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만약애]'4할 타율'도 떨게한 가을 야구의 부담감
by정철우 기자
2012.10.17 22:55:25
| SK 이호준(오른쪽)이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7회 1사 1,3루서 포스 파울 플라이를 친 뒤 결과도 확인하지 않은 채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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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SK 4번타자 이호준은 올시즌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스로 투수에게 무척 강했다. 타율이 무려 3할9푼4리나 됐다. 거의 4할대 타율이었던 셈이다.
통상적으로 우타자는 옆이나 밑으로 던지는 타자에게 약하다. 자신의 등 뒤에서 공이 날아오는 듯 한 느낌 탓에 공을 제대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호준은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전에는 욕심이 앞섰는데 올해는 가볍게 가운데(중견수 방향)쪽으로 보내는데 집중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답했다.
이호준은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플레이오프 2차전서 경기를 매조지할 수 있는 찬스에서 아쉽게 물러났다. 4-4 동점이던 7회말 1사 1,3루서 포수 파울플라이에 그치고 말았다.
4-1로 앞서던 경기서 7회초 3점을 한꺼번에 내주며 동점이 된 경기. 7회말 곧바로 점수를 뽑았다면 살짝 넘어간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 수 있었다. 오히려 SK 승리엔 더 큰 힘이 될 수 있는 찬스였다. 그러나 이호준은 그 한방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상대 투수는 사이드암스로 김성배였다. 올시즌 3타수2안타로 절대 우위를 보였던 투수다. 어쩌면 시즌 때 처럼 ‘가운데만 보고 가볍게’ 쳤다면 최상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호준은 잔뜩 힘이 들어간 상태였다. 큰 것을 노린 정도는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외야로 타구를 보내겠다는 지나친 의식이 좋은 타격에 오히려 방해가 됐다.
초구 몸쪽 직구를 몸을 일찍 열며 받아쳤지만 방망이 중심을 외면한 타구는 맥 없이 포수 머리 위로 뜨고 말았다.
이호준은 두 번째 기회마저도 살려내지 못했다. 4-4 동점이던 9회 2사 2,3루. 이호준의 한방이면 경기는 그대로 끝이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상대는 김성배였고 또 한번 초구를 노려 쳐 봤지만 가운데 높은 직구에 포인트가 빗나가며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이 경기만 잡았다면 SK는 여유있게 플레이오프를 마감하고 체력적으로도 안정된 상황에서 한국시리즈를 꿈꿀 수 있었다. 팀 맏형 격인이호준은 그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 1년 내내 마음 비우 타격으로 최고의 성과를 냈던 그이지만 팀의 물러설 수 없는 1승 앞에선 어쩔 수 없이 욕심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큰 경기, 가을의 야구라는 건 그만큼 오묘하고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