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정우→김윤석=4050男..'사랑꾼'의 그 시절
by강민정 기자
2015.02.09 11:32:37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트윈폴리오와 쎄시봉의 그 시절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 ‘쎄시봉’.
‘듣는 감동’을 예고한 ‘쎄시봉’은 사실 사랑 영화다. 사랑을 노래한 영화를 채운 건 다름 아닌 남자와 여자다. ‘이루어지지 않아 아름답다’는 첫사랑의 아픈 공식은 ‘쎄시봉’에서도 유효했다.
보통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여주인공이었다. 영화 ‘클래식’의 손예진과 ‘건축학개론’의 수지가 그랬다. 많은 남성 관객이 첫사랑으로 대변된 여자 캐릭터에 자신의 추억을 대입, ‘나에게도 저런 사람이 있었지’라는 아련함을 안겼다.
‘쎄시봉’에서도 민자영이란 인물이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수 많은 남자들을 행복하게 하는 미모, 숨죽이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여자. 모든 남자들을 울리는 콧대 높은 도도함에, 단 한 명의 남자에게만 허락하는 순정의 법칙까지. ‘쎄시봉’ 속 민자영은 그렇게 첫사랑의 치명적인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쎄시봉’은 앞선 첫사랑 소재의 영화와 조금 다른 지점에 놓여있다. 추억의 여인에 대한 몰입이 아닌, 그 시절 나의 모습에 웃음 짓게 만든다. ‘사랑치 않는 사람에게로 가는 여인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집 앞에 웨딩케이크를 놓고 가는 일’뿐인 찌질했던 내면의 한 구석에 몸서리치게 한다.
영화를 본 30~40대 남성 관객들은 ‘쎄시봉’의 오근태, 배우 정우와 김윤석이 연기한 역할에 상당히 몰입을 하는 분위기다. 인연이 소중하고 시간이 귀했던 1970년대의 사랑에 다시 취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내는 와중에도 그의 새로운 삶이 행복하길 바라는 남자의 모습에서 30~40대 관객은 ‘사랑꾼’의 진정한 면모를 새삼 확인한다. 비록 자신의 인생은 진한 우정을 나눈 친구 하나 남지 않은 외로운 삶이 됐지만. 훗날 사랑했던 여인을 다시 만났을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비행기 탑승통로에 주저앉아 등으로 흐느껴 우는 일이 전부였을지만 말이다.
20대 오근태를 연기한 정우와 40대 오근태가 된 김윤석의 캐릭터 흐름은 ‘쎄시봉’의 주된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만 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설 연휴를 앞두고 꾸준한 입소문에 힘입어 관객 몰이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