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린스→다저스, 강정호→필리스' 연쇄 빅딜 열렸다

by정재호 기자
2014.12.11 15:19:36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지미 롤린스(36·필라델피아 필리스)가 류현진(27·LA다저스)과 한솥밥을 먹게 된 것이 궁극적으로 다음 주 포스팅(입찰)을 앞둔 강정호(27·넥센 히어로즈)의 진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서 계속된 ‘제113회 윈터미팅’ 셋째 날 LA 다저스는 작심한 듯 큰 건을 연속적으로 터뜨렸다.

전날 공을 들였던 존 레스터(30·시카고 컵스)를 놓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세 건의 인상적인 거래를 성사시키며 윈터미팅의 새로운 승자로 급부상했다.

첫 신호탄은 오프시즌 시작과 동시에 소문이 나돌았던 올스타 유격수 롤린스의 다저스로 트레이드다. 아직 양 구단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다저스에서 내줄 유망주가 결정되는 대로 딜은 완성된다.

뒤이어 다저스는 향후 연봉조정으로 3년은 더 싸게 써먹을 수 있는 주전 2루수 디 고든(26·다저스)과 작별을 고했다. 다저스나 LA 에인절스 같은 캘리포니아 프랜차이즈(연고)의 팀이 아니면 은퇴를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대니 해런(34·다저스)을 묶어 마이애미 말린스와 2:4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왼쪽 타석에 선 지미 롤린스가 방망이를 힘껏 휘두르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다저스는 고든과 해런의 대가로 ‘좌완 선발 유망주 앤드루 헤이니(23·말린스), 2루수 엔리케 키케 에르난데스(23·말린스), 포수 유망주 오스틴 반스(24·말린스), 우완 구원투수 크리스 해처(29·말린스)’ 등을 받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에 따르면 만약 해런이 공언대로 은퇴할 시 다저스는 보전하기로 약속한 연봉 1000만달러(약 11억원)의 상당부분에다 추가로 말린스에 돈을 더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말린스는 이 돈으로 그들이 찾고 있는 1루수나 선발투수를 데려오는데 사용할 것 같다고 ‘마이애미 헤럴드’는 전망했다.

다저스와 말린스의 빅딜은 공식 발표까지 간단한 서류 절차만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 깜짝 놀랄 거래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일어났다. 다저스는 올해 후반기 뉴욕 양키스에서 인상적인 활약(14경기 7승5패 평균자책점 2.89 등)을 펼친 ‘201cm 꺽다리’ 우완 선발투수 브랜든 맥카티(31·양키스)와 4년짜리 계약에 합의했다고 ‘FOX 스포츠’의 명칼럼니스트 켄 로젠덜이 전했다.

정확한 액수는 즉시 공개되지 않았으나 “2014시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보낸 전반기 동안 18경기 평균자책점(ERA) 5.01 등을 기록한 투수에게 있어 4년이라는 계약기간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반전이나 다름없다”고 메이저리그 전문매체 ‘MLBTR’의 마크 폴리셕은 논평했다.

폴리셕은 “이로써 다저스의 선발 수집은 사실상 종료됐고 내년시즌 클레이튼 커쇼(26·다저스)-잭 그레인키(31·다저스)-류현진-맥카티-헤이니 등 5인 체제로 가동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숨 가빴던 빅딜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될 거래는 롤린스의 다저스 행으로 이번 트레이드는 다저스에 상당한 플러스일 뿐 아니라 추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잠재적인 한국인 FA 유격수 강정호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된다.



지난 10월 중순 필리스 언론에서는 강정호를 둘러싼 흥미로운 예측이 나왔다. 필리스를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야구 전문매체 ‘더 굿 파이트’는 “올겨울 포스팅시스템(비공개입찰제)이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강정호는 유격수를 필요로 하는 많은 강팀들의 러브콜을 받을 전망인데 이제 막 전성기로 들어선 그는 필리스에도 적합한 선수”라며 영입을 주문했다.

2014시즌을 실패한 팀들이 강정호를 눈여겨보는 이유는 비교적 간단명료하다. 새롭게 로스터를 꾸리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FA 영입이 답이 될 수 없고 트레이드는 굉장히 힘든 작업이어서 비교적 손쉽고 효과 만점인 국제선수 시장을 눈독 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일환으로 필리스 역시 명가의 재건을 위해 한때 베테랑이 된 ‘코리언특급’ 박찬호(41)를 데려와 짭짤한 재미를 봤던 루벤 아마로 주니어(49) 단장이 직접 외국으로 나가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단장이 발로 뛸 만큼 필리스는 국제선수 시장에 가장 빠르게 공을 들인 구단으로 평가받는다.

논란 끝에 롤린스가 떠나지만 필리스에는 팀내 초특급 유격수 유망주인 J.P. 크로포드(19·필리스)가 버티고 있어 강정호 카드는 살짝 의외일 수 있다.

그럼에도 필리스는 이제 막 전성기로 접어든 강정호라는 점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여러 가지 의견을 참고해볼 때 최악의 경우 강정호가 빅리그 무대에서 주전 유격수로 꾸준히 뛸 수 없다 하더라도 그것이 필리스 구단의 즉각적 계획에 들어맞지 않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3루수로 옮겨 영건 마이켈 프랑코(22·필리스)나 코디 애쉬(24·필리스)와 경쟁시키면 된다”는 복안이 나왔다.

크로포드의 완전성장까지 중간다리 역할을 해도 되고 2루수로 써도 괜찮을 만큼 활용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루에는 체이스 어틀리(36·필리스)가 있으나 이번 오프시즌 라이언 하워드(35·필리스)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되면 어틀리를 1루로 옮겨 강정호를 2루수로 쓰거나 아니면 프랑코를 1루로 돌리고 강정호를 3루로 기용하는 등의 융통을 얼마든지 발휘할 만하다는 해법도 함께 제시돼 기대감을 모았다.

최근 윈터미팅에서 강정호를 원한다는 세 개 구단으로 지목된 ‘뉴욕 메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이 일제히 ‘CBS 스포츠’의 관련 보도를 적극 부인(오클랜드, 자이언츠)하거나 상당수준 부인하는 듯한 제스처(메츠)를 취했다.

그러나 물밑에는 필리스를 포함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이 도사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오클랜드나 샌프란시스코가 생뚱맞은 측면이 강하다. 애초 강정호에 관심이 있다던 구단은 뉴욕 양키스를 비롯해 ‘메츠, 필리스, 카디널스, 타이거스’ 등이었다.

조니 페랄타(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잘해주고 있는 데도 세인트루이스는 강정호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으며 올 정규시즌 유격수 부문 ‘fWAR 27위(0.4), OPS(출루율+장타율) 28위’ 등을 기록한 디트로이트도 업그레이드가 절실해 보인다는 예측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롤린스의 다저스 행은 연쇄 반응으로 강정호의 필리스 행을 불러올 공산이 커 향후 그 결과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당장 롤린스가 떠난다고 하자 뉴욕 일간지 ‘스타-레저’에서는 “아무리 리빌딩도 좋지만 마땅한 유격수 대안도 마련해놓지 않은 실정인데 어쩌려고 그러냐”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정황상 필리스는 내심 텅 빈 유격수 포지션을 채울 히든카드로 강정호의 포스팅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