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한 흥국생명, 위기 딛고 4연패 탈출...브루나 30점 대반전

by이석무 기자
2021.02.19 21:03:23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대 KGC인삼공사 경기. 1세트 흥국생명 김연경(왼쪽)이 득점한 동료 브루나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대 KGC인삼공사 경기. 1세트 흥국생명 브루나(오른쪽)가 스파이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깊은 수렁에 빠졌던 흥국생명이 4연패 사슬을 끊고 기사회생했다.

흥국생명은 19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1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8 22-25 25-17 25-22)로 이겼다.

이로써 흥국생명인 최근 4연패에서 탈출했다. 핵심선수였던 이재영·다영 자매가 팀에서 나온 뒤 3경기 만에 맛본 값진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18승 7패 승점 53이 된 1위 흥국생명은 2위 GS칼텍스(승점 48)와의 격차를 5점으로 벌렸다.

반면 올 시즌 흥국생명전 4연패 탈출을 기대했던 KGC인삼공사는 오히려 상대 연패 탈출의 희생양이 됐다. 9승 16패 승점 27에 머문 KGC인삼공사는 5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3경기 연속 0-3 완패를 당했던 흥국생명. 하지만 이 날은 그전까지 보여줬던 무기력한 모습이 아니었다. 침울함 대신 해보자는 의욕이 코트 위를 덮었다. 경기 전 “어렵지만 분위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던 박미희 감독의 인터뷰는 빈말이 아니었다.

‘계륵’ 신세였던 외국인선수 브루나가 펄펄 날았다. 부상으로 팀을 떠난 루시아를 대신해 시즌 중 팀에 합류한 브루나는 이전 경기까지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부진했다.

그런데 이날은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1세트 초반 공격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점차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192cm 장신을 이용한 고공강타가 위력을 발휘했다. 특히 후위에서 내리꽂는 백어택은 상대 수비가 좀처럼 막기 힘들었다.



브루나는 이날 30득점에 공격성공률 45.61%를 기록했다. 블로킹도 3개나 잡는 등 한국에 온 뒤 처음으로 외국인선수 다운 활약을 펼쳤다.

김연경은 여전히 팀의 기둥이었다. 중요한 고비마다 어려운 공격을 책임지면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브루나가 기대 이상 활약을 보여주면서 공격 부담도 한층 덜 수 있었다. 김연경도 24점에 공격성공률 51.21%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수비가 된 것이 승리를 부른 요인이었다. 앞선 경기에서 불안하기 짝이 없었던 리시브가 살아났다. 리시브가 살아나니 세터 김다솔의 토스가 안정적으로 이뤄졌다. KGC인삼공사 발렌티나 디우프(등록명 디우프)의 강스파이크도 흥국생명 선수들 손에 걸려 올라왔다.

흥국생명은 1세트 김연경이 7점, 브루나가 6점을 책임지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지난달 31일 현대건설 전 3세트 이후 19일 만에 따낸 세트였다. 흥국생명이 11세트 연속 패배 수렁에서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수비가 잠시 흔들리면서 2세트를 내준 흥국생명은 3세트 다시 힘을 냈다. 브루나와 김연경 ‘쌍포’가 불을 뿜었다. 수비도 뒷받침됐다. 1, 2세트 30%대 머물렀던 리시브 효율은 3세트 들어 42.86%로 올라갔다.

자신감이 올라간 흥국생명은 4세트 마저 따내며 값진 승리를 일궈냈다. 마지막에는 김연경이 더 힘을 냈다.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고 강스파이크를 내리 꽂았다.

김연경이 마지막 25점째 득점을 올리는 순간 흥국생명 선수들은 마치 우승을 한 것처럼 코트 위에서 얼싸안고 펄쩍 뛰면서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