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선언' 이운재 "축구한 것 자체가 가장 큰 행복"(일문일답)

by이석무 기자
2012.12.17 15:04:12

골키퍼 이운재가 17일 오후 서울 라마다 서울 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운재는 올해까지 프로통산 410경기와 A매치 132경기를 소화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골키퍼로 활약해 왔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거미손’ 이운재(38)가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이운재는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 서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15년간 정든 프로선수 생활을 접게 된 이운재는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운동에 욕심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 떠나는 것이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나 지금까지의 시간을 아름답게 해줄 것으로 판단해 은퇴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소감을 털어놓았다.

아울러 그는 “축구를 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했기에 지금의 이운재가 있고 많은 분이 사랑해줬다고 생각한다. 가장 아쉬운 일은 선수로서 은퇴하는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프다기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운재의 은퇴 기자회견 일문일답.

-은퇴 결심을 하게 된 것은 구체적으로 언제인가.

▲결심은 며칠 전에 하게 됐다. 정해성 전남 감독이 사퇴하고 마음속의 생각이 더욱 요동치게 됐다. 전남이 강등 위기에 있었기 때문에 마음에 있는 것을 바깥으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했다. 선수로서의 마지막 목표는 전남의 강등을 막는 것이었다. 그런 순간을 다 끝내놓고 거취나 축구인생을 생각하고 싶었다.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운동에 욕심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 떠나는 것이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서나 지금까지의 시간을 더 아름답게 해줄 것으로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

-선수생활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힘겨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축구를 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축구를 했기에 지금의 이운재가 있고 많은 분이 사랑해줬다고 생각한다. 가장 아쉬운 일은 선수로서 은퇴하는 지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이 아프다기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2002 월드컵 당시 대표팀 선배였던 김병지, 최은성이 아직 선수로 뛰고 있는데.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고마운 선배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선배가 현역으로 계속했기 때문이다. 막내가 선배들보다 먼저 은퇴하지만 선배들은 필드에서 더 많은 것을 보여줬으면 하는 것이 자그마한 바람이다. 선배들이 있었기에 지금 후배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후배들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운재 하면 ‘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살과의 전쟁을 계속해왔는데 얼마나 힘들었나.

▲축구선수 이운재는 항상 체중 때문에 울고 웃었다. 그런 문제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 100%가 내게 주어졌다면 그런 노력과 준비가 덜했을 것이다. 항상 체중 때문에 문제 되다 보니 어떤 말을 하더라도 핑계가 된 것 같다. 나 자신이 체중에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지는 모르지만 그때도 살 때문에 계속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은퇴를 결심했을 때 가족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가. 가족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아내에게 ”이제 내려놓자, 그만하자‘고 얘기했다. 그러자 아내가 ’미안하다‘는 말을 해줬다. 나도 그 뒤에 한 말이 똑같았던 것 같다. ’미안하다‘, ’선수 때 더 잘했어야 했는데‘. 좋은 모습만 보여줬어야 했는데 아내에게 미안했다. 지금도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대표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

▲대표팀 생활을 오래 했고 월드컵을 네 번이나 밟았지만 성공의 맛을 보게 한 것이 2002한일월드컵이다. 그때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다만 죽기 살기로 해보고 이게 아니면 대표팀 떠나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런 마음으로 도전하다 보니 기회가 왔고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그때 이후 대표선수에 대한 기쁨을 맛보기 시작한 것 같다.

-후배들에게 경험에 빗대 해줄 수 있는 말이 있다면.

▲정성룡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는 것 보다 지키는 게 더 힘들다.’고. 대표선수 생활을 오래 하면서 후배들에게 ‘일인자가 됐을때 옆에서 누가 때리고 흔든다. 다른 선수가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또한 후배들에게 항상 앞으로 보면서 노력하면 언제든지 선택과 기회가 간다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다.

-추후 진로는 어떻게 되나. 수원 삼성의 코치로 간다는 얘기도 있는데.

▲모든 선수의 로망이 수원 삼성의 코치다. 모든 지도자가 다 탐을 낸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아무런 계획도 없고 수원과의 접촉도 없다. 어떤 결정을 내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도자로 나갈지, 공부를 할지 이런 계획을 이른 시일에 준비해서 결정해야 한다. 지금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 다만 축구를 했고 축구로 사랑받았기 때문에 운동장에 꼭 설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골키퍼로서 자신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축구를 하면서 가장 다행인 것은 큰 부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부상이 없어서 경기를 계속하고 훈련을 소화할 수 있었다. 후배들이 그런 얘길 하더라. 왜 몸쪽으로 가면 공이 안 튀어나오느냐고. 아마도 배에 살이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웃음). 다른 선수에 비해 다리 근력이 좋다 보니 골키퍼로서 좋은 장점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운재 하면 승부차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본인에게 승부차기란 어떤 것이었나.

▲승부차기에서 비법이라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말하고 싶은 것은 마음이 요동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기다려야 한다. 상대가 실수할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이다. 평정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승부차기를 후배들에게 가르칠 수는 없다. 선수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훈련은 10~20% 정도인 것 같다. 자기 마인드컨트롤과 상대에게 휘둘리지 않는 마음을 잡는 것이 높은 승률의 비결인 것 같다.

-골키퍼로 꿈을 키우는 어린 선수들에게 골키퍼의 매력을 말한다면.

▲스트라이커는 골을 넣는 매력이지만 골키퍼는 골을 잘 넣는 사람의 골을 막는 것이 매력이다. 남들이 모르는 골키퍼의 매력이 있다. 선방했을 때 희열을 많이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넣는 사람 있으면 막는 사람이 필요하다. 막는 것이 앞으로 많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은퇴식인데 눈물이 없는 것 같다.

▲은퇴를 결심하고 집에서 일주일 동안 울었다. 하지만 은퇴식에선 울지 말지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울고 싶지 않았다. 지금 열심히 참고 있다. 집에 가서 와이프와 붙잡고 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