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장관 "국위 선양에 스포츠 가치 두지 않겠다"

by이석무 기자
2019.01.25 14:12:23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혜 교육부 장관, 도종환 문체부 장관, 진선미 여가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도종환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이 “더이상 국위선양에 스포츠의 가치를 두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도 장관은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사회관계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브리핑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도 장관은 “스포츠의 가치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최선을 다해 뛰고 달리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결과에 승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이루며 사는 것이다”며 “이러한 스포츠의 참된 가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도록 하겠다. 그러한 가치 위에 2032 올림픽을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반복되는 체육계 비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체육계에 만연한 ‘성적 지상주의’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며 “국위선양에 이바지한다는 목표 아래 극한의 경쟁체제로 선수들을 몰아가고, 인권에는 눈을 감는 잘못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도 장관이 밝힌 여러 방안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한올림픽위원회(KOC)를 대한체육회에서 분리하는 것이다. KOC는 대외적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한국 체육을 대표하는 단체다. 산하 가맹단체를 통해 엘리트 체육을 육성하는 대한체육회와 별개의 단체로 운영되다 2009년 두 단체가 통합했다.

도 장관은 “2016년 3월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할 당시 KOC를 독립해 분리하자는 논의도 있었다”며 “양 단체 통합의 취지는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KOC가 통합체육회로부터 분리되지 않아 올림픽 등 엘리트 스포츠에 치중하느라 생활체육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엘리트 위주의 선수육성시스템을 개선하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의 진정한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KOC를 통합체육회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 장관은 “아무리 국제대회 성적이 좋은 종목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성폭력 사건처럼 국민의 지탄을 받는 종목에 대해서는 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주요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에 대한 보상으로서 운용돼 온 경기력향상 연금 제도와 병역특례에 대해서도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도 장관은 “개혁을 위해서는 정부와 체육계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올림픽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지금과 같은 높은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체육계 구조개혁을 더 이상 미룬다면, 폭력과 성폭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스포츠는 더 이상 즐거운 일이 아닌 길고 어두운 동굴을 참담하게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체육계 비리를 뿌리 뽑고 스포츠가 선수에게도 국민에게도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지는 자세로 앞장서겠다”며 “더 이상 스포츠 강국이라는 미명하에 선수들이 고통 받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앞장서 노력하겠다. 스포츠강국에서 스포츠선진국으로 나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