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신구장 논란, NC만의 고민 아니다

by정철우 기자
2013.01.30 12:14:53

박완수 창원 시장이 30일 NC 새 홈구장을 진해 육군대학 부지에 건설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 위>
박완수 창원시장이 NC 개막전을 찾아 “유쾌, 상쾌, 통쾌한 NC다이노스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사랑과 성원이 절대적이다”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 아래>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통합 창원시가 야구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신구장 입지로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를 최종 확정했다. 야구계는 그야 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 그 어느때 보다 기존 구단들을 포함한 야구계 전체의 단합된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원시는 진해 육군대학 부지가 대규모 스포츠를 통한 지역 균형발전, 해양레저와 야구 융합으로 스포츠비즈니스 문화 창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및 신항과 연계한 도시 성장 가속화 등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남아 경제와 산업 허브인 창원시의 상징물로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어 한국프로야구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야구계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논리다. 창원시를 이루고 있는 창원,마산,진해 중 가장 인구가 적은 지역, 여기에 교통도 불편해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말 경기를 제외하면 관중 몰이가 크게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실제 육군대학 부지는 사전 조사에서 34개 후보지 중 11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약속된 2016년 3월 완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현재 진해육군대학부지는 2014년 11월까지 소유권이 국방부 소유로 돼 있다. 소유권 이전이나 토지 용도 변경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기한 내에 야구장이 지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나 창원시는 “관련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강화하여 신속한 행정절차 이행을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대안만을 제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당사자인 NC 다이노스 구단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구장 건설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창원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야구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계속 지자체의 일방통행 정책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대안은 연고지 이전이다. 10구단 창단 경쟁에서 선전했던 전북(전주)과 고척돔 개장을 앞두고 있는 서울로 이전하는 카드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산재해 있다. 이미 NC는 창원에 뿌리내리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다. KBO에는 신구장 건설을 담보로 한 예치금 100억원도 납부한 상태다. 이대로 창원을 맨손으로 떠날 시엔 잃는 것이 너무도 많다.

때문에 야구계와 기존 구단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도와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함께 힘을 모으지 못하면 언제든 기존 구단들도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

만약 서울 입성을 할 경우 기존 구단들인 LG,두산,넥센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는 KBO가 예치금 100억원을 활용하는 방안 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기존 구단 모임이자 의사 결정 기구인 KBO 이사회는 10구단 승인에 앞서 슬그머니 1차 지명을 부활시켰다. 서울 팀이 4팀이나 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해소해야 한다.

전주로 터를 잡을 경우에도 NC가 입게 될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구단들이 기존에 보여 줬던 이기적인 행태로는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다. 1차 지명을 철회하던지 손해를 보상할 수 있는 새로운 안을 내놓던지 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는 단순히 NC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서울만 해도 그렇다. 프로야구가 흥행 대박을 치자 매년 잠실 구장 임대료가 크게 칫솟고 있다. 이제는 경기장 광고권마저 뺏겼다.

이제는 원하지도 않았던, 그리고 당초 아마야구를 위해 짓겠다던 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옮기라는 은근한 압박까지 내려오고 있다. 구단이 자생할 수 있는 길이 지자체에 의해 번번히 막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사태를 남의 일로만 여긴다면 언제든 화살은 기존 구단을 향할 수 있다.

프로야구는 이제 700만 관중 시대를 넘어 1000만 관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야구계가 지금 처럼 지자체를 향해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시기는 이전까지 없었다.

다만 그 목소리가 흩어질 경우 힘도 함께 분산될 수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 지자체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야구계가 어떻게 힘의 논리로 갚아줄 수 있는지 증명해 보여야 한다. 그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