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듀스 이현도 "음악과 힙합 문화 향한 열정 여전히 뜨거워"(인터뷰②)
by김현식 기자
2023.11.29 17:27:18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어느새 힙합은 안 멋져’라는 노래 가사가 힙합씬을 대변하고 있는 시대. 힙합의 멋을 다시 알리고자 기획한 인터뷰 코너입니다. 7번째 주인공은 이현도입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①편에서 이어집니다. 듀스(DEUX) 멤버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이현도(D.O)는 가요계와 힙합계 후배들의 존경을 동시에 받는 흔치 않은 뮤지션이다.
일단 가요계에서는 ‘히트곡 메이커’이자 ‘천재 프로듀서’로 추앙받는다. 그간 듀스 노래뿐만 아니라 룰라 ‘3!4!’, 유승준 ‘열정’, 지누션 ‘말해줘’, 디베이스 ‘모든 것을 너에게’, 김범수 ‘바보같은 내게’, 마이티마우스 ‘사랑해’ 등 수많은 인기곡이자 명곡들을 탄생시킨 바 있어서다.
힙합계에서도 영향력과 존재감이 대단하다. 듀스와 솔로 가수로 활동하며 힙합계의 토대를 다졌을 뿐만 아니라 힙합 문화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수많은 후배 뮤지션들과 협업하며 씬의 발전에 큰 힘을 보태왔다.
이현도가 2004년 ‘한국 힙합 올스타’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화려한 피처링 라인업을 자랑한 컴필레이션 앨범 ‘더 뉴 클래식… 앤드 유 돈트 스탑’(The new Classik… And You Don’T Stop) 앨범을 냈을 때, 버벌진트와 인피닛 플로우는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라는 곡으로 그의 업적을 칭송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이현도와 듀스 30주년에 관한 이야기를 마무리한 뒤 ‘프로듀서 이현도’로 인터뷰의 초점 영역을 변경했다.
-연예계에는 ‘현진영과 와와’로 활동하며 댄서로 발을 들였다.
△학창 시절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보며 충격을 받고 춤을 시작했다. 그땐 지금처럼 춤을 배우는 게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았다 보니 무작정 춤을 따라 췄고, 친구들이 제 춤을 보면서 감탄하는 걸 보는 게 즐거웠다. 돌아보면 ‘괴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동네에서 ‘이상한 춤추는 애’로 통하다가 일본에서 전학을 온 성재와 친해지게 됐고, 제가 성재에게 춤을 전염시킨 거다. (웃음). 댄스팀에 소속되어 있던 건 아니었고 성재와 함께 춤을 뽐내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던 게 ‘현진영과 와와’ 활동이다.
-힙합 음악에도 원래 관심이 많았나.
△어릴 때부터 힙합 음악도 좋아했다. 자타공인 힙합 1세대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AFKN(주한미군방송) 라디오를 들으면서 힙합 음악을 즐겨들었으니까. 어머니가 외국인학교 선생님이셨던 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하다. 그땐 힙합이란 단어나 스펠링도 제대로 모를 때였는데, 드럼 소리에 맞춰 가사를 읊어대는 음악이 마음이 와 닿았다. 아마 플래시 앤드 더 퓨리어스 파이브, 런 디엠씨 같은 이들의 음악이었을 거다. 인터넷도 없던, 음악을 힘들게 접하던 시대였기에 나만 아는 음악이라는 치기어린 뿌듯함 같은 걸 즐기면서 힙합 음악을 듣곤 했다.
-독학으로 작곡법을 터득해 듀스의 데뷔 앨범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다시 생각해봐도 놀랍다.
△겁이 없었다. 당시 ‘내가 음악을 만들어볼 테니 같이 팀을 만들어보자’면서 성재를 꼬신 뒤 구입한 신디사이저를 두들기면서 작곡에 도전했던 거다. 처음 만든 곡이 ‘너에게만’(현진영 발표곡)인데 당시 이수만 선생님이 ‘이거 진짜 네가 만든 노래 맞냐’면서 놀라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소위 입봉을 하고 나서부터 더 신나게 음악을 만들었던 것 같다. 듀스의 ‘나를 돌아봐’가 제가 작곡을 시작하고 나서 3번째로 만들었던 곡이다.
-그래서인지 이현도를 ‘천재 프로듀서’로 부르는 이들도 많다.
△기본적으로 제가 절대음감이긴 하다. 어릴 때부터 성가대 활동을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천재는 절대 아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정도는 되어야 천재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웃음). 소질은 분명 있었는데, 그걸 노력을 통해 발전시킨 것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작사 분야의 경우는 제가 유치원생 때부터 책 읽는 걸 좋아했던 게 도움이 많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학창시절에 음악과 국어는 공부를 아예 하지 않아도 항상 잘 나오곤 했다. 듀스 활동 땐 이동하면서 항상 뉴스위크 같은 잡지를 챙겨보곤 했고.
