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사랑해용" 20살 청춘들의 밝고 유쾌한 환영식

by이석무 기자
2019.06.17 16:01:29

[이데일리 스타in 방인권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을 거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정정용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솔직히 형들 아무도 누나 소개시켜주고 싶지 않아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주역인 ‘슛돌이’ 이강인(발렌시아)이 함께 동고동락한 형들을 재밌게 디스했다. 그만큼 서로 허물없이 지내는 모습이었다.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한 아쉬움은 찾아볼 수 없었다.

FIFA U-20 월드컵에서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최고 성적은 준우승을 달성한 U-20 대표팀 선수들은 17일 낮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진행된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새벽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선수들은 간단한 환영 행사 후 곧바로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이동했다. 긴 비행에 아침부터 이어진행사와 인터뷰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20살 청춘들은 참으로 밝고 유쾌했다.

이날 환영행사는 걸밴드 락킷걸과 대표팀 응원가인 ‘승리의 함성’을 부른 트랜스픽션의 식전 공연으로 사적됐다. 김대호·박소현·장예원 등 지상파 TV 3사 아나운서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가운데 1000여 축구팬들이 광장을 가득 메워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젊은 태극전사들은 인터뷰도 남달랐다. 조금은 유치하고 지루한 인터뷰 질문도 재치있는 답변으로 살렸다.

U-20 월드컵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하며 골든볼을 수상한 ‘막내형’ 이강인(발렌시아)은 말솜씨도 ‘골든볼’급이었다. ‘형들 중 누구를 누나에게 소개해 주고 싶으냐’는 사회자 질문에 “솔직히 아무도 소개해 주고 싶지 않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꼭 소개해 주고 싶다면 (전)세진형이나 (정)원상이 형”이라고 지목했는데 그 이유가 재밌다. “그나마 정상인 것 같아서...”

이강인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 이후 14년 만에 18세 나이에 골든볼을 수상했다. 그는 “경기 끝나고도 이야기했지만 옆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과 응원해주신 분들, 코칭스태프 덕분에 좋은 상을 받은 것 같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결승전에서 다소 부진한 활약으로 일부 축구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김정민도 마음고생을 어느정도 털어낸 모습이었다.

김정민은 “팬들이 환영해줘서 기분좋고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며 “선수들 모두가 걱정해주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줬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이강인에 대해선 “한국말을 하는 게 어눌해서 귀엽다. 형들에게 까불 때도 귀엽다”며 “강인이는 모든 게 귀엽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와 결승 때 옐로카드를 받은 후 주심에게 했던 애교 어린 제스처를 해서 화제가 된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는 사회자의 요청에 따라 옆자리에 있던 이재익(강원)에 재현한 뒤 “저는 평소에는 과묵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정용’ 감독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달라는 요청에도 선수들의 재치는 돋보였다. 고재현(대구)은 “(정)정말 훌륭하신, (정)정정용 감독님, (용)사랑해용”이라고 화답해 동료들과 팬들을 웃겼다. 조영욱도 ”(정)정정용 감독님, (정)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용)용맹스럽게 해낸 저희가 감사드립니다“며 정정용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정정용 감독은 ”이번 준우승 성적은 선수들이 해낸 게 아니고 국민들과 함께해낸 것“이라며 ”선수들이 있기에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서울광장 환영식의 클라이막스는 예정에 없던 헹가레였다. 선수들은 비록 현장에선 헹가레를 하지 못했지만 이날 마음껏 정정용 감독을 하늘 위로 던졌다.

정정용 감독이 ”작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에도 준우승을 해서 헹가래를 못 했다“고 말하자 선수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정용 감독이 손사래를 쳤지만 선수들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선수들은 무대 가운데서 정정용 감독을 세 번이나 힘차게 헹가레를 쳤다. 장난기 넘치는 선수들이 워낙 높이 던져 정정용 감독의 운동화가 벗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득했다.

환영행사의 마지막은 감동이었다. U-20 대표팀 주장 황태현(안산)은 “밤잠 못 자면서 마사지하고 분석해준 지원 스태프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한 뒤 “U-20 월드컵을 끝마쳤지만 여기가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더 큰 꿈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