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안 한 장기하, 새 자기소개서 들고 '공중부양'[인터뷰]
by김현식 기자
2022.02.23 18:16:59
22일 솔로 EP '공중부양' 발매
밴드 '장얼' 해체 후 첫 컴백
미니멀 사운드 특징 5곡 수록
"커리어 2기 시작점인 앨범"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장기하라는 뮤지션이 가진 중요한 정체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솔로 가수 돌아온 장기하는 10년간 몸담은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얼’)이 2018년 해체한 후 가진 공백기를 이 같이 표현했다.
고민 끝 내린 결론은 ‘내 목소리를 내 목소리답게 해주는 음악을 만드는 것’이었단다.
장기하는 23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결론을 내린 작년 초부터 앨범 작업을 시작했다. 무반주로 목소리를 녹음하고 거기에 어울리는 것들을 이것저것 붙여보면서, 대중가요로 인식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소리만 넣자는 생각으로 곡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전날 발매한 EP(미니앨범) ‘공중부양’이 그 결과물이다. 장기하는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아’를 비롯해 ‘뭘 잘못한 걸까요’, ‘얼마나 가겠어’,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다’ 등 5곡을 앨범에 실었다. 곡 작업은 서울을 떠나 파주에서 진행했다.
장기하는 “아침에 일어나 밥을 간단히 먹고 나서 차를 몰고 임진각 쪽으로 가곤 했다. 어쩔 땐 철원 방향까지 계속 갔다. 그러다 보면 멍 해지는 순간이 오면서 이따금씩 한 문장씩 떠오르더라”며 “지극히 현실적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을 멍하게 만든 다음 떠오른 문장과 생각들에서 출발해 곡 작업을 했다”고 돌아봤다.
‘공중부양’은 작정하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앨범이다. 전곡에 베이스 사운드를 아예 포함하지 않았을 정도다. 그래서 잡생각을 늘어 놓는 것 같으면서도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기도 한 묘한 가사를 랩처럼 내뱉는 장기하의 목소리에 더 집중하게 된다.
장기하는 “은연 중 ‘장얼’ 때와는 사운드 자체가 아예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렇게 작업하다 보니 처음부터 안 넣으려던 건 아닌데 밴드 활동 때 강조했던 베이스 사운드를 줄이다 못해 아예 빼버린 결과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나 은퇴한 거 아냐!” 장기하는 EP 발매에 앞서 먼저 공개해 컴백을 예고한 곡인 ‘2022년 2월 22일’에서 이 같이 외쳤다.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이 ‘너 음악도 그만뒀는데 이제 뭐 할 거냐’고 물어 ‘나 은퇴한 거 아냐. 2월 22일에 새 앨범 나와’라고 답했다는 에피소드를 주제로 만든 곡이다.
‘은퇴한 거 아냐?’라고 물을 정도로 장기하의 공백기는 꽤 길었다. 그런 만큼 ‘공중부양’은 장기하에게 의미가 남다른 앨범일 수밖에 없다.
장기하는 “밴드를 10년 하고 그만둔 후 커리어 2기를 어떻게 펼쳐나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공중부양’은 그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하긴 그렇고 2기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지금 이런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정도의 위치에 와 있습니다’라는 걸 듣는 분들과 향후 협업하게 될 아티스트들에게 알리는 자기소개 같은 개념의 앨범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창작 활동을 안 하는 비음악인 분들에게는 하루에 느끼는 여러 재미 중 하나가 됐으면 해요. 아티스트분에겐 ‘이 사람과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해주는 앨범이었으면 하고요.”
기지개를 켰으니 움직일 차례다. ‘공중부양’으로 ‘커리어 2기’의 시작을 알린 장기하는 올 한해 다양하고 활발한 음악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했다.
장기하는 “공백 기간 동안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를 일이 없었다. 노래방에도 가본 적이 없다. 주변 친구들이 이번 앨범 낸 뒤에 기자간담회도 하고, 방송 출연도 할 거라고 하니 놀라더라. 저 스스로도 ‘그래 맞아 내가 뭘 하던 사람이었지?’ 싶을 정도로 아직 컴백했다는 게 실감 안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공연을 비롯해 크고 작은 이런저런 활동을 할 계획이다. ‘장얼’ 때 싱글을 거의 내본 적이 없는데 신곡을 한 곡씩 자주 내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가창자, 프로듀서, 연주자, 영상 제작자 등 다양한 분들과 재미있는 작업들을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