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니퍼트 불펜 카드', 이번엔 통했다

by박은별 기자
2014.07.12 21:23:02

사진=뉴시스
[잠실=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두산의 ‘니퍼트 불펜 카드’가 이번엔 통했다. 팀을 위한 니퍼트의 마음이 1승, 1승이 간절한 두산에 힘을 불어넣었다.

두산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 6-3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11일) 패배를 설욕하면서 한화와 상대전적은 5승3패를 기록했다.

에이스 니퍼트까지 투입된 경기였다. 7회 등판한 니퍼트는 9회 2아웃까지 공 28개로 실점없이 막아주며 두산의 마무리를 책임졌다.

선발 오현택이 한화 5번 타자 피에에게 고전하며 3.2이닝 동안 3실점을 하고 물러났다. 2회 2사 1,3루 위기서 더블 스틸을 내주며 첫 실점했고 4회엔 피에에게 홈런, 2루타 2방을 얻어맞고 스코어는 0-3이 됐다.

3회까지 한화 선발 김혁민에 막혀있던 두산 타선은 4회부터 제구가 흔들린 틈을 타 공략하기 시작했다. 4회 홍성흔의 투런포를 시발점으로 5회엔 정수빈이 빠른 발로 역전 점수를 만들어냈다. 허경민, 정수빈의 연속안타로 무사 1,2루. 김혁민의 와일드피치로 주자는 2,3루까지 나갔고 최주환의 희생타점으로 동점이 됐다. 또 한 번 김혁민의 폭투 때 포수 정범모의 실책까지 틈타 정수빈이 2루에서 홈까지 파고들었다. 홈에서는 세이프. 단숨에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엔 지키기 모드에 들어갔다. 두산 벤치는 마무리 정재훈을 6회에 투입하며 4-3 리드를 이어갔고 7회 깜짝 카드를 등장시켰다. 마무리 이용찬이 자리를 비운데다 이현승, 윤명준 등 필승조는 최근 타이트한 경기에 많이 나가는 바람에 체력적인 소모가 컸다.

니퍼트가 불펜피칭을 자청한 이유였다. 지난 9일 LG전(7이닝 2실점) 이후 3일만의 등판. 원래 이날은 경기 전 불펜 피칭을 하는 날이지만 니퍼트는 대신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자청했다. 니퍼트의 다음 선발 예정일은 15일 NC전. 체력적인 부분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니퍼트는 팀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동료 볼스테드가 퇴출을 당한 날. 그는 4강 싸움에 있어 중요한 고비가 될 이 시기에 팀에 할 수 있는 한,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니퍼트가 불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도에 한 차례 불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올시즌에도 6월21일 잠실 KIA전에서 한 차례 불펜을 자청했다.

그러나 당시엔 썩 결과가 좋진 못했다. ‘불펜 니퍼트’ 카드가 효과를 발휘하진 못했다. 그날도 선발로 오현택이 나선 날. 니퍼트는 4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게 막아주면서 분위기를 슬슬 가져오는듯 했지만 5회부터 내린 굵직한 비에 6회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결국 두산은 초반 내준 점수를 만회하지 못한 채 5회 강우콜드패를 당했다. 니퍼트까지 총투입한 경기에서 거둔 성적이라기엔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날은 달랐다. 이전 첫 불펜 등판은 59개의 공을 던진 후 사흘만의 피칭이었던데 반해 이번엔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진 후 맞는 불펜 등판이었다. 체력적으로 더 힘든 상황이었음은 당연한 일. 니퍼트는 모든 힘을 짜냈다.

4-3, 한 점차에서 7회부터 마운드에 선 니퍼트는 첫 타자 이용규에게 초구부터 안타를 맞고 불안한 출발을 했지만 정근우를 삼진으로 잡아 한숨을 돌린 뒤 김경언까지 내야 뜬공으로 처리, 2아웃을 만들었다. 그리고 2루로 뛰던 이용규를 잡아낸 포수 최재훈의 호수비까지 더해지며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니퍼트는 최고구속 150km를 찍는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들을 앞세워 한화 타자들을 요리했다. 8,9회 2아웃까지 실점없이 책임졌다. 두산 타자들은 니퍼트의 투혼에 힘입어 7회엔 2점을 더 보태 승기를 잡을 수있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니퍼트는 전날(11일) 투수들을 불러 모아놓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 하나를 전했다. “안타를 맞더라도 마운드에서 기죽지 말자.” 팀을 위한 니퍼트의 애정과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니퍼트는 그 말을 그라운드 안에서 직접 실천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