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석 '김정은' 본 북한 선수들 반응은?…"경기장서 쫓겨났다"[파리올림픽]
by이로원 기자
2024.08.12 21:38:45
올림픽 관중석서 김정은 코스프레한 남성
'트럼프 분장' 남성과 프랑스 경찰에 구금
관람석서 '정치적 의사 표현' 금지 조항 때문
북한 선수들 코앞 등장하기도…그저 '외면'할 뿐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코스프레로 유명한 홍콩계 호주인 인플루언서 ‘하워드X(본명·하워드 리)’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 결승전 경기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흉내 낸 남성과 영상을 찍은 후 현지 경찰에 구금됐다.
12일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하워드 리는 지난 1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정은 코스프레를 하고 파리 파르크 데 프랑스에서 열린 프랑스와 스페인 남자 축구 결승전을 관람하러 갔다가 프랑스 경찰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쫓겨났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관람석에 앉아 있다가 트럼프로 분장한 다른 남성과 함께 퇴장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워드 리는 “방금 구금에서 풀려났는데, 그들은 저와 ‘트럼프’를 수색하고, 여권을 확인한 뒤 우리를 경기장에서 쫓아냈다”며 “모두가 우리를 유쾌하게 바라봤지만, 특정 보안요원은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나머지 경기를 볼 수 없었고, 6명의 보안요원이 우리를 끌고 갔다”고 토로했다.
보안 요원이 그를 제재한 이유는 올림픽 경기장을 포함한 관람석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금지한다는 조항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 50조에 따르면,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동과 같은 행위는 올림픽 경기장과 시설 등에서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실제 이런 이유로,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비걸 종목에 출전해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 자유를’(Free Afghan Women)이란 메시지를 펼쳐 보인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 대표 마니자 탈라시(21)가 실격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앞서 하워드 리는 지난 9일 열린 복싱 여자 54kg급 준결승전에서 북한의 방철미가 중국 창위안에 2-3 판정패를 당한 경기장에도 김 위원장 복장을 한 채 나타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그는 한 손에는 곰돌이 푸 인형과 다른 한 손에는 북한 인공기를 들고 있었다.
북한 선수단은 코앞에서 이런 짓을 벌이는 남성에게 욕설이나 쓴소리도 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단지 남성이 안 보이는 것처럼 먼 곳을 바라보며 외면할 뿐이었다.
한편 하워드 리는 구금됐다 풀려난 뒤에도 올림픽 폐막식에 김정은 코스프레 차림으로 나타나 캐릭터 ‘곰돌이 푸’ 인형과 함께 중국 대표팀에게 손을 흔드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하워드 리는 수년 전 김 위원장으로 변장한 뒤 국제행사에 나타나 유명해졌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2019년에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였던 베트남에 김 위원장 코스프레를 하고 나타났다가 베트남 경찰에 의해 추방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