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 볼 논란’ 서울vs이정효-안영규, 4년 전엔 반대 입장이었다
by허윤수 기자
2023.05.11 11:50:48
| 최근 ‘매너 볼’ 논란을 빚은 서울과 광주 일부 구성원은 4년 전엔 반대 입장이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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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연달아 이야깃거리를 만드는 FC서울과 광주FC의 인연이 묘하다.
서울과 광주는 지난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3 12라운드 맞대결을 치렀다. 나상호가 1골 1도움으로 활약한 서울이 3-1 승리를 거머쥐었다. 3경기 연속 무패(2승 1무)를 달린 서울(승점 23)은 2위 자리를 지켰다. 5경기(2무 3패)째 승리가 없는 광주(승점 14)는 8위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사령탑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른바 ‘저런 축구’ 논란 때문이었다. 지난 3월 첫 대결에서 0-2로 패한 뒤 광주 이정효 감독의 인터뷰가 큰 화제였다.
당시 그는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 졌다는 게 분하다”면서 “서울과 안익수 감독의 축구를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후 일부 서울 선수들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 역시 재차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두 번째 맞대결에서는 서울이 경기력과 결과를 모두 챙겼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 곳에서 양측이 대립했다. 서울이 2-1로 앞선 후반 31분께 김진야가 한 차례 근육 경련을 호소했다. 곧장 그라운드로 복귀했지만, 달리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경련을 호소했다. 서울은 공을 사이드 라인으로 걷어냈다. 이때도 김진야는 잠깐 근육을 푼 뒤 다시 일어섰다.
광주는 경기를 그대로 재개했다. 서울 선수단은 두 팔을 들어 ‘왜 공을 돌려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규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플레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다시 공을 건네서 재개하는 경우가 많다. 이후 서울의 반칙으로 경기가 중단됐고 양 팀 선수 간의 설전이 오갔다. 광주 두현석, 안영규와 서울 기성용이 공 소유권을 두고 논쟁을 펼쳤다.
경기 후 광주 이 감독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모르겠다”면서도 “규칙상으로나 우리 선수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안익수 감독은 “항상 말하지만 우리는 축구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건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답했다.
직접 설전을 벌였던 서울 기성용은 “규정상으론 문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면서도 “페어플레이를 지향하는 입장에선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소유권을 돌려주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난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한다”며 “본인들이 문제가 없다고 하면 사실 우리도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보기 좋았던 모습은 아닌 거 같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4년 전엔 정반대 입장이었다. 2019년 5월 28일 서울과 성남FC가 맞붙었다. 당시 서울이 성남을 3-1로 꺾고 창단 500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때도 ‘매너 볼’ 논란이 불거졌다.
전반 16분경 성남이 팀 동료의 부상으로 공을 사이드 라인으로 걷어냈다. 서울도 광주처럼 그대로 경기를 재개했다. 공을 받은 고요한이 페시치에게 연결해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골키퍼 선방으로 득점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 양 팀 선수가 충돌했다. 고요한과 신경전을 벌인 던 다름 아닌 현재 광주 주장 안영규였다. 또 이때 성남 수석 코치가 이정효 감독이었다.
규정상 문제없는 플레이와 암묵적인 룰 사이에 정답을 찾긴 힘들다. 4년 사이 달라진 입장이 흥미로울 뿐이다. 더 많은 화젯거리가 생긴 서울과 광주의 다음 대결은 오는 9월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