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구렁이? 너흰 꽃뱀·살모사야"..뱀띠 女골퍼 3인방 유쾌한 수다
by김인오 기자
2013.01.07 16:34:28
능구렁이 혜윤이는 "기복도 없고 침착, 가끔 능글맞아 보여"
꽃뱀 재은이는 "예뻐서 오해 받는데 훈련량은 최고에요"
살모사 현화는 "엄청 노력파에요. 올해는 독 품었대요"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혜윤, 정재은, 심현화(왼쪽부터)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1989년생 동갑내기인 세 선수는 계사년 뱀띠 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사진=김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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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김인오 기자] “오라버니, 오래 기다리셨죠?” 낮 기온이 영하 10도에 이를 정도로 매서웠던 지난 2일,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세 명의 프로골퍼들은 1시간 넘게 기다린 기자에 대한 미안함을 장난스런 인사로 대신한다. ‘불혹을 맞은 기자에게 오라버니?’ 잠시 당황했지만 조카뻘인 선수들의 천진함에 지루함은 사라지고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혜윤(24·KT), 정재은(24·KB금융그룹), 심현화(24·토니모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10년 넘게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또한 1989년에 태어난 동갑내기 뱀띠들로 계사년(癸巳年) 뱀띠 해를 맞는 각오가 남다르다.
인터뷰에서 기자의 역할은 크지 않았다. “자신과 닮은 뱀이 있다면?” 첫 질문이자 마지막 질문이었다. 사생활을 공유하고 서로의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인지 뱀띠 골퍼 3인방의 유쾌한 수다는 1시간 넘게 이어졌다.
김혜윤은 능구렁이, 정재은은 꽃뱀, 심현화는 살모사라고 대답했다. 그들의 외모와 절묘하게 닮아있었지만 실상은 올해 자신들의 목표가 캐릭터에 녹아 있었다.
KLPGA 투어 통산 4승의 김혜윤은 경쟁자들을 주눅들게 만드는 숏게임 능력을 지니고 있다. 장타력은 없지만 매 대회 상위권이다. “경기를 해보면 얼마나 능글맞은 선수인지 알 수 있다”고 친구들은 입을 모았다.
김혜윤은 “투어에서 최고는 아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다”면서 “4승 중 육지 우승이 없다. 상금왕도 좋지만 올해는 육지 우승이 먼저다”라고 소박한 목표를 밝혔다.
‘꽃뱀’ 정재은은 아직 우승이 없다. 200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지만 정작 프로 무대에서는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사랑하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정재은은 “우승을 못하니 주변의 관심도 멀어졌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을 해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연말 시상식에 오르고 싶다. 정말 할 말이 많다”고 밝혔다.
심현화는 “살모사를 닮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투어 첫 우승을 거둔 심현화는 상금 랭킹 2위에 올라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상금 랭킹 63위까지 떨어졌다.
독기를 품지 않으면 이대로 잊혀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진가를 알아주는 스폰서가 나타난 것. 심현화는 “지난해는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속상했는데 새로운 스폰서가 자신감을 심어줬다. 자라는 기업이라 초심으로 돌아가려 한다. 우승이 1차 목표다”고 각오를 전했다.
힘든 1년을 보낸 심현화의 얼굴에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분위기 메이커인 정재은은 “현화는 엄청 노력파다. 그리고 성실하다. 분명히 목표를 이룰 것이다”며 응원을 했다. 이때부터 대화는 서로의 장점을 얘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정재은의 칭찬에 심현화는 “재은이는 억울한 면이 많은 친구다. 시즌이 끝난 후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외모 탓인지 운동을 게을리한다는 오해를 많이 받는다. 그의 훈련량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화답했다.
김혜윤은 정재은에 대해 “천재성이 다분하고 운동 신경도 우리 중 제일 뛰어나다”고 칭찬에 동참했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김혜윤의 색다른 모습에 다른 두 선수는 “넌 완벽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재은은 “혜윤이는 감정 기복이 없다. 주위에 말에 휩쓸리지 않는다”고 했고, 심현화는 “자기에게 딱 맞는 스윙을 갖고 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고 설명했다.
긴 겨울잠을 자는 뱀은 얼었던 땅이 녹고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 되면 깨어난다. 하지만 뱀띠 골퍼들은 예외다. 이들은 봄에 시작되는 투어를 위해 겨우내 구슬땀을 흘린다.
정재은은 전지 훈련 장소를 태국으로 잡았다. 8일 출국하는 정재은은 “두 달 일정으로 떠난다. 최근 드라이버 샷이 좋지 않아 집중 훈련할 계획이다. 체력 훈련은 열심히 했으니 최대한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역시 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김혜윤은 “아이언, 특히 롱아이언이 좋지 않아 파온율이 떨어진다. 샷을 교정하고 있는 중인데 이번 전지 훈련에서 확실히 잡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심현화는 지난 4일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떠났다. 심현화는 “전체적인 스윙 교정이 필요하지만가장 큰 목표는 내 스윙을 만드는 것이다. 효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4월 첫 대회를 보면 안다.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뱀띠라고 주목받는 건 분명 부담스럽다. 하지만 기분 좋은 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새로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뱀띠 세 친구의 활약이 기대된다.
▲출생 : 1989년 11월 15일 ▲데뷔 : 2007년 KLPGA 입회 ▲수상 : 2008년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우승 등 통산 4승 ▲경력 :KLPGA 3, 4대 홍보모델
▲출생 : 1989년 5월 16일 ▲데뷔 : 2006년 KLPGA 입회 ▲경력 :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출생 : 1989년 1월 28일 ▲데뷔 : 2008년 KLPGA 입회 ▲수상 : 2011년 롯데마트 여자오픈 우승 ▲경력 : KLPGA 4대 홍보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