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결승전은 운명의 한일전...한 경기에 모든게 걸렸다

by이석무 기자
2018.08.30 12:53:28

아시안게임 2연패에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산전수전 다 겪고 이제 한 경기만 남았다. 이기면 원하는 모든 것을 얻는다. 반대로 지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물거품 된다.

4강에서 ‘박항서 매직’을 앞세운 베트남의 돌풍을 잠재운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운명의 ‘한일전’을 펼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9월 1일 오후 8시 30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결승전을 펼친다.

대표팀은 지난 29일 파칸타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이승우(헬라스 베로나)의 멀티골과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대회 9호 골에 힘입어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을 3-1로 물리쳤다.

일본은 곧이어 같은 장소에서 열린 또다른 준결승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1-0으로 꺾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축구의 오랜 맞수인 한국과 일본이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결승 대결을 펼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년 전 인천 대회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8강에서 맞붙었다. 한국이 1-0으로 이기고 준결승에 진출했고 우승까지 차지했다.

지금 대표팀은 사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반둥 쇼크’라 불리는 말레이시아전 충격패 이후 정신력을 재무장한 뒤 달라진 투지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토너먼트에서 우승후보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연파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 골도 내주지 않은 베트남의 수비도 무려 3골이나 터뜨리며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이번 대회 6경기에서 9골이나 터뜨리며 득점왕을 예약한 ‘갓의조’ 황의조의 골 감각은 절정에 이르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캡틴’ 손흥민은 자신을 버리고 조력자로서, 리더로서 팀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10대 시절부터 신이 내린 재능으로 인정받았던 이승우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존재감을 발휘하며 차세대 한국 축구 에이스임을 증명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골키퍼 조현우(대구)도 든든하게 골문을 지키며 ‘월드컵 스타’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 밖에도 논란을 딛고 공격에서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황소’ 황희찬(잘츠부르크), 전 경기를 풀타임 소화하는 ‘체력왕’ 김진야(인천), 중앙 수비의 중심축을 책임지는 김민재(전북) 등 모든 선수가 하나가 돼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제 마지막 고비만 넘으면 한국 축구는 사상 첫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룬다. 선수들은 금메달과 함께 병역혜택이라는 날개를 달고 더욱 높이 날아 오를수 있다.

일본이 상대로 결정되자 대표 선수들의 투지는 더욱 끓어오르고 있다. 수비수 김민재는 “선수들도 일본과 결승전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일본이 결승에 올라와서 진다면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뛰어내려야 한다는 농담을 했다. 져서는 안 되는 상대”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여태까지 슬픈 모습을 많이 보여 드렸는데 이제 정말 대한민국에 기쁜 뉴스를 보내드리고 싶다”며 “이제는 여기까지 왔는데 못 하면 바보다. 특별히 각오가 필요 없을 만큼 뒤도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승우도 “모든 선수가 결승전 한 경기만 보고 왔다. 그런 만큼 잘 준비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21세 이하 선수들로 이번 대표팀을 구성했다. 와일드카드도 없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은 성인대표팀과 U-23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우리가 확실히 앞선다. 모리야스 감독도 “한국은 당연히 강한 팀이다. 힘든 결승이 될 것이다”며 열세를 사실상 인정했다. 일본은 우리가 3-1로 크게 이겼던 베트남에게 조별리그에서 0-1으로 졌다.

일본은 결승까지 올라오는 데 있어 대진운 덕도 봤다. 조별리그 2승1패를 기록, 베트남에 이어 D조 2위로 16강에 오른 뒤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들을 이기고 올라왔다.

일본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9골을 기록했다. 측면과 가운데 2선 공격수로 나서는 이와사키 유토(교토 상가)는 4골을 기록하며 일본 공격을 이끌고 있다. 한국 수비진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다.

황의조와 감바 오사카에서 한솥밥을 먹는 하쓰세 료는 좌우 측면 수비수지만 킥 능력이 좋다. 지난해 일본 A대표팀에서도 세트피스 전문 키커로 활약했다. 베트남에 프리킥으로 1골을 내준 우리로선 세트피스 상황에서 하쓰세의 발끝을 경계해야 한다.

한편,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은 4강에서 한국에게 패해 기세가 꺾였다. 하지만 돌풍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9월 1일 UAE와의 3·4위전에서 승리하면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획득한다. 베트남은 이미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왔다. 동 메달은 ‘박항서 매직’의 달콤한 결실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