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잠실구장, "김경태가 누구야"
by박은별 기자
2013.04.19 18:37:54
[잠실=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19일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리는 잠실구장. 한화와 두산의 더그아웃에서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이날 선발로 예정된 김경태(한화)였다. ‘김경태가 과연 어떤 선수인지’하는 궁금증에 쌓였던 것.
한화가 김경태를 선발로 발표하자 모두들 LG에서 뛰던 김경태 현 SK 재활코치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이름만 같을 뿐 무명에 가까운 4년차 좌완 김경태였다. 올 시즌 단 한 차례도 1군 마운드에 서지 않았다. 지금까지 2011, 2012년 지난 2년간 4경기, 2.2이닝에 나서 승패없이 1피안타 볼넷 3개 1실점,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한화는 최근 연패를 끊고자 파격적인 마운드 운용을 해온 팀이다. 선발과 중간 요원의 구분이 없어진 상태. 선발투수들을 대거 불펜 투입시키는 총력전을 치러왔다. 도저히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선수들이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일도 많다. 거의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김경태의 선발 낙점도 파격적인 일이었던 터.
정보가 워낙 없다보니 두산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2군에 있을 당시 김경태의 피칭을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선발을 분석해야 하는 상대 전력분석팀도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두산의 전력분석팀은 지난 밤 김경태가 어떤 선수인지 파악에 나서느라 분주했다. 2군에서 주로 있던 코치들에게 전력 분석을 맡겨놓았다. 최대 던질 수 있는 이닝이 2회라고 보고 오히려 그 이후 롱릴리프로 나설 김혁민 등 다른 투수들 분석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과연 다음 날 선발은 누구일지도 도통 감을 잡지 못했다. 두산 관계자는 “대체 내일은 누가 선발로 나올지 궁금하다. 예상이 잘 안되니 골치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대로 한화는 여유가 있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김경태를 잘 모르고 있다는 질문에 “나는 많이 안다”며 나름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그를 선발로 투입하는 이유에 대해 “기대 한 번 해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2회만 가면 많이 가는 것 아니겠냐. 지금 선발, 중간 의미가 없어서 2회까지 2점으로만 막아줘도 양호한 투수다”고 덧붙였다. ‘깜짝 카드’ 김경태에게 기대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크게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날 공교롭게도 두산 선발은 에이스 니퍼트다. 니퍼트와 김경태의 맞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로도 묘사되고 있다. 과연 잠실구장을 혼란에 빠트렸던 무명 김경태가 이날 어떤 기분 좋은 사고를 칠까.3연승으로 상승세를 달리던 두산, 한화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그의 어깨를 주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