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나를 깨운 건 우리 시대"…박은옥과 40주년 프로젝트

by김은구 기자
2019.03.07 19:41:38

[이데일리 스타in 신태현 기자] 가수 정태춘과 박은옥이 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정태춘·박은옥 40 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는 정태춘·박은옥 부부 활동 40년의 음악사적, 사회적 의미를 조망하기 위해 2019년 연간 진행되는 기념사업으로 3월부터 11월까지 콘서트, 앨범, 출판, 전시, 학술, 아카이브, 트리뷰트 프로그램 등이 전국에 걸쳐 진행된다.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나를 깨워준 건 우리 시대다.”

가수 정태춘이 목가적인 노래를 부르던 포크 가수에서 민중가수로 변모한 과정을 이야기하며 이 같이 말했다. 정태춘은 아내인 가수 박은옥과 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프로젝트 간담회에서 활동의 변곡점이 된 7집 ‘아, 대한민국…’에 대한 질문에 “군사 독재, 광주민주항쟁, 시민들의 저항 같은 것들이 당시를 체험한 사람들에게처럼 내게도 똑같이 영향을 미쳤다”며 “그 시대의 변화를 위해 동참했고 그 땐 노래가 제게 정답이었다”고 말했다. 정태춘은 1992년 ‘아, 대한민국…’이 사전심의를 통과하지 못하자 문제의 부분을 묵음으로 처리해 발매를 했다. 1996년 사전심의제도가 철폐된 후 완곡을 LP로 재발매했다.

정태춘은 “‘아, 대한민국…’은 저항가수가 되겠다, 가수 활동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 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분노에서 나온 앨범”이라며 “창작자의 마음에 그런 분노가 없고성야 어떻게 제삼자처럼 그런 노래를 만들겠나. 내 안에서 솔직히 나온 분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박은옥은 “얼마 전 방탄소년단 소속사 방시혁 대표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를 봤는데 ‘분노와 불평이 동력이 됐다’고 했다”며 “그걸 읽으며 정태춘 씨를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남편의 사회적 활동과 관련해 “이 사람이 ‘초기 노래는 개인 일기였고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 모두의 사회 일기였다’고 말한다”며 “어떤 앨범이든 정태춘의 노래는 서정성과 서사성이 있다. 가장 안쓰러웠던 때는 1990년부터 음반 사전검열과 맞서 싸울 때였는데 정태춘씨가 가장 잘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태춘은 1978년, 박은옥은 이듬해인 1979년 각각 데뷔를 했다. 이들 부부의 40년을 조명하기 위해 지난 1월 144명이 모인 기념 프로젝트 사업단이 꾸려졌다. 4월 초 이들 부부는 7년 만의 앨범 ‘사람들 2019’를 발매하고 4월 13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 ‘날자, 오리배’에 돌입한다. 정태춘의 시집, 에세이 형식의 가사 해설집 출간도 예정돼 있다.



10년여를 음악 창작 작업을 하지 않았던 정태춘이다. 그는 “9집 ‘정동진/건너가다’와 10집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를 내며 시장에서 철저히 반응이 없는 상황을 맞았다. 나름 고민을 담았다고 여겼는데 피드백이 없었다”며 “노래는 나의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었는데 그걸 담기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40주년을 맞아 주위의 권유로 다시 음악을 준비했다. 이들 부부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일까?

“나의 존재와 실존적인 고민,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노래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정태춘)

“다음 생에 태어나도 음악 하는 사람이고 싶다. 정태춘 씨처럼 재능이 있었으면 좋겠다.”(박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