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합헌] 9월28일 시행 엔터업계 '혼선' 우려

by김은구 기자
2016.07.28 14:13:02

걸그룹 아이오아이가 지난 5월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드림콘서트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아이돌 그룹 소속 가수 K는 대학생이다. 가수 활동과 대학 생활을 병행하다보니 강의를 듣지 못하는 등 학업에 충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A 교수는 그런 K의 상황을 잘 알기에 다양한 부분에서 배려를 해줬다. 같은 학과 친구들도 K의 학업에 무리가 없도록 신경을 써줬다. K는 소속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에 평소 대학 생활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초청하기로 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28일부터는 K가 학교 친구들에게 자신의 공연 초대권을 주는 것은 괜찮지만 교수를 통해 선물을 하면 안된다. 교수도 각급 학교 및 학교법인의 임직원에 해당하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이기 때문이다.

◇초대권 어쩌나…업무 진행 혼선 우려

엔터테인먼트업계 대형 기획사, 제작사들에서는 법무팀이 소위 김영란법과 관련한 ‘행동강령’을 마련 중이다. 그동안 일상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해 온 업무들도 법 적용 범위에 포함될 수 있어 혼선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공연 초대권이 그 한 예다.

공연에 앞서 가수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인을 초청할 수 있도록 초대권을 발급하는 것은 가요 기획사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평소 고마웠던 사람들을 공연에 초대함으로써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영란법 시행 후에는 초대권 한 장을 보낼 때에도 받는 사람의 신분, 직업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초대권에도 일반 티켓과 똑같이 가격이 명시돼 있어서다. 최소 한 장당 7만~8만원, 일반적으로 10만원 안팎이다. 더러는 직접 자신이 공연 티켓을 구매해 선물로 보내기도 한다. 직원 할인가를 적용받더라도 모두 김영란법에 명시된 선물 상한액 5만원을 초과한다.

무명 가수가 자신이 참여하는 콘서트가 성사될 수 있게 신경을 써준 한국콘텐츠진흥원 소속 담당자에게 공연을 현장에서 꼭 지켜봐달라는 의미에서 티켓을 선물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콘진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이다.

공연기획사 A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초대권에 가격을 적지 않았는데 무료라는 인식 때문에 공연장에 오지 않아 초대권 자리가 공석인 채로 공연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초대권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명기한 것인데 김영란법 때문에 공연 관람을 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서까지 다시 가격을 지워야 하는 건지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PD는 안되지만, 영화감독은 괜찮다?



연예인 매니저들은 방송사 PD를 만나는 게 부담스러워질 거라고 입을 모은다. 캐스팅뿐 아니라 드라마 등에서 캐릭터의 설정 등에 대해 논의를 하다 보면 회의실에서 만나도 자연스럽게 식사로 자리를 옮기기 일쑤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가격을 1인당 3만원 이하로 맞추도록 신경을 쓰면서 식사를 한다면 서로 불편한 자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푸념이 나온다. 신인 연예인의 매니저는 자신의 연예인을 PD에게 어필하기 어려워지면서 기존 스타들만 입지를 공고히 하는 연예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드라마, 예능 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수립, 진행하는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범위가 모호한 부분도 있다. 연예기획사 B사 측은 “방송사는 언론사에 포함되는 만큼 PD도 법 적용 대상이다. 외주제작사 PD와 AD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영화 감독은 언론사 소속이 아니어서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며 “우리에게는 다 같은 ‘감독님’”이라고 설명했다. MBC에서 드라마 PD 생활을 시작해 외주제작사 소속으로도 ‘하얀거탑’ 등을 연출한 안판석 PD는 지난 2006년 영화 ‘국경의 남쪽’의 메가폰을 잡은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업계 “일단 지켜보겠다”

해외 영화 직배사들은 신작 영화 홍보를 위해 매체에 속한 영화 기자를 초청, 해외에서 영화를 시사하고 배우 및 감독을 인터뷰하는 정킷(Junket)을 못하게 된다. 정킷은 ‘공무원들이 공금으로 유람삼아 다니는 시찰’을 의미하는 속어인데 영화에서는 중요한 마케팅 행사다. 한국에 외국 배우들을 데려오는 대신 기자들을 해외에 초청, 영화와 배우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한국 관객들의 관심을 높인다. 특히 정킷은 한국 관객들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는 행사이기도 하다. 해외 유명 스타를 한국에 직접 데려오는 것보다 시간, 비용적 측면에서 이점도 있다.

가수 기획사들은 소속 가수 콘서트에 취재진을 초청하는 것도 못하게 된다. 유가의 공연장 객석을 취재진에게 제공해야하기 때문이다. 콘서트 취재를 요청하는 것은 공연을 통해 가수가 노래와 퍼포먼스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관객들의 반응은 얼마나 열광적인지를 대중적으로 확인시켜 인지도를 굳건히 하는 홍보의 일환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그 동안 진행해 온 홍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구나 적용 범위가 모호한 부분도 있어 일단 법이 시행되면 어떻게 적용이 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홍보가 뒷받침이 안되면서 흥행이 저조해져도 당분간 감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