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늘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한다"

by박은별 기자
2015.03.31 12:23:20

이호준. 사진=NC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이호준은 올해가 지나면 소속팀 NC와 FA 계약이 끝난다. 올해 나이 마흔. 지금까지 해왔던 선수로서의 시간보다 남은 선수로서의 시간이 더 적은 요즘, 이호준도 생각이 많다.

은퇴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 거짓말이다. 지난해처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면 언제든 그만 둘 의사는 있다. 그는 “은퇴는 언제든 준비는 돼있다”고 말했다.

은퇴를 결정한 많은 고참들이 그에게 여러 조언들을 건넨다. “화려하게 떠나든 초라하게 떠나든 떠나는 건 어차피 다 똑같다. 선수 생활은 길게 하면 할수록 좋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절정의 순간에서 은퇴를 결심한 선수나, 초라하게 은퇴를 하게 된 선수나 다 같았다. 선수 생활이 그리워지는 건 똑같다.

그럼에도 이호준은 “그래도 난 구차하게 선수 생활을 끌고 가고 싶진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경문 NC 감독의 말이 그의 마음을 다잡게 했다. “호준아. 내가 오더지에 네 이름을 쓸 때 못쓰고 주저하게 되면, 그때 은퇴해라.”

이호준도 동감했다. “대타나 한 번씩 나가서 치는 것보단 멋있게 떠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가 좀 고민이긴 한데, 내가 몸이 안 되고 체력이 안 되는데 계속 붙잡고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참 어려운 문제다. 냉정해야 한다. 미련을 떨쳐내고 은퇴시점을 정하는 건 그 어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호준도 마찬가지. 물론 그가 생각해 놓은 기준은 있다.

그는 “내 타이밍에 빠른 볼이 밀리거나 헛스윙을 자주 하면 그때는 은퇴를 생각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어려운 볼도 아니고 실투성 볼이 왔는데 헛스윙을 하면 순발력이 떨어졌나, 이런 생각을 한다. 그럴 땐 머리가 바짝바짝 선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다시 1년을 만들어서 하겠다는 마음도 없고 그럴 땐 은퇴를 스스로 결정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기록에 연연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이호준은 올해 통산 8번째 300홈런에 15개, 통산 4번째 1100타점 고지에 68개 등 다양한 기록을 남겨두고 있다.

이호준은 “기록이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만약 홈런 1개가 남아서 선수 생활을 더 이어간다면 이해하겠지만 나는 일단 올해 15개 모두 치려고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내가 팀을 위해서도 해야 할 몫이다. 14개에서 홈런이 그친다면 그게 내 선수로서의 운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5시즌을 맞는 이호준은 긴장 속에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몇 년 전부터 그랬다. 언제, 어느 타석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한 타석 한 타석이 지금 이호준에게 정말 소중한 이유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한 경기 한 경기가 기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안타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물론 한다. 예전에는 경기 막판 점수 차가 많이 나면 ‘에이’ 이러고 들어왔는데 지금은 20점차가 나도 안타치려고 하고 볼넷 나가려고 하고 있다”면서 “나이 들면 철이 든다는 말이 정말 맞다”며 껄껄 웃었다.

사실 은퇴라는 말은 선수들에게 썩 반가운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호준이 이 말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는 물론 있다. 행복한 고참이라서다. 선수생활 막바지, 이호준은 감독 및 코칭스태프, 구단, 후배들에게 모두 인정받고 있는 고참 선수다.

그는 “이 팀에 온 게 정말 고맙다. 선수생활이 끝날 뻔 했던 건데 좋은 감독님 만나서 잘 풀렸고, 다들(다른 고참들) 나더러 부럽다고 하더라. 정말 NC에 온 걸 잘했고 고맙다. 그렇기 때문에 팀을 위해서 내가 자리에서 밀려난다고 하더라도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도 생각하고 있다는 이호준. 구단과 코치 연수를 약속했다고 귀띔했다. 이호준은 “은퇴 이후엔 가족들과 함께 연수를 갈 계획이다. 이번 캠프 때 처음으로 LA, 샌디에이고 야구장을 가봤는데 정말 뛰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미국 야구도 보고 싶다. 가족들, 구단과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구단에서도 해주신다고 하더라. 계획은 좀 짜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호준의 2015시즌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일단 개막 2연전서 8타수 3안타로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이호준. 그가 선수로 유니폼을 벗는 시기는 언제가 될까. 조금 먼 이야기인 듯싶은 2015시즌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