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3인3색 빛났다...PIFF 마스터 클래스
by김용운 기자
2008.10.08 19:00:10
| ▲ 왼쪽부터 안나 카리나, 파올로 타비아니, 서극(사진=김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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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준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세계 영화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거장들로부터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마스터 클래스'다.
올해 부산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의 주인공은 홍콩의 서극감독과 이탈리아의 파올로 타비아니 감독, 그리고 프랑스의 안나 카리나였다. 이들은 각자의 영화인생이 달랐던 만큼 마스터 클래스에서도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줘 흥미를 자아냈다.
80년대와 90년대 '동방불패', '천녀유혼', '황비홍' 등의 영화를 통해 홍콩영화계의 전성기를 이끈 서극 감독은 한마디로 '달변가'였다.
서극 감독은 베트남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살았던 어린시절 이야기를 시작으로 영화감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적절한 유머와 함께 달변으로 풀어내 인기를 끌었다.
서극 감독은 시종일관 풍부한 표정으로 자신의 성장담과 감독으로서의 고민, 그리고 영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야기했다.
서극 감독은 예정된 시간이 끝난 뒤에도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으며 한마디라도 더 전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여 관객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세 명의 마스터 클래스 주인공 가운데 1931년생인 파올로 타비아니 감독은 가장 연장자였다.
그러나 파올로 감독은 격정적인 이탈리아인답게 강연 도중 큰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경우가 잦았다.
파올로 감독은 특히 "미국 영화가 세계를 정복하려 한다"며 "할리우드의 문화적 침공에 맞서 자국영화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를 아주 인상깊게 봤다"며 영화의 한 장면을 자세히 설명할 때에도 76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앞서 두 명의 마스터 클래스 주인공이 모두 감독이었던데 반해 8일 영화제 마지막 마스터 클래스의 주인공은 누벨바그의 여신이라 불렸던 배우 안나 카리나였다.
부산영화제 유일의 경쟁부문인 뉴커런츠의 심사위원장으로도 위촉된 안나 카리나는 서극, 파올로 타비아니 감독과 달리 자신의 사생활 공개에 적극적(?)이었다.
장뤽 고다르 감독의 첫번째 부인이었언 안나 카리나는 작품 속에서 보여줬던 카리스마와 도도함은 잠시 접어두고 마치 아침 주부대상 토크쇼에 초대된 게스트처럼 편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앞서 두 감독보다는 손동작을 많이 사용해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설명했고, 오랜 팬이라고 밝힌 관객에게는 직접 객석으로 내려가 따뜻한 포옹으로 고마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마스터 클래스는 매번 영화제 때마다 거장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며 "이번 마스터 클래스의 세 분 주인공 역시 평소 자신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진솔하게 들려준 것 같다"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