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혈투' 승리 이끈 전상현의 투혼 "좋은 승리 기운 느꼈다"

by이석무 기자
2024.10.23 18:19:02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우천으로 중단됐다 재개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라이온즈와 KIA타이거즈 경기. KIA 전상현이 6회초 2사 1, 2루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광주=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어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 입장에선 좋은 투수를 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범호 KIA타이거즈 감독은 2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박 3만에 재개된 삼성라이온즈와 202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에서 첫 번째 투수를 경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는 선발투수가 아닌 만큼 일부러 공개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만큼 이날 경기 재개 시점이 KS 전체 흐름을 가를 중요한 승부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기 재개 후 KIA가 상대할 첫 타자가 왼손타자 김영웅이었기 때문에 곽도규나 최지민 등 왼손 구원이 첫 투수로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이 컸다. 왼손 선발요원인 윤영철의 투입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이범호 감독은 좌우보다는 ‘좋은 투수’를 선택했다. 그가 선택한 ‘좋은 투수’는 전상현이었다. 전상현은 올 시즌 마무리 정해영과 더불어 KIA 불펜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이범호 감독이 가장 믿는 투수였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이범호 감독이 전상현을 선택한 이유는 역시 구위와 경험이었다. 여기에 김영웅이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면 다음 박병호 타석에서 다시 투수를 바꿔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이럴 경우 곽도규 카드를 경기 후반 쓸 수 없다는 고민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전상현을 선택한 이범호 감독의 결단은 100% 맞아떨어졌다. 전상현은 대량실점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주무기 슬라이더와 포크볼,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삼성 타자들을 하나 둘씩 요리했다.

첫 타자 김영웅에게 보내기 번트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김영웅의 번트 타구는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 떨어졌다. KIA 포수 김태군이 재빨리 잡아 3루에 공을 던져 2루 주자 르윈 디아즈를 잡아냈다.



삼성쪽으로 거의 넘어갈뻔 했던 흐름이 KIA쪽으로 넘어오는 순간이었다. 내친김에 전상현은 홈런타자 박병호 마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무사 1, 2루를 2사 1, 2루로 바꿨다.

전상현은 좌타자 윤정빈과는 신중한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줘 2사 만루에 몰렸다. 하지만 이재현을 상대로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주무기 슬라이더로 힘없는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해 절체절명의 위기를 실저없이 막아냈다.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전상현은 수비 실책에도 흔리지 않았다. 두 타자 류지혁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KIA 유격수 박찬호가 처리하지 못하고 놓쳤다. 무사 1루 위기에서 김지찬에게 희생 번트를 내줘 1사 2루 위기에 몰렸다.

다른 투수라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었지만 전상현은 달랐다. 이틀 전 홈런포를 쏘아올린 김헌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좌완 곽도규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곽도규 역시 디아즈를 삼진으로 잡아내고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전상현의 눈부신 역투로 흐름을 가져온 KIA는 결국 7회말 공격에서 삼성 불펜진의 난조를 틈타 4점을 뽑아 5-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1⅔이닝을 무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전상현은 데일리 MVP에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불펜 투수 중 구위가 가장 좋은 투수라고 판단했다. 투수코치들도 같은 생각이었다”며 “오늘 경기의 최대 승부처로 봤기 때문에 정공법을 택했다. (전)상현이가 감독의 기대대로 위기를 잘 막아줬다”고 칭찬했다.

전상현은 “야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접해보는 상황이었는데 1차전에 우리에게 좋은 기운이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위기를 막으면 역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1차전을 이겨 굉장히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