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시간 돌린다면? 1996년 돌아가 유럽 도전할 것"(인터뷰)

by이석무 기자
2016.07.25 14:41:49

24년 간의 화려했던 프로선수 인생을 마감하고 제2의 축구인생을 준비하는 김병지. 사진=프로축구연맹
24년간의 화려했던 선수 인생을 마감한 김병지. 사진=연힙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병지(46)가 지난 19일 화려했던 선수 인생을 마감했다. 김병지는 자신의 SNS를 통해 “그동안 고마웠다. 선수로서 보낸 35여 년을 추억으로 저장하겠다”며 공식 은퇴를 발표했다.

밀양중학교 재학 시절 처음 축구를 시작한 이래 35년을 그라운드에서 선수로 살았다. K리그에서만 24년을 뛰면서 통산 706경기 출번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역대 리그 통산 무실점 경기(228경기), 153경기 연속 무교체, K리그 최초 골키퍼 득점 등 숱한 기록을 남겼다. 2014년 11월 15일에는 최고령 출전 기록(44세 7개월 6일)도 넘어섰다.

국가대표로서 두 번의 월드컵을 경험하며 A매치 61경기에 출전했다. 오랫동안 선수로 활약한 만큼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많았다. 하지만 24년간의 프로선수 인생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알차게 채워졌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한국 축구의 역사이자 개척이었다.

▲“골키퍼 출신 첫 해설위원, 골 순간의 긴장감 제대로 전할 것”

최근 김병지는 선수 시절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제2의 축구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병지는 “선수 시절에는 경기 핑계로 약속들을 거절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못하니까 더 바쁜 것 같다. 그래도 현역 시절 때와 마찬가지로 술, 담배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지는 최근 스포츠 전문채널인 SPO TV와 해설위원 계약을 맺었다. 다가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16~2017시즌 중계를 맡을 예정이다. 골키퍼 출신 최초의 해설위원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병지는 해설위원 제의를 수락한데 대해 “해설을 맡게 되면 자연스럽게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빨리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골키퍼 출신 해설가의 장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골키퍼는 경기장에서 나른 제외한 우리 팀과 상대 팀 선수 21명의 움직임을 다 본다. 전체적인 판이 움직이는 것을 다 이해할 수 있다”며 “축구는 골이 꽃인데 골키퍼는 먹느냐, 막느냐의 순간에 맞닥뜨린다. 순간의 긴장감을 디테일하게 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골키퍼 코치 아닌 감독이 목표...내 색깔 가진 팀 만들고 싶다”

김병지는 지도자로의 변신도 준비하고 있다. 김병지는 ‘골키퍼 코치’가 아닌 ‘감독’이 목표라고 분명히 말했다. “골키퍼 관련 라이센스는 다 땄다. 필드는 A급 지도자 자격증만 남았다. 골키퍼 코치가 목표는 아니다. 지도자 길로 간다면 감독이 목표다. 감독이 돼서 내 색깔을 가진 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고 강조했다.



주목할만한 후배 골키퍼를 지목해달라고 부탁했다. 김병지는 “신화용, 유상훈, 유현 등 좋은 선수들은 많다. 하지만 나 같은 선수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능력을 떠나 자신과 같은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이다.

김병지는 “나는 빌드업하고 적극적으로 공격 실마리를 풀어주려는 골키퍼였다. 스위퍼 역할까지 책임지려고 노력했다. 과거 감독님들이 세계 축구를 많이 접하면서 그런 역할까지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김병지는 프로선수 말년에는 후배들로부터 ‘형’이 아닌 ‘삼촌’으로 불렸다. 감독, 코치보다도 나이가 많았던 적도 있으니 그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래서 어린 후배들을 보면 남다른 감정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녔다.

거쳐온 길이 긴 만큼 젊은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그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업다운이 오게 마련이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복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아픔을 극복해야 할 시간이 올 때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을 잘 찾는 게 중요하다”고 털어놓았다.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유럽에서 뛰고 싶어”

마지막으로 김병지에게 만약 다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물었다. 좋았던 시절을 다시 느낄 수도 있겠지만 후회로 남아 있는 시간으로 돌아가 아쉬움을 풀 수도 있을 터.

1998년 골키퍼 최초의 필드골을 터뜨렸던 때가 될 수도 있고 최고의 활약을 보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무리하게 공을 몰고 가다 실점 위기를 자초한 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 밖에 난 2001년 1월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병지는 뜻밖에도 “1996년”이라고 답했다.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몸 상태가 좋았던 시기였다. 그는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 바람일 것이다. 나는 1996년의 몸 상태라면 유럽 무대에 도전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진출 얘기가 있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 당시는 지금처럼 마음대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며 “유럽에서 뛸 기회를 갖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