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을 보면, K팝 흥행이 보인다
by윤기백 기자
2022.05.04 17:27:20
댄스 챌린지 인기→차트 역주행
"새로운 '대중성 지표'로 손꼽혀"
케이팝레이더·멜론도 데이터 반영
'#르네송스' 등 인디 음악 지원도
| 틱톡 댄스 챌린지의 대표적인 흥행 사례로 손꼽히는 지코의 ‘아무노래’. |
|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글로벌 숏폼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K팝 트렌드 바로미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틱톡에서 뜬 음악이 음원차트에서도 인기를 얻게 되면서, 자연스레 대중음악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틱톡을 통해 예상치 못한 수록곡의 인기, 과거의 곡이 역주행하는 등 기존 타이틀곡, 신곡 중심의 인기차트에서 없었던 현상이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를 감지한 멜론, 케이팝레이더, 가온차트 등 주요 음원 플랫폼과 차트가 틱톡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가요계에서는 틱톡이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틱톡 댄스 챌린지가 곡의 흥행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각 기획사에서는 소속 가수의 신곡 발표 못지않게 댄스 챌린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음원의 경우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지 못하면 신곡을 소개할 길이 사실상 없지만, 댄스 챌린지의 경우 팬들과 일반인의 호응만 이끌어내면 저절로 인기를 얻게 된다는 점에서 해볼 만한 도전이다.
무엇보다 댄스 챌린지는 신곡도 타이틀곡도 과거곡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요계 마케팅 담당자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또 일반인이 직접 만든 댄스 챌린지로 인해 해당 곡이 강제로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엔하이픈의 ‘폴라로이드 러브’, 트레저의 ‘다라리’가 틱톡에서 인기를 얻은 뒤 음원차트에서 역주행을 기록한 곡으로 꼽힌다.
이는 틱톡 특유의 유저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손쉬운 접근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복잡한 절차 없이도 손쉽게 동영상을 촬영에 업로드할 수 있고, 음악도 따로 준비할 필요 없이 틱톡에서 제공되는 음악을 삽입하기만 하면 된다. 특히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세로폼 영상은 언제 어디서든 휴대폰만 있으면 쉽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지코의 ‘아무노래’가 2020년 멜론 연간차트 1위를 차지할 수 있기까지는 틱톡에서 진행한 ‘아무노래’ 댄스 챌린지의 영향이 컸다”며 “틱톡은 부담 없는 숏폼 동영상 플랫폼이다 보니 일반인의 참여를 이끌어내기에 좋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원차트에 없는 곡들도 틱톡에선 충분히 음악과 안무만 좋으면 뜰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중성의 지표로 손꼽히고 있다”며 “틱톡을 활용하는 아티스트, 기획사, 플랫폼과 차트 등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틱톡의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먼저 K팝 팬덤의 지표를 살펴볼 수 있는 케이팝레이더는 지난 4월 11일 ‘틱톡 크리에이션스/틱톡 팔로워스’ 페이지를 론칭했다. 이는 음원별, 아티스트별 틱톡앱 내 트렌드를 일간·주간·월간 단위로 순위화해 볼 수 있는 페이지다. ‘틱톡 크리에이션스’(TikTok Creations) 페이지에서는 일간·주간·월간 음원 사용 증가량 기준으로 음원 순위를 공개하고, ‘틱톡 팔로워스’(TikTok Followers) 페이지에서는 틱톡 팔로워수 증가량을 기준으로 아티스트 순위를 볼 수 있다. 특히 7일, 30일, 90일의 영상 생성수 트렌드를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어 해당 곡의 흥행 추이를 분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멜론은 지난 4월 8일 외부 파트너 최초로 트렌드 탭에 노출되는 ‘틱톡 주간차트 30’을 신설했다.
‘틱톡 주간차트 30’은 매주 주말마다 틱톡 내 음원 사용량 톱30을 기준으로 업데이트되는 차트로, 멜론의 ‘한눈에 보는 트렌드’ 탭에 노출된다. 멜론이 외부 파트너에게 고정적으로 트랜드 탭 노출을 제공하는 것은 ‘틱톡 주간차트 30’이 최초다.
음악 흥행의 ‘결과적 수치’를 보여주는 멜론 차트와 달리, ‘틱톡 주간차트 30’은 틱톡의 트렌딩 음악 순위는 음악이 떠오르는 ‘과정에서의 트렌드’와 사람들이 음악을 가지고 ‘노는’ 방법,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음악을 기반으로 창의적으로 콘텐츠와 영상을 ‘재생산’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특히 ‘틱톡 주간 차트 30’에서는 틱톡 영상 생성 순위권에 오른 음원을 활용해 만든 아티스트 및 틱톡 크리에이터의 영상이 노출돼 영상과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게 해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KBS 음악순위 프로그램 ‘뮤직뱅크’는 2월 4주차부터 K-차트 순위에 틱톡 점수가 반영된 가온차트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K-차트’ 순위 집계 방식은 디지털 음원(60%), 방송횟수(20%), 시청자 선호도(10%), 음반(5%), 소셜 미디어(5%)가 각 비율로 합산되는데, 소셜 미디어 부문에 가온차트가 제공하는 유튜브 및 틱톡 점수가 새롭게 추가돼 눈길을 끈다.
더불어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지난해 6월 틱톡의 음악 데이터를 국내 대중음악 공인 차트인 가온차트에 반영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체결, ‘가온 소셜 차트 2.0’에 틱톡 데이터(음원 영상들의 조회수와 좋아요 수 등)를 반영하고 있다.
틱톡도 국내 아티스트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틱톡은 2020년 론칭한 국내 아티스트들의 공연 라이브 ‘틱톡 스테이지’에 이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용자들이 틱톡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라이브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해온 ‘틱톡 아티스트 백스테이지’, 올해 4월 론칭한 인디 뮤지션 라이브 프로젝트 ‘#르네송스’ 등이 대표적이다.
틱톡은 화려한 콘서트 무대 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K팝 아티스트들이 근황과 진솔한 이야기를 팬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소통하는 라이브 콘텐츠 ‘틱톡 아티스트 백스테이지’를 정기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트와이스, 스테이씨, 위아이, 에스파 등 다양한 K팝 아티스트들이 각 공식 계정에서 틱톡 아티스트 백스테이지 진행하며 팬들과 만남을 갖고 있다.
국내 인디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르네송스’도 주목받고 있다. 르네송스는 매월 장르별 테마와 그에 맞는 5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해 라이브 공연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인터뷰, 공식 계정 개설 및 숏폼 콘텐츠 정기 업로드 서포트와 프로모션을 통해 틱톡 앱 내에서 인디 아티스트를 발굴 및 육성하는 프로젝트다.
틱톡은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인디 뮤지션들이 틱톡 라이브로 공연 기회를 얻고, 틱톡 계정을 통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접점을 보다 다양하게 늘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인디 여신’ 프롬을 비롯해 이민혁, 김사월, 데이먼스 이어, 별은 등의 무대가 틱톡 라이브로 전 세계에 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