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체육회장 "문체부가 직권남용...국정농단 세력 부활" 비판

by이석무 기자
2024.07.04 20:57:28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4년도 대한체육회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의장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인사말을 하며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정면으로 저격했다. 유인촌 장관이 지방체육회 예산을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교부하겠다고 밝힌데 대한 반발이다.

이기흥 회장은 4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대한체육회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체육회가 수천억 예산을 맘대로 쓴다는 건 정말 잘못된 얘기다”고 주장했다.

이기흥 회장은 “모든 예산은 문체부와 모두 협의하고 승인받아 사용한다. 문체부의 수시감사, 감사원 감사, 국정감사를 받는 상황에서 체육회 독자로 사용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문체부의 예산 직접 집행은 체육회를 거치도록 한 국민체육진흥법을 어긴 것이며 문체부의 직권남용”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이기흥 회장은 ‘법령 해석은 정부가 한다’는 문체부 당국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판단은 법원이 하며, 최종 법령 해석은 헌법재판소가 한다”며 “그 외의 해석은 자의적 해석”이라고 맞받아쳤다.

더불어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때 대법원은 어떤 일을 관철하기 위해 지속해 끊임없이 압박하는 것을 직권남용으로 판시했다”며 “국정농단 세력이 부활했다고 생각한다. 문화 체육 인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람들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체육회는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한 내용의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현 정관에 따르면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4년 임기를 지낸 뒤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다만 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거치면 3선 도전이 가능하다.

체육회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 절차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이날 대의원 총회에서 가결했다. 개정안이 문체부 승인을 받으면 체육 단체장의 임기 제한은 완전히 사라진다. 하지만 유인촌 장관은 이틀 전 체육 분야 간담회에서 “정관 개정안을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종목 단체나 지방 체육회에서 임원을 맡을 만한 인물이 부족한데 이들의 연임을 심사할 공정위원회를 일일이 다 만들 순 없다”며 “대한체육회장(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체육 단체장만이라도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내가 3선에 도전하기 위해서 정관을 바꾸는 게 아니라고 수차례 얘기해왔다”며 “나(대한체육회장)는 제외해도 괜찮으니 다른 체육 단체장 연임 규정은 바꿔야 한다. 그래야 선거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