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빛, "트랜스젠더에 대한 편견 줄었으면"(인터뷰)

by장서윤 기자
2009.07.28 19:52:10

▲ 최한빛



[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국내 첫 트랜스젠더 슈퍼모델로 선발된 최한빛(21,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씨가 "많은 관심에 감사드린다"며 "비슷한 상황에 있는 친구들이 더 당당해졌으면 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최씨는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진행된 '2009 슈퍼모델선발대회' 2차 예심을 통과, '슈퍼모델' 타이틀이 주어지는 본선진출자(32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트랜스젠더 후보가 슈퍼모델 대회에 출전해 본선에 진출한 것은 올해로 18번째를 맞는 대회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예심 후 최씨는 "항상 당당하게 살겠다는 부모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대회에 출전했다"며 "부모님에 관한 좋지 않은 댓글을 볼 때는 마음이 아팠다"고 눈물짓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 2일 슈퍼모델선발대회 1차 예심을 통과한 후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첫 트랜스젠더 슈퍼모델 출전 후보로 화제를 모았다.

한편, 2차 예심통과자 32명은 9월 25일 경남 거제시 거제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되는 슈퍼모델 한국본선대회에 출전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본선진출 소감은.

▲먼저 이렇게 많은 관심과 응원해주신 것 많이 감사드린다. 사실 모르는 사이에 기사가 나와서 많이 혼란스러웠고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이후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 모델의 꿈은 어릴 때부터 이뤄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라 현실 속에서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무척 큰 행복이다.

-어떻게 슈퍼모델 대회 출전을 결심하고 준비했나.

▲(성전환) 수술을 받은 후 세상에 나서는 것이 무척 두려웠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하는 사회 속에 뛰어드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부모님은 나에 대해 먼저 알아봐주시고 수술도 시켜주셨다. 그때 부모님과 '후회하지 않고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숨어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비난글 등에 시달리지는 않았나.

하룻밤 사이에 몇십만 명이 미니홈피에 방문해 깜짝 놀랐다. 사실 걱정도 했지만 악플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많이 응원해 주셨다. 그에 대해 무척 감사했다.



다만 '부모님 생각은 안 하느냐'는 댓글은 마음이 많이 아팠다. 여전히 힘든 부분도 있지만 부모님도 나를 많이 자랑스러워하시기 때문에 괜찮다.

▲ 최한빛

-언제부터 모델을 꿈꿨나.

▲남들 앞에 나서는 게 두렵지 않았고 좋았다. 그래서 다른 이들이 나를 보고 무언가를 느끼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을 선망하게 됐다.

-대회 출전에 대해 주위에서 어떤 반응이었나.

▲물론 부모님이 가장 많이 응원해주셨다. 친척들도 진심으로 자랑스럽다며 '혼자가 아니다. 그럴 자격이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이후 연예계 진출에도 뜻이 있나.

▲이번 본선진출만으로도 과분하다. 연예계 진출은 아직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름을 빌려 연예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나의 실력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 때는 해보고 싶다.

-특별히 관심가는 분야가 있나

▲연기나 광고 모델 쪽에 관심이 있다.

-본인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

▲주위에 나와 비슷하게 어릴 때부터 힘들어왔고 지금도 어려운 부분을 함께 겪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에게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말고 트랜스젠더가 아닌 평범한 여성으로 살고 싶다면 자신에게 당당했으면 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더불어 나로 인해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이후 계획이 있다면

▲본선까지 다른 31명의 동료들과 정해진 교육 일정에 열심히 집중하고 싶다. 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사진=김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