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희수-조인성 "앤서니 타격, 움찔했죠"

by박은별 기자
2013.05.16 18:35:50

타자로 변신한 앤서니. 사진=KIA
[광주=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움찔했죠.”

SK 박희수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KIA 투수 앤서니와 맞대결이 그리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15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 SK 경기에서 박희수와 앤서니의 맞대결은 화제가 됐다. 양팀을 서로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의 연장 승부였기 때문. 그것도 서로 마운드에서가 아닌 투수와 타자로 맞붙어 더욱 팬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기 충분했던 장면이었다.

연장 10회초 투수가 앤서니로 교체된 후 지명타자로 나간 최희섭을 1루수로 돌리는 바람에 9번 타순으로 앤서니가 타석에 들어서야했던 것. 결국 10회말 첫 타자로 나선 앤서니는 박희수의 초구, 2구, 3구까지 모두 차분히 기다렸다. 볼카운트 1S-2S. 앤서니는 그렇게 가만히 서있다가 물러날 듯했지만 4구째를 노려 방망이를 힘껏 휘둘러봤다. 빗맞는 바람에 파울로 연결됐지만 가만히 서있다 갈 것 같았던 앤서니의 스윙 솜씨에 SK 배터리는 움찔할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론 5구째 변화구에 앤서니가 방망이를 다시 휘둘렀지만 헛스윙에 그치고 말았다. 삼진 아웃. 결과적으론 박희수의 승리였던 셈이다.

당시 SK 포수였던 조인성은 “가만히 서있더니 갑자기 휘둘러서 깜짝 놀랐다”면서 “그래서 바로 슬라이더 사인을 내 변화구로 잡아냈다”고 말했다.

앤서니의 깜짝 스윙에 화들짝 놀란 건 박희수도 마찬가지였다. 박희수는 “초구, 이구 가만히 있길래 가볍게 던지긴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깥쪽 꽉찬 코스로만 보고 던졌다. 2S 이후에 아마 가운데로 공이 갔다면 큰 걸 맞았을지도 몰른다. 움찔해서 바로 변화구를 던졌다. 투수에게 안타 맞고 화제가 되기 싫어서 안타를 안 맞으려고 더 집중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KIA 벤치 역시 놀랐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최희섭의 헬멧과 방망이를 빌려간 앤서니에게 타격 코치는 그냥 가만히 서있다 오라는 지시를 했다. 괜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지만 앤서니의 의욕이 앞섰던 모양이었다.

선동열 KIA 감독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허허 웃어보였다. “가만히 서있으라고 했는데…. 최정까지만 상대하고 바꾸려는 생각이었는데….”고 말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박희수의 승리였다. 앤서니는 패전의 멍에를 썼다. 박희수는 9회 무사 만루 끝내기 위기를 막아내는 등 호투한 반면 앤서니는 11회초 최정을 몸에 맞는 볼, 김상현을 안타로 내보냈고 송은범이 폭투로 결승점수를 내주는 바람에 지고 말았다.

안타를 쳐내지 못한 아쉬움에서였을까. 앤서니는 16일 광주 SK전에 앞서 훈련이 시작되기 전 배트를 들고 배팅볼에 맞춰 스윙연습을 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번트를 대보기도 하는 등 아쉬움을 달래려는 모습들을 보였다.

앤서니는 “관중 소리도 들리고 본능적으로 스윙을 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방망이가 돌아갔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오늘 연습은 별 의미는 없었다. 연습을 하면 잘 칠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할대 타율을 기록했던 경험도 있다”며 타격에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