-음악 프로듀서로 본격 전향하겠다는 생각을 언제부터 하게 된 건가.
△듀스 3집을 준비할 때쯤 일종의 번아웃을 겪으면서 연예인 활동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한창 음악적으로 발전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크게 느낄 때이기도 했고, 한국에도 음악 프로듀서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했을 때라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당시 3집에 모든 걸 쏟고 성재는 솔로 가수로, 저는 작사, 작곡에 전념하는 프로듀서로 전향하는 듀스의 발전적 해체를 기획하게 되었던 거다.
-꾸준함도 돋보인다. 듀스가 30주년을 맞을 때까지 프로듀서로서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오지 않았나.
△‘음악 공장’처럼 곡을 찍어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알음알음 부탁을 받아서 외부 곡들을 쓰기 시작했던 것인데, 감사하게도 그 곡들이 기대 이상으로 큰 사랑을 받아서 지금까지도 의뢰가 꾸준히 들어오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의미에서 전 복받은 사람이다. 꾸준함의 비결로는 재미와 열정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전 지금도 음악을 만드는 일이 즐겁고, 재미를 느끼는 정도가 듀스 1집을 처음 만들었을 때와 같다. 예전처럼 패기 넘치고 과감하게 만들진 못하지만, 원숙해진 상태에서 음악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재미와 만족감이 있다.
-이현도가 만든 음악만의 색깔과 질감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공격적이고, 패기 넘치고, 힘 있고 단단한 음악이라고 해야 하나. 저의 성향이 어느 정도 반영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Dangerous)를 만든 음악 프로듀서인 테디 라일리(뉴잭스윙 장르 음악의 대가로 통한다.)의 음악을 들으며 저만의 사운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훗날 테디 라일리에게 그 얘기를 하니 기특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MKMF’(MAMA 어워즈의 전신) 듀스 헌정 무대 땐 축하 영상을 보내주기도 했고.
-트렌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려고 하는 편이고, 나와 전혀 맞지 않거나 접점이 없는 음악을 들을 때도 뭐가 좋은지를 찾으려고 한다. 그렇게 음악을 접하다 보면 확실히 깨닫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닫혀 있지 않으려고도 한다. 닫는 순간 ‘꼰대’가 되어버린다는 생각이라, 협업 부분에서는 항상 열어두려고 한다. 몇 년 전에는 트와이스 노래(SOS)를 작업하기도 했다.
-요즘 힙합계 분위기나 흐름을 어떻다고 보나.
△좋은 것만 보려고 한다. ‘얘는 왜 인기가 있을까’ 하는 식으로 요즘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접하고 있고, 후배들과의 협업 논의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일부 뮤지션들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인데, 그 외적으로 힙합계 자체는 냅두면 알아서 계속 잘 굴러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20대일 때도 ‘랩은 음악은 아니다’ ‘컴퓨터 음악은 죽은 음악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선배들이 많았다. 음악 잘 들었다고 칭찬해준 건 봄여름가을겨울, 윤상, 한상원 같은 형들 정도뿐인데, 그분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그때를 떠올리며 저도 항상 새로운 물결에 힘을 실어주는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측면이 있다고 해도, ‘그게 뭐 어때서’라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려고 한다.“
-음악 프로듀서로 앞으로의 활동 방향성은 어떻게 잡고 있나. 과거 힙합 그룹 디베이스를 제작한 적도 있었기에 제작에 대한 욕심이 남아 있는지도 궁금하다.
△일단 영감과 창의력이 고갈되지 않는다면, 음악 창작은 계속하고 싶다. 계속해서 힙합 문화 발전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싶기도 하다. 다만, 제가 제작자로서의 마인드나 소양까지 갖추고 있는 것 같진 않다. 축구로 치면 구단주가 아닌 감독 역할이 저에게 맞는 것 같다. 비지니스적인 측면을 떠나 어떻게 하면 음악을 잘 만들까에 집중하면서 프로듀서 활동을 해나가고 싶다. 목표 또한 ‘계속해서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다.
-내달 열리는 ‘뉴엑스 뮤직 페스티벌’ 출연을 앞뒀다.
△듀스의 30주년이라 큰마음을 먹고 출연을 결심했다. 듀스을 음악을 사랑해주신 분들께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듀스의 음악과 그간 제가 작업한 곡들을 엮은 디제잉 공연 형태의 무대를 선보이려고 준비하고 있다. 30주년을 맞은 올해 팬들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