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연예 핫이슈]⑩`남격` 합창단, 성장·화합의 깊은 울림

by양승준 기자
2010.12.26 19:58:22

▲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합창단


[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남자의 자격' 하모니 편을)계속 봤는데 정말 대단하더라. 눈물이 났다"(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요즘 예능 프로 대부분을 피하다가 '남자의 자격'은 일부러 시간 맞춰봤다. 두 달 만에 오합지졸을 근사한 합창단으로 승격시킨 요소는 실력, 열정, 피, 땀이었다"(신경민 MBC 전 앵커)

"그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감동과 기쁨을 주는 최고의 작품이었다"(배우 주진모)

'넬라 판타지아'에 세상이 취했다. 사라 브라이트만이 아닌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이하 '남자의 자격') 합창단 때문이다.

세상에 감동을 준만큼 상복도 터졌다. '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선정한 '9월의 좋은 프로그램'에 뽑히는가 하면 합창단원 32인은 2010 방송인상 특별상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최근에는 '2010 대한민국 콘텐츠 어워즈'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도 받았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이 인기를 얻은 첫 번째 이유는 진솔함에 있다.

이경규·김국진·김태원·이윤석·김성민·이정진·윤형빈 등 일곱 남자는 '합창단'에서 '스타'가 아니었다. '남자의 자격' 일곱 멤버는 '칼마에' 박칼린 앞에서는 평균 미달의 아마추어 합창단원에 불과했다. 악보를 못 보는 단원도 있었다. 일반인 단원도 마찬가지. 32인의 합창단은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었다.

하지만 합창단원들은 치열한 훈련과 '칼마에'의 혹독한 지도 속에 '넬라 판타지아'의 하모니를 완성했다. 그리고 합창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일반인과 연예인이 하나가 돼 이룬 두 달 여 간의 좌충우돌 성장스토리. 시청자는 '오합지졸'이 흘린 땀과 눈물에 마음을 열었다.

회사원 김기중 씨(37)는 "보통 예능프로그램은 연예인들 신변잡기의 얘기가 많아 잘 보지 않는 편"이라며 "그런데 '남자의 자격' 합창단 편과 '무한도전-프로레슬링' 편은 인간적이기도 하고 진솔함이 느껴져 인상 깊게 봤다"고 했다. 선정성이 아닌 진정성이 만든 격정. 바로 '공감'의 승리였다.



'남자의 자격' 신원호 PD는 "처음에는 주야장천 사람들 세워놓고 노래만해 걱정도 됐다. 다양한 그림도 있어야 하고 웃기기도 해야 했는데 속으로 답답했다"면서도 "그런데 촬영하면서 사람들 노래 실력이 늘고 잘 맞아들어가는 걸 보니 짜릿하더라"고 후일담을 전했다.

합창단의 감동은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 의식과 맞물려 배가 됐다. 과정보다 성과 위주 사회에서 선·후배의 정(情)과 협동은 화석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합창은 협업이 근본이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포개져야 하모니도 가능한 법.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프로젝트란 소리다.

한 방송관계자는 "요즘에는 개인주의가 팽배해 '1인 성공스토리'가 주목받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타인과 함께 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고 향수도 있게 마련"이라며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통해 사람들이 마음을 합쳐 무엇을 이룬다는 것에 대해 행복감을 찾은 것 같다"고 봤다.
▲ 박칼린

'남격 합창단'이 만들어 낸 감동의 중심에는 지도자 '칼마에'가 있었다.

박칼린은 매서웠지만 따뜻했다. "플랫!"(음이 처지지 않게 하라는 의미)이라고 외칠 때는 혹독했지만 "I 믿 You"(나는 너를 믿는다), "사랑합니다"란 말에는 정이 담겨 있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조직원에 대한 신뢰, 이완과 자극의 조율능력,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함'.

박칼린의 리더십은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신경민 전 MBC 앵커는 박칼린에 대해 "매력적인 지도자"라며 "그의 매력과 본질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소통과 신뢰 그리고 자율과 동시에 책임감도 강조했던 박칼린의 '통섭(通涉, 경계를 뛰어넘어 널리 통함) 리더십'은 새로운 지도자의 덕목으로 조명받았다. 일각에서는 박칼린을 '여자 히딩크'라고 추워 올리기도 했다.

영화평론가이자 대구사이버대 교수인 심영섭 교수도 '박칼린의 믿음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심 교수는 "박칼린 선생을 보며 많은 영감을 얻었다"라며 박칼린이 합창대회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한 단원에게 "아이 믿 유"라고 한 것을 인용해 "(나는) 온라인대학, 그것도 지방대학의 선생. 제자들 태반은 전문대 졸업생이지만, 나는 제자들이 그것 때문에 뭔가를 할 수 없다고 믿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제자들을 믿는다"며 자신을 반추해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