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영광' 윤현민 "김수미 선생님께 연기의 방향·진심 배워"[인터뷰]②

by김보영 기자
2023.09.26 17:13:15

"父 떠나보내며 달라진 연기관…내적으로 성숙"
"내 모습 많이 보여야겠다…깨져도 도전하자 결심"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배우 윤현민이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에서 함께 호흡한 대선배 김수미로부터 연기를 향한 진심을 다시 한 번 배우고 되새긴 경험을 전했다.

윤현민은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개봉을 기념해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1일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가문의 영광: 리턴즈’(감독 정태원 정용기)는 잘 나가는 스타 작가 대서(윤현민 분)와 가문의 막내딸 진경(유라 분)을 결혼시키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는 장 씨 가문의 사생결단 결혼성사 대작전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배우 김수미와 탁재훈, 정준하를 주축으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다. 신현준과 정준호, 김정은 등이 출연해 당대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추억과 영광을 되새기기 위해 돌아온 리부트 작품이다. 2012년 ‘가문의 귀환’ 이후 11년 만에 돌아온 신작이다. 오리지널 캐스트인 김수미, 탁재훈, 정준하와 함께 시리즈의 새로운 얼굴로 유라와 윤현민이 출연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가문의 영광’의 스테디셀링 포인트라 할 수 있는 김수미표 욕, 코미디 연기의 대부분은 김수미가 즉석에서 직접 준비해온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김수미가 대본 리딩을 할 때 순간의 감정을 살려 실어낸 애드리브를 정태원 감독이 현장에서 대본을 고쳐가며 반영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현민은 “지금까지 연기하며 되게 놀랐던 지점”이라며 “리딩 때 그렇게 하시는 경우를 진짜 처음 뵀다. 사실은 제가 그날 리딩이 끝난 후 회식 때 선생님께 ‘선생님 덕에 연기관이 달라졌다’고도 말씀드렸다”고 감상을 털어놨다.

그는 “저도 선배님처럼 드라마가 됐든 영화가 됐든 대본리딩 때 베스트의 상태로 모든 것을 준비해가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렇게 받아들여줘서 고맙다 말씀하셨다”며 “선생님께선 ‘나는 연기하는 게 너무 즐겁다. 첫 리딩날이 소풍가기 전날처럼 설레 잠을 못 잤다’고 하시더라. 그 부분이 저에겐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많이 배웠고 앞으로 제가 배우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부친상이라는 개인적인 슬픔을 겪으며 달라진 연기관도 고백했다. 윤현민은 “작년 기준으로 조금 제 인생관이 바뀌었다”며 “아버지가 떠나시기 전까지 약 2년간 일을 못했다. 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내려 했다. 그 과정에서 한 아들이나 남자로서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내적으로 성숙해질 시간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예전에는 작품을 하나 놓고 그 다음 작품은 장르물을 할까, 로코물을 해야 할까 이런 식으로 좀 다양한 장르를 고려해 극을 선택했다면 지금은 최대한 많이, 관객들에게 혹은 시청자들에게 나의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깨지더라도 많이 하자, 어떤 연기를 하면 호평을 받을 수도 있고 깨질 수도 있겠지만 그 경험 역시 제게 살이 될 테니까요.”

윤현민은 “그렇게 경험치가 쌓이다보면, 마흔 살을 넘어섰을 때 제가 꿈꿔온 모습 앞에 한 발짝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쉬지 않고 일하며 뭐가 됐든 보여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진심을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하나를 끝내보고 나니 관객분들의 티켓값이 아깝지 않게 연기해야겠다는 중압감도 들고, 사람으로서 한 단계 성숙한 기분이 든다”며 “과거엔 배우로서 개인의 욕심만 있엇는데 이번 작품 덕분에 좀 더 주변의 스태프, 제작사들과 다 함께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폭넓은 시야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첫 스크린 주연 신고식을 마친 윤현민은 오는 10월 18일 호러 장르의 옴니버스식 영화 ‘괴담만찬’으로 또 한 번 관객들을 만난다. 짧은 출연이지만, 이 작품 역시 손꼽아 개봉을 기다려온 애정어린 영화라고. 윤현민은 “제가 참여한 시간적 분량은 10분 정도인데 그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며 “제안이 오면 무조건 해야지 생각으로 참여했다. 그간 왜 개봉이 안 될까 기다렸는데 때마침 10월에 연달아 선보일 수 있어 겹경사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지금으로선 최대한 저라는 사람을 많이 보여드리는 게 목표예요. 다양한 작품, 플랫폼을 오가며 가리지 않고 연기해 언젠가는 연기력 좋은 배우로 받아들여지길 바라죠. 요즘은 30대 초반 때를 떠올리면 ‘내가 왜 이리 거울을 많이 봤지’ 이불킥을 하게 돼요. 지금의 저는 그런 것들이 이제 눈에도 안 들어와요. 배우니까 배우답게 연기만 잘하고 싶어요.”

한편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지난 21일 개봉해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