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챔피언스 투어요? 천국이죠..'ATM투어'라고 불러요"
by주영로 기자
2021.09.30 16:21:51
지난해부터 챔피언스 투어 출전권 받아 활동
"모이면 옛 얘기하며 추억에 빠지는 등 분위기 좋아"
"출전권 받기 어렵지만, 천국이 따로 없어"
| 최경주가 30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에서 열린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챔피언스 투어 우승과 그동안 느낌점을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KP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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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천국이죠.”
51세 나이에 신인으로 돌아간 최경주(51)가 경험한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의 분위기다.
30일 경기도 여주의 페럼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0억원) 1라운드를 마친 최경주는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사흘 전 이뤄낸 챔피언스 투어 우승과 약 1년 동안 경험한 투어 생활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최경주는 “PGA 투어와 비교하면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경기 중에서 팬과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해주는 건 다반사”라며 “나는 아직 카트를 타고 경기를 하지는 않지만, 의사의 소견서가 있으면 카트를 타고 티박스 앞에 가서 티샷하고 다시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를 가로질러 이동해서 다음 샷을 하기도 한다”라며 웃었다.
챔피언스 투어는 만 50세 이상의 선수만 참가하는 시니어 무대다. 한때 PGA 투어를 누볐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대부분이다. 필 미켈슨과 어니 엘스, 데이비드 톰스 등도 최근 챔피언스 투어를 뛰고 있다.
나이가 됐다고해서 쉽게 올 수 있는 무대는 아니다. PGA 투어에서 최소 5승 또는 총상금 1500만달러 이상을 벌어야 출전권을 받을 수 있다.
최경주는 “PGA 투어에서 8승을 했고 통산 3300만달러 이상을 벌었기에 챔피언스 투어 직행 출전권을 받을 수 있었다”며 “22년 PGA 투어 활동 덕분에 이런 축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미국에서 챔피언스 투어는 PGA 투어 다음으로 인기가 높을 정도로 관심이 많다. 최경주가 우승한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의 총상금은 220만달러다. PGA 투어의 약 4분의1 수준이지만, LPGA 투어의 일반 대회 상금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출전 선수도 제한적이어서 80명 정도가 나온다. 컷오프가 없는 대회도 있다.
까다로운 조건에 출전권을 받기는 어렵지만, 자격을 갖추면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챔피언스 투어에 풀타임으로 활동하는 아시아 선수는 최경주가 유일하다. 통차이 자이디(태국)와 시게키 마루야마(일본) 등이 간간이 투어에 나오지만, 최경주처럼 풀타임으로 뛰지는 않는다.
최경주는 “이 같은 투어 환경 덕분에 미국에선 챔피언스 투어를 ‘ATM 투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대회에 나가면 돈이 나온다는 뜻으로 말 그대로 천국이다”라고 또 한 번 투어 분위기를 전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모여 있는 무대이니 가끔은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최경주는 “경기 중 잠시 중단이라도 되면 모든 선수가 클럽하우스에 모여 옛 얘기를 하곤 한다”며 “모이면 ‘누가 어떤 대회에서 어떻게 경기했는데, 그렇게 치던 애가 쟤다’라는 등 적어도 20~30년 된 추억을 꺼내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NFL 얘기가 나와서 ‘나는 댈러스에 사니까 카우보이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누군가 막 화를 내더라. 다행히 다른 친구가 ‘KJ는 한국인이라서 그렇다’고 해서 분위기가 잠잠해졌지만, 만나면 옛 얘기를 하거나 좋아하는 스포츠 얘기를 할 때가 많다”고 PGA 투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우승하고 나서 나름 기자회견을 하려고 준비했는데, 챔피언스 투어엔 그런 게 없더라”라며 멋쩍게 웃고는 “경기에 나서면 경쟁자가 되지만, 여유가 있고 서로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좋다”고 챔피언스 투어의 장점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