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구스타' 류현진, 겹불운도 막지 못한 에이스 본능

by이석무 기자
2019.06.17 11:53:53

LA 다저스 류현진이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2·LA 다저스)은 쏟아진 불운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7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2실점 모두 야수 실책 때문에 나온 것이어서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2-2 동점인 8회 교체돼 시즌 10승 및 개인통산 50승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지난 11일 LA 에인절스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승리요건을 채우고도 구원투수 난조로 승리를 놓친데 이어 2경기 연속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류현진을 괴롭힌 것은 6회초 불운이었다. 5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류현진은 6회초 첫 타자 하비에르 바에스를 3루 쪽 평범한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다저스 3루수 저스틴 터너가 1루에 던진 공이 원바운드로 연결됐고 1루수 데이비드 프리즈가 이를 놓치면서 3루수 실책으로 기록됐다.

이는 불운의 시작일 뿐이었다. 이어 후속타자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빗맞은 타구는 2루수, 중견수,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바가지 안타’가 됐다. 그 사이 1루주자 바에스는 3루까지 진루했다.

류현진은 무사 1, 3루 위기에서 앤서니 리조를 3루수 직선 타구로 잡아 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불운은 끝날 줄 몰랐다.

1사 1, 3루에서 윌슨 콘트레라스의 빗맞은 땅볼 타구가 우전안타로 연결됐다. 정상적인 수비였다면 2루수가 쉽게 잡는 타구였다. 하지만 다저스 내야진은 잡아당기는 스타일의 콘트라레스를 대비해 야수들이 좌측으로 치우친 시프트 수비를 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빗맞은 타구는 야수가 없는 쪽으로 굴러갔고 허무하게 안타가 됐다. 그 사이 3루 주자 바에스는 홈을 밟았다. 이후 계속된 1시 1, 3루 상황에서 데이비드 보테의 우익수 희생플라이가 나오면서 류현진의 실점은 2점으로 늘어났다.



야수 실책, 빗맞은 타구, 수비 시프트 실패 등은 투수의 영역이 아니다. 투수가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투수가 손쓸 수 없는 상황이 한꺼번에 3개나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다저스 타선은 류현진이 7회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단 2득점에 그쳤다. 운이 없었다라고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도 류현진인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나머지 이닝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7이닝 비자책점으로 시즌 평균자책점을 1.36에서 1.26으로 더 낮췄다.

류현진이 1.2대로 평균자책점을 낮춘 건 올 시즌 처음이다. 시즌 평균자책점 부문 압도적인 순위로 양대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심지어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류현진을 제외하고 1점 대 평균자책점은 단 1명도 없다.

또한 류현진은 이날 삼진 8개를 추가하고,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류현진의 삼진/볼넷 비율은 15.40에서 17(85삼진.5볼넷)로 더욱 올랐다. 이 부문 2위 맥스 셔저(워싱턴 내셔널스)의 삼진/볼넷 비율은 6.80과 비교하면 수치가 거의 3배 가까이 높다.

이날 류현진이 등판한 컵스 대 다저스 경기는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ESPN은 현지시간으로 매주 일요일에 가장 관심이 높은 경기를 꼽아 생중계를 한다.

ESPN은 경기 전부터 류현진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경기 전 준비 장면,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쉬는 장면 등등 일거수일투족을 소개했다. 심지어 류현진이 2006년 한화 이글스에서 보여줬던 활약상을 비롯한 그동안의 선수 인생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전하기도 했다. 미국 현지 ‘아버지 날’을 기념해 류현진이 아버지 류재천 씨와 함께 찍은 사진도 화면에 나왔다.

류현진이 정상급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올라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증거였다.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는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류현진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날 ESPN 해설을 맡은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출신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경기 내내 류현진의 투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겼으면 더 좋았겠지만 팀은 이겼다”며 “팀이 이길 수 있게 선발투수로서 역할은 해낸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지금 워낙 잘 되고 있고 초반에 많이 승리한 것 같아서 전혀 아쉽지 않다”며 “징크스, 아홉수 같은 것도 일부러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