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환이 말하는 제구 달인의 6가지 조건
by박은별 기자
2015.04.06 14:43:50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삼성 윤성환은 제구의 달인이다. 많은 감독들과 타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컨트롤 피쳐”는 윤성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빠른 볼은 아니지만 그가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가 제구에 있다.
윤성환은 “나는 원래 제구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아마추어 때까지 그는 제구보단 스피드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A,B,C로 나누면 B급, 중간 정도의 제구력이었다고 윤성환은 자평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윤성환은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좋은 컨트롤이 아니었다. 고등 때보다 대학교 때가 좋았고 프로 들어와서 더 정교해진 것 같다. 아마추어 당시 내게 더 중요한 건 제구보다 스피드였다. 어릴 때부터 컨트롤은 나에게도 숙제였다.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많이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리그 최고의 제구력 투수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비결이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노하우도 아낌없이 전했다. 윤성환이 그중 가장 강조한 건 한 가지. “제구도 기술이 중요하지만 결국엔 멘탈 싸움이다”고 했다.
“볼넷을 안 주려고 하는 생각을 언제부턴가 하게 됐다. 그 뒤로 볼배합이 공격적이게 됐고 그러면서 볼넷이 줄어들고 제구가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윤성환의 지난해 시즌 볼넷은 37개였다. 28경기를 소화하며 몸에 맞는 볼까지 다 포함해도 45개. 지난해 볼넷 1위 김광현(SK. 81개)보다 절반도 안 되는 수치다. 150이닝 이상 뛴 선발 투수 17명 가운데 제일 사사구가 적은 선수가 윤성환이었다. 2010년부터 5년간 550이닝 이상을 기록한 투수들 10명 중에서도 가장 적은 사사구 수치(126경기, 170사사구)를 보였다.
“볼넷을 안준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성적이 좋았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2009년 정도부터 제구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불펜으로 뛰던 2004년 이닝당 0.63개이던 볼넷 수치가 2009년부터 이닝당 0.26개로 줄었다. 그는 이후 1년 통틀어 사사구 30~45개 사이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볼넷에 대한 1년 목표는 없다. 볼넷을 줘야할 상황도 있겠지만 그 게임에는 최대한 볼넷을 안주려고 할 뿐이다. 나중에 시즌 끝나고 보면 최소 볼넷이 돼있더라. 선발 투수가 볼넷이 많은 날에는 이길 때도 있겠지만 거의 지거나 점수를 많이 주는 경기가 많다. 볼넷이 많은 선수는 방어율이 좋을 수가 없다. 확실한 내 신념 중 하나다.”
두 번째 비결은 실전 같은 연습피칭이다. 집중력, 제구를 높인 방법 중 하나다. 그에게 의미 없이 던지는 공은 없었다.
“어렸을 때는 아웃, 인코스 10개씩, 직구 몇 개, 커브 몇 개 이런 식으로 연습을 했는데 프로 들어와서 실전 피칭을 했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딱 그 말대로다. 게임 전에도 피칭 할 때는 무조건 코치님이 타석에 서주시고 현재 어느 팀과 경기를 하고 있고 타석에 어떤 타자가 들어섰는지 상상하고, 포수와 사인도 주고받는다. 라인업까지 다 짜고 볼카운트도 다 세고 실전 그대로 연습을 한다. 캠프 때 피칭도 마찬가지다. 2011년부터 시작한 내 연습법이다. 제구가 확 좋아졌다고 느낀 계기였다. 연습을 안 해도 잘하는 선수도 있지만 난 그런 타고난 선수가 아니어서 연습을 해야 자신감이 생기는 스타일이다. 연습을 실전처럼 하니 자신감도 생기고, 그게 멘탈과 연결된다. 그런 노력을 많이 했다.”
잘 던지던 투수도 한 번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연이어 볼이 나오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15구 연속 볼을 던진 투수도 있었다. 그럴 때 타깃을 다시 잡는 방법이나 노하우도 따로 있을까.
