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FA컵 정상을 잡아라, 경남 vs 고양, 대구 vs 포항 빅뱅

by김영환 기자
2008.12.17 17:28:08

[이데일리 SPN 김영환 인턴기자]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와 컵대회 정상은 수원 삼성이 차지했지만 주인이 가려지지 않은 권좌가 하나 있다. 프로와 아마가 총출동, 우승 트로피를 다투는 FA컵이다.

이번 시즌 마지막으로 남은 2008 하나은행 FA컵 챔피언 자리를 놓고 4개 팀이 격돌한다. 경남FC와 고양국민은행, 대구FC와 포항 스틸러스가 그 주인공. 이들은 18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4강전에서 맞붙어 결승 진출권을 다툰다.FA컵 우승자에게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참가권도 주어지기 때문에 치열한 대결이 예상된다.

숨가쁘게 달려온 한국 축구는 21일 열리는 FA컵 결승을 끝으로 2009 시즌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경남은 4강 가운데 유일한 내셔널리그 소속인 고양을 맞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지난 달 9일 K리그 최종전에서 전북에 1-3으로 패한 뒤 FA컵을 꾸준히 준비해 왔다. 특히 지난 4일부터는 경기 시간인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 맞춰 연습 경기를 갖는 등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결과도 좋았다. 창원시청을 7-1, 동아대를 4-1, 국제대를 8-0, 숭실대를 3-2로 꺾었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동시에 사기를 올리는 효과가 있었다.

경남의 박문출 홍보팀장은 "고양도 무시할 수 없는 팀이다. 그러나 우리도 올 시즌 득점루트 다양화 등 이뤄낸 것이 많다. 선수들 역시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갖고 있어 좋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팀 분위기를 밝혔다.

공교롭게 고양도 포항이나 대구보다 경남이 낫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기존 선수 28명 가운데 14명을 방출하는 등 정리하고 3명은 부상과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어 11명의 선수만으로 승부를 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부상을 우려, 연습 경기도 갖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져 있는 처지다. 그러나 고양은 코치와 매니저를 급히 선수 등록 시키면서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쳤다. 선수들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자세로 FA컵에서 FC서울과 전북 현대를 잡은 기쁨을 다시 누리겠단 마음이다.

고양의 이훈동 사무국장은 "팀이 세대교체를 거치며 어려졌다. 선수들이 사고 한 번 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깜짝 돌풍을 다짐했다.



객관적인 전력은 경남이 앞서지만 단기전이니만큼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2006년에도 FA컵 8강전에서 만난 두 팀은 고양이 승부차기 끝에 경남을 물리친 적이 있다.


화끈한 공격축구가 예상된다. 대구는 K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팀이었고(46골) 포항 역시 공격축구를 즐겨하기 때문이다.

일단 포항의 기세가 돋보인다. 올 시즌 대구와 정규리그에서 두차례 맞붙어 각각 3-0, 4-1 완승을 거둔 까닭이다. 단판 승부라는 변수가 있지만 두 차례 승리를 통해 확실한 자신감을 쌓았다. 특히 골게터 데닐손의 복귀가 반갑다. 아직 복귀 경기를 치르지 않아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게 흠이지만 파리아스 포항 감독은 데닐손이 포항의 창을 날카롭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항 관계자는 "데닐손의 몸상태는 70~80% 정도 올라왔다. 남궁도나 이광재, 노병준 등 다양한 카드가 많아 데닐손이 풀타임 출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대구는 올 시즌 전적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2007년에는 포항과 맞대결에서 1승 2무 1패로 대등했기 때문이다. 대구는 올해 가장 많은 골을 넣었지만 가장 많은 58골을 허용했다. 그러나 레안드로가 합류하고 윤여산, 양승원 들이 부상에서 복귀하며 수비진이 안정을 찾았다는 평가다. 선수단이 2주일 예정이었던 휴가를 1주일로 줄이면서 훈련 강도를 높여 우승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특히 에닝요는 12월로 예정된 결혼을 내년 1월로 미루면서까지 팀훈련에 참여,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대구 홍보팀은 "에닝요의 컨디션이 절정이다. 이근호와 하대성도 윈저 어워즈에서 상을 받으며 기분과 컨디션이 매우 좋다. 최근 연습시합 3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는 등 기대해 볼만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