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김홍선PD “현실, 드라마 보다 더한 '고구마'”(인터뷰②)

by김윤지 기자
2017.03.13 16:05:00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보이스’가 12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희생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뚜렷한 메시지 아래 배우들의 호연과 현실감 넘치는 연출의 공이 컸다. 특히 연출을 맡은 이는 tvN ‘라이어 게임’(2014) 등을 연출했던 김홍선 PD다. SBS 예능 PD 출신으로 드라마 입봉작은 OCN ‘메디컬 기방 영화관’(2007). 이후 ‘조선추리활극 정양용’(2010), ‘야차’(2010), ‘히어로’(2012) 등 OCN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왔다. 특히 ‘보이스’는 자체 최고 시청률 5.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기록하는 등 대대적인 성공을 거뒀다. ‘장르물 본가 OCN’의 일등공신인 김홍선 PD로 부터 ‘보이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혁과 이하나는 어떤 배우였나.(인터뷰①서 이어)

△(장)혁이는 지금까지 만난 배우 중 공부를 가장 많이 해온 친구다. 모범생이다. 촬영장에서 만나면 밑줄이 빡빡한 대본을 들고 온다. 순수하면서 아이가 셋인 가장의 무게감이 있다. 그러면서도 몸을 사리지 않고 액션을 한다. 참 멋진 친구다. 하나 씨는 맑은 영혼을 가졌다. 연기 욕심이 상당하다. 오케이(OK)를 해도 본인이 아쉽다 싶으면 다시 하고 싶다고 한다. 대단하다.

―이제 사이코패스 모태구 역의 김재욱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잘할 거란 믿음이 있었나.

△김재욱 씨가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처음엔 있었다. 만나보니 그게 아니더라. ‘남자’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초반에 진범이 김재욱 씨란 추측이 나왔는데, 알아봐주길 바란 것도 있었다.

―마지막회에 모태구가 들고 나온 장총은 전략적인 소품이란 주장이 있다.

△딸들의 반응도 뜨거웠다.(웃음) 장총은 원래 대본에 있었다. 예전 지역 유지 집에는 사냥용 총이 있지 않았나. 그런 맥락이다.

―심대식 역의 백성현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특히 15회에선 명연기를 펼쳤다.

△아역부터 시작해 안정적으로 연기를 잘하는 친구다. 처음부터 스파이로 설정돼 있었다. 본인도 연기가 어려웠을 거다. 15회에서 장혁과 대면하는 신은 ‘심대식의 마지막 변론 기회’라고 말했다. 감정을 끌어올리기 위해 혁이에게 뺨을 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액션이 있으면 리액션이 있어야 장면이 산다. 상대방이 어떻게 해주냐가 중요하다. 무진혁(장혁 분)이 끌어주니까 자연적으로 폭발했다.



사진=콘텐츠K
―16회에서 백성현의 상의 탈의 신은 즉석에서 만들어졌다고.

△속옷만 입히고 싶었는데…. (웃음) 사람은 무장해제 됐을 때 약해진다. 옷이 사람에게 큰 무기가 되기도 한다.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발가벗겨진 장면을 잘 표현해준 것 같다. (백)성현이도 흔쾌히 수락해줬다.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웃음)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선 잘 모르겠다. 다만 결말은 철저하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인과응보’. 모태구가 뿌린 대로 다 받게 하고 싶었다. 사이코패스가 1명만 있으란 법이 있나. 사회가 구성원을 지켜줄 때 선진국이 아닐까 싶다. 올림픽, 월드컵을 지나면서 한동안 우리는 우리가 선진화됐다고 생각했다. 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드라마를 보면서 답답하다는 뜻에서 ‘고구마’라고 하는데, 실제론 현실이 더 ‘고구마’다. 어쨌든 모태구를 혼내주고 싶은데 법적인 잣대는 부족할 것 같고, 개인적인 복수는 메시지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똑같은 고통을 당하게 해주고 싶었다. 모태구 입장에선 자신 보다 강력한 적을 만난 거다.

―중반부 모태구가 접촉사고가 날 뻔 한 경찰을 보면서 괴이한 상상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님이 꼭 넣자고 한 장면이다. 모태구의 정신적 상태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분장으로 입을 봉하고 컴퓨터그래픽(CG)을 더했다.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나. 또 장르물인가.

△장르물을 좋아한다. 정유정·코맥 매카시 작가 등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머리 쓰고 화끈하고 긴장감 넘치는 작품을 좋아한다. 10년 전 OCN에서 드라마를 만들 때 그런 이야기를 했다. 미국 HBO 드라마와 같은 작품을 만들자고. 한 길을 걸어온 것 같다. 이제 많이 해봤으니 멜로를 꼭 하고 싶다는 희망사항도 있다. 일단 고생한 스태프, 배우들과 같이 포상휴가를 다녀올 생각이다. 시기와 장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진=신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