제구 달인 윤성환도 사실 그럴 땐 답이 없다고 했다. 한 번 흐트러진 밸런스를 순식간에 되찾아오기란 무리다. 그럴 때 그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포수, 코치들뿐이다.
“내가 게임 때 흐트러진 부분을 찾아내긴 쉽지 않다. 그런 건 코치님들이 도와주신다. ‘밸런스가 안 좋다’ ‘어깨가 일직 벌어진다’ ‘팔이 안 나온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면 감이 잡히는 건 있다. 무엇보다 제구가 흐트러졌을 때는 ‘힘을 빼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제구가 흐트러졌을 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더라.”
갑자기 밸런스가 무너졌을 땐 영상을 떠올릴 때도 있다는 게 윤성환의 설명. 그가 즐겨보는 동영상 1순위는 좌완 류현진과 우완 윤석민이었다. 그보다 어린 동생들이지만 그들에게도 배울 건 배운다.
“컨트롤은 일정한 밸런스에서 계속 던져야 비슷한 곳에 공이 갈 수 있다. 그래서 좋은 밸런스를 갖고 있는 투수들의 영상을 자주 본다. 밸런스가 딱 좋아 보이고 편하게 던지는 투수들이 있다. 현진이는 좌완이지만 워낙 밸런스가 좋아서 자주 보고, 석민이도 어렸을 때부터 주의 깊게 봤다. 좌완 최고는 류현진, 우완 최고는 윤석민 아니겠는가. 일본 스기우치, 마에다 등 볼은 느려도 컨트롤 좋은 투수들의 동영상을 자주 본다. (임)창용이 형이나 (오)승환이한테도 일본 다른 선발 투수들이 던지는 거나 연습하는 게 어떤지 물어보기도 했다.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제구에 고민이 있는 후배들에게도 그런 조언도 많이 한다. 잘하는 선수들의 공통점은 분명 있다. 나 역시 게임 전이나 마운드에서 흔들렸을 때도 그 영상이 생각 날 때가 있다.”
타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코스이자 반대로 투수들에겐 성공확률이 높은 코스는 바깥쪽 낮은 볼이다. 윤성환이 제구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 부분에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투수들에게 제일 어려운 부분인 바깥쪽 낮은 코스를 스트라이크존에 살짝 넣었다 뺐다 하는 능력이 뛰어난 투수다”고 칭찬한 바 있었다. 윤성환에게 비결을 물었다.
“여기에 던지면 타자 타율은 한 1할대가 될 것이다. 따로 연습한 부분은 없는데, 아까 말한 대로 시뮬레이션 피칭을 하는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바깥쪽은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자신은 있다. 몰리는 것도 있는데 많이 던지다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냥 꽉 차게 보고 던지면 된다. 선동열 전 감독님이 위기 때 마운드에 올라오시면 이 이야기를 해주셨다. ‘꽉 차게 낮게 던져. 맞아도 된다”였다. 저기만 던지면 이긴다고 하는 확신,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 나 역시 지금도 컨트롤에 대한 고민은 있다. 그 쪽 코스에 10개를 던지면 10개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컨트롤은 아니고 실투가 아직도 있다. 실투를 최대한 줄여나가고 잘 될 때, 안될 때 차이를 줄여나가는 게 최고의 선수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 후배들이 그에게 ”제구 좋아지는 법“에 대해 묻는다. 그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이것이었다. 볼카운트다.
”2볼, 그리고 2스트라이크에 던지는 제구는 멘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것을 똑같이 던질 수 있는 선수는 얼마 없다. 그게 멘탈 싸움이다. 2S에는 초구 볼이 되도 상관없고 2B에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던져야하니까 볼카운트를 생각 안할 수 없는데, 그럴 때일수록 더더욱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유리한 볼카운트에 맞는 건 자신 있게 던지다 맞는 것이지만 2B에 자신 있게 던지다가 맞는 사람은 없다. 공을 밀어 넣다가 맞는 것이다. 그때 던지는 볼은 투수가 느끼기에도, 타자가 느끼기에도 확실히 차이가 있다. 내가 제구가 멘탈 싸움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