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 양현종 영입실패에 아쉬움 표해..2년 뒤 기약

by정재호 기자
2014.12.02 15:52:02

[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끝내 잡지 못한 한국인 좌완투수 양현종(26·기아 타이거스)을 두고 미네소타 트윈스 쪽에서 진한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유력 일간지인 ‘스타-트리뷴’은 ‘양현종이 오지 않는다’는 제하의 단신을 통해 “테리 라이언(61) 트윈스 단장이 양현종에 대한 독점협상권을 얻는데 실패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고 2일(한국시간) 밝혔다.

트윈스는 90마일 중반대의 패스트볼(빠른공)을 뿌리는 것으로 알려진 양현종 포스팅(입찰)에 참여했으나 협상권을 획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양현종의 원 소속팀인 기아 타이거스에서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포스팅 금액에 실망감을 느끼고 이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는 양현종 포스팅을 승리하지 못해 아쉽게 됐으나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위안삼고 있다.

‘스타-트리뷴’은 “어쨌든 기아 측이 거절해 누가 입찰전쟁에서 이겼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됐다”면서 “이로써 양현종은 빨라야 2016년 이후에나 메이저리그로 올 수 있다”며 내심 완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하게 될 2년 뒤를 기약했다.

일단은 다 이루지 못한 미완의 꿈으로 남게 됐으나 트윈스 구단이 그래도 끝까지 양현종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관련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본인의 이름 석자를 미국시장에 확실하게 각인시켜준 미네소타를 통해 미래 어떤 ‘희망의 빛’을 엿볼 수 있다.

미네소타는 미국 대륙 중에서도 가장 높은 북쪽 지역에 속해 겨울에는 굉장히 추운 편이다.

투수들에게는 썩 유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상대적인 경쟁의 측면에서는 양현종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기회의 땅’이 될 만했다.

한때 빌리 빈(52·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못지않게 손꼽히는 ‘천재 단장’ 소리를 듣던 테리 라이언이 “이제 열정이 식었다”는 이유로 지난 2007년 9월 한창 좋을 때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난 뒤 미네소타는 1990년대의 처절했던 암흑기로 회귀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 암흑기를 손수 극복해냈던 단장이 바로 라이언이었다. 앞선 12년 동안 ‘저비용고효율’을 누구보다 현명하게 실천하며 미네소타를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의 맹주로 거듭나게 만들었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고 라이언이 물러나고 꼭 3년 뒤 맞은 2011년부터 미네소타는 99패(63승) 팀으로 되돌아갔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짐 폴라드 트윈스 구단주가 직접 나서 빌 스미스를 경질하고 2011년 11월8일 라이언을 다시 현장으로 복귀시켰다.

미네소타가 단장을 손수 해임하기는 수도 워싱턴 D.C.에서 미니애폴리스로 프랜차이즈(연고)를 옮긴 뒤 처음이었을 정도로 당시 라이언의 존재가 절박했다.

그렇게 컴백한 라이언 단장이 올해 2월 ‘피부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으나 트윈스는 차차 그를 중심으로 팀을 착실하게 재건하고 있다.

양현종은 바로 이 재건작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었다. 2014년 트윈스는 팀 평균자책점(ERA)이 4.57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투수들의 무덤 ‘쿠어스 필드’를 홈으로 쓰는 콜로라도 로키스(4.84)에 이어 29위를 차지했다.

문제는 선발진의 ERA로 5점대(5.06)를 넘긴 유일한 팀이었다. 류현진(27·LA다저스)의 소속팀인 LA 다저스가 3.20으로 전체 2위인 것과 ‘극과 극’이다.

믿고 쓸 이렇다 할 선발투수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지난해 겨울에는 한국에서 FA로 풀린 윤석민(28·볼티모어 오리올스) 영입에도 상당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미네소타 선발진은 필 휴스(28·트윈스, 16승10패 3.52 등)와 카일 깁슨(27·트윈스, 13승12패 4.47 등)을 제외하고 확실하게 자리를 굳힌 선수가 없다고 보면 된다. 나름 큰돈을 들였던 리키 놀라스코(32·트윈스, 6승12패 5.38 등)가 무너진 건 그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되돌아보면 그렇게 필요했으면 양현종에게 조금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트윈스는 재정이 넉넉한 구단은 아니다. 라이언 단장의 성향이 워낙에 저비용고효율로 치우친 데다 너무 실리를 추구하다 보니 위험부담을 안고 모험을 걸 심적 여유가 적다.

당장은 인연이 닿지 못했지만 사람 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2년 뒤에는 미네소타가 훨씬 적극적으로 양현종에게 달려들지 말란 법은 없다. 단 양현종이 실망감을 빨리 털고 향후 2년간 그 무대가 일본이 됐든 한국이 됐든 일말의 우려마저 불식시킬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