삼아 논란을 일으키며 ‘음모론’까지 제기하는 상황에 놓일만큼 치명적인 음식은 아니었다.
‘맹모닝’을 내놓은 맹기용의 판단이 옳진 않았다. 그 배경엔 현장의 변수가 상당히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15분 안에 음식을 내놓아야 한다는 사실은 ‘냉장고를 부탁해’의 셰프들을 가장 긴장시키는 요인이다. 맹기용은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셰프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의 주방은 첫 경험이었다. 이연복 셰프가 칼에 손을 다치기도 하고 샘킴이 시간 계산 실패에 당황하기도 한 곳이다. 이태원 골목을 휘어 잡은 홍석천도 땀을 뻘뻘 흘리게 만드는 곳이 ‘냉장고를 부탁해’의 주방이다. 꽁치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꽁치 기름을 버리지 않고 양송이 수프에 섞은 기발한 상상력은 이 모든 처음 겪는 상황이 만들어낸 ‘시행착오’로 받아들여도 될 법하다.
△맹기용, 발전을 기대해
‘냉장고를 부탁해’의 이동희 책임프로듀서(CP)는 이데일리 스타in과 전화통화에서 맹 셰프를 기용한 결정적인 이유를 언급했다. 바로 ‘실험정신’이다. 현재 ‘냉장고를 부탁해’는 수 많은 요리 대결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메뉴, 재료, 소스를 활용한 음식들이 나오고 있다. 만드는 사람이 다르면 맛도 다르게 나올 법 하지만 되도록이면 새로운 자극을 주고 싶은 제작진 입장에선 새 인물 영입에 공을 들였을 터다.
음식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에도 출연하며 방송에 최적화 된 맹 셰프는 ‘냉장고를 부탁해’가 찾던 얼굴이었다. 무엇보다 유일한 ‘20대 셰프’로서 보여줄 수 있는 패기를 기대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도할 생각을 못하는 음식이나 접근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 첫 결과물이 예상한 기대의 수준을 뛰어 넘은 ‘실수’가 된 건 맹 셰프의 자질이 부족해서도, 제작진의 판단이 잘못돼서도 아닌 듯 보인다.
이동희 CP는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본인도 참 많이 힘들거라 생각을 했는데, 누구보다 보란듯이 잘 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며 “실력에 대한 검증이나 셰프로서의 자질 문제는 함께 출연하는 분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신경쓰는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이 CP는 “사실 그날 녹화가 끝난 후 방송에 출연하지 않았던 셰프들도 함께 회식을 즐길만큼 분위기도 좋았고 새로웠다”며 “그런 기운이 앞으로 점차 화면에서도 드러나 시청자에게 전달되길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