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고픈 엄태웅 vs 결혼하고픈 이범수, 40대男의 케미 전선
by강민정 기자
2014.01.14 16:21:57
| ‘우사우’의 엄태웅(왼쪽)과 ‘총리와 나’의 이범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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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 무심하게 흘러버린 세월 앞에서 자기 위안으로 내뱉던 여자들의 빤한 넋두리. 그 말이 이젠 남자들의 그럴듯한 변명이 됐다. 무심한듯 세심하게 여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배우 엄태웅.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어쩔 수 없이 심장을 뛰게 만드는 배우 이범수. 40대 즈음에 머문 두 배우들의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해보인다.
엄태웅과 이범수는 여심(女心)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엄태웅은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 미니시리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이하 ‘우사수’)로, 이범수는 KBS2 월화 미니시리즈 ‘총리와 나’로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드라마의 성격도, 캐릭터의 매력도 달라 1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 시청자들을 양분하며 여심을 공략하고 있다.
| 엄태웅은 극중 영화감독 오경수 역할로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겉으론 무심해도 속으론 세심한 경수의 매력에 30~50대 여성 시청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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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웅, 연애하고 싶다
‘우사수’의 엄태웅은 영화감독 오경수 역할을 소화 중이다. 오경수는 요즘 말하는 ‘혼자남’이다. 혼자 사는 남자다. 자기 일에 철두철미하다. 사극은 난생 처음 도전한다지만 자기 시나리오를 ‘완벽’이라고 표현하는 자신감이 있다. 수많은 여배우들과 열애설을 몰고다니는 ‘매력남’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여자와 엮일 땐 이 남자, 어딘가 묘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은 왠지 여자에게 오해의 소지를 안긴다. ‘이 남자, 지금 나 구해준거야? 나한테 관심있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밀물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여자를 위해 온 몸을 바닷물에 적시는 일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호의는 베풀어야 맛인데, 호감과는 조금 다르다. “이 남자 진짜 이해할 수가 없네”라고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는 여자주인공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오경수란 남자는 언뜻 보면 여자의 마음을 무책임하게 흔들어 놓는 ‘나쁜 남자’의 전형 같다.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배우 유진과 김유미, 둘 중 누구와 러브라인이 이어질지 가늠이 안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경수의 이런 매력에 빠진 시청자들은 보통 30~50대 여성.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우사수’의 주 시청층은 20~50대로 넓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집중된 곳이 30대 여성과 40대 후반 여성이다. 프로그램의 매력 포인트는 극의 주요한 인물인 오경수로 이어진다. ‘우사수’의 시청자 게시판 혹은 커뮤니티 사이트 등 게시판 반응을 보면, “오경수와 연애하고 싶다”는 반응이 눈에 띈다.
프로그램의 한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혼자남의 능력있는 모습과 함께 어딘가 모르게 아픈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듯한 분위기를 안고 있다”며 “오경수의 이런 이중적인 매력을 두고 드라마 속 내용과 비슷하게 기혼 시청자들이나 골드미스 여성들의 지지가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 배우 이범수는 ‘총리와 나’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가는 총리 권율 역으로 어린 시청층에게 색다른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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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결혼하고 싶다
‘총리와 나’의 이범수는 ‘우사수’의 엄태웅과 다른 지점을 보고 있다. 엄태웅이 오경수 역할로 연애 세포를 깨운다면 이범수는 결혼 세포를 자극하고 있다. ‘총리와 나’가 위장 결혼, 계약 결혼 등 결혼과 관련된 소재로 가족애를 전하는 메시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범수는 ‘총리와 나’에서 총리 권율 역을 연기하고 있다. 집에선 0점, 밖에서 90점 이상의 일을 해내는 권율. 세 아이를 뒀지만 아내는 사고로 잃었다. 가족에 대한 아픔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마주할 만큼 용기를 내진 못한다. 남다정(윤아 분)이라는 20대 꽃처녀와 결혼까지 이어질 줄 몰랐던 권율은 그로 인해 알게 되는 새로운 감정에 때 아닌 성장통을 겪고 있다.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지 못한 권율은 대외적으론 강인한 존재지만 그 안으론 연약한 인물이다. 불면증에 잠을 자지 못하고 남다정이 읽어주는 ‘천일야화’를 묵묵히 듣는 남편이다. 그럼에도 죽은 아내의 모습이 연상되는 남다정을 억지로 밀어내는 ‘두부 멘탈’의 소유자다. 한편으론 남다정에게 접근하는 강인호(윤시윤 분)에게 ‘폭풍 질투’를 느끼는 유치한 남자이기도 하다.
이런 권율의 캐릭터에 끌리는 건 의외로(?) 젊은 시청층이다. ‘총리와 나’가 10~30대 여성 시청층에서 소비되는 만큼 권율에 반응하는 연령대도 낮은 편. 이범수를 보며 “겉으론 퉁퉁거려도 속으론 마음이 넓은 ‘아빠’ 같은 남자 권율과 결혼하고 싶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40대이고, 극중 캐릭터도 40대인 이범수와 권율의 시너지가 젊은 시청자들에게 통한 셈이다.
‘총리와 나’의 한 관계자는 “윤아와 이범수의 ‘케미’에 설렘을 갖는 10~20대 여성 시청자들이 많다”며 “처음에는 윤아와 윤시윤의 러브라인에 기대를 걸었던 이들이 이범수가 연기하는 권율이라는 캐릭터에 끌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빠처럼 기대고 싶다가도 남동생처럼 챙겨주고 싶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며 “권율과 남다정의 향후 러브라인에 더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