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큰 부상 아니라는데 왜 비상일까

by정철우 기자
2015.02.16 10:27:46

정근우. 사진=한화이글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정근우가 다쳤다. 연습경기 도중 송구에 맞아 턱뼈에 금이갔다.

큰 부상은 아니라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정밀 검진을 받기로 했지만 경미한 골절 진단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늦어도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진 팀에 다시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팀엔 비상이 걸렸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정근우 공백에 대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다. 시즌에 맞출 수 있다는 선수를 왜 그리 걱정해야 하는지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근우는 FA로 한화에 이적한 선수다. 여전히 전성기 수준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선수가 훈련이 조금 부족하다고 제 몫을 못할리도 없다. 그런 선수가 잠시 빠졌다고 문제가 정말 문제가 생기는걸까.

그러나 한화의 팀 사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김 감독이 왜 한숨을 쉬고 있는지가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된다. 정근우 공백은 김 감독의 구상이 다시 한 번 어긋나게 됐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이 SK를 어떻게 강팀으로 이끌었는지를 돌아보는 것이 현 상황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김 감독은 SK를 맡은 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업그레이드 시켰다. 이 때 가장 중추적 역할을 한 선수들은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이었다. 김강민 박재상 채병용 윤길현 등이 훈련을 통해 업그레이드 됐다.

기존 선수들이 충분히 자극 받고 경쟁 구도 속으로 뛰어드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당시 가장 큰 효과를 본 시기는 바로 일본 낭고에서 열린 가을 캠프였다. 11월부터 12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이뤄진 훈련은 비주전급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었고, 이는 곧 치열한 팀 내 주전 경쟁으로 이어졌다. 굳이 감독이 인상 써 가며 선수들을 채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 시간이 통채로 빠졌다. 12월 훈련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2월 훈련의 효율성 여부를 떠나 김성근 감독이 김성근 감독 다운 팀 운영을 하지 못했다는 것 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결국 김 감독은 플랜 B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비주전 선수들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주축 선수들의 건강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을 쓸 수 없었다. 오키나와 재활 캠프에 있던 선수들을 예정보다 일찍 캠프 본진에 합류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정근우가 다쳤다. 플랜 B도 정상적으로 쓰지 못하게 됐음을 뜻한다. 김 감독의 플랜 B는 패배의식을 씻는 것이었다.

SK를 맡은 첫 해, 김 감독은 시범경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시범경기도 1등으로 마쳤다. 그런 SK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지금부터 저렇게 베스트를 다 하면 결국 오래 가지 못해 지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SK는 끝까지 내달려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약팀 이미지가 더 강했던 SK다. 김 감독은 그런 SK의 분위기를 바꾸고자 했다. 야구의 이기는 맛을 선수들에게 심어줬고, 그런 분위기는 시즌을 지배하는 원동력이 됐다.

한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스프링캠프부터 전력을 다해 이기는 야구를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정근우마저 빠지며 이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이용규 최진행 등 기존 선수들이 빠진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 됐다. 베스트 멤버로 시즌 준비를 하고픈 구상이 완전히 무너졌다.

가뜩이나 12월 훈련을 못하게 되며 비주전 선수들의 업그레이드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 당장 연습경기 멤버 짜기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기는 야구는 언감생심이다.

한화가 플랜 B를 넘어 플랜 C를 꺼내야 하는 이유이며, 정근우 부상이 단순히 주전 선수 한 명이 잠시 팀 훈련에서 빠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