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박성화 호'실패에서 교훈 찾아야
by김삼우 기자
2008.08.13 21:52:35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모든 부분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다. 훈련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 10일 2008 베이징 올림픽 D조 2차전서 이탈리아에 0-3으로 완패한 뒤 박주영이 한 말이다. 한때 ‘축구 천재’로 불리며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기대를 모았고, 또래에선 최고의 기량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박주영도 새삼 한국 축구의 현실은 물론 그의 현재까지 실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만 이렇게 느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을 목표로 호기롭게 내걸었던 ‘박성화호’의 최종 성적은 1승1무1패, 조 3위로 조별리그 탈락. 13일 온두라스를 1-0으로 꺾었지만 조 1위 이탈리아(2승1무)와 0-0으로 비긴 카메룬(1승2무)에 밀렸다. 물론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챔피언 카메룬과 같은 조를 이뤄 8강 진출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쉬움은 컸다.
4강 신화를 이룬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팬들의 눈높이는 한껏 높아졌지만 한국 축구 수준은 기대만큼 향상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박주영, 신영록, 이청용 등 대부분 프로축구에서 잔뼈가 굵은 ‘새로운 세대’로 구성된 이번 올림픽 대표팀에 거는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더욱 컸다.
교체 멤버 활용에 실패한 것으로 지적되는 카메룬과의 1차전(1-1무), 박성화 감독 스스로 전략과 전술에서 실패했다고 자인한 이탈리아와의 2차전(0-3패), 한국 축구의 고질인 골결정력 부족이 그대로 드러난 온두라스와의 3차전 등 박성화호는 매 경기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박성화 감독의 선수 선발부터 용병술을 탓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은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의 개인 전술과 정신력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대한축구협회를 필두로 하는 한국 축구 전체의 문제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 1월 유럽 전지훈련 이후 지난 7월까지 개점 휴업 상태로 있도록 방치한 대표팀 운영 관리, 올림픽을 불과 1개월 여 앞두고 총사퇴한 기술위원회, 대표선수 차출 때마다 빚어지는 협회와 프로 구단과의 갈등 등도 올림픽 대표팀 실패를 초래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를 통해 교휸을 얻어야 한다. 처방은 단순하게 적절한 감독 선임, 선수 선발 등의 문제에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실패를 낳은 본질적인 이유를 찾아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축구가 앞으로 갈 길이 아직도 먼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