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호수비 덕? 함께 만든 결과다

by정철우 기자
2014.08.08 13:57:50

류현진이 8일(한국시간) 애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경기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LA 몬스터’ 류현진(27.LA 다저스)이 등판하는 날, 누가 그의 도우미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늘 관심이 모아진다. 야구는 결코 혼자 힘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빼어난 투수도 타선의 도움 없이는 승리투수가 될 수 없다. 수비수와 함께 호흡해야 하는 것 또한 물론이다.

류현진은 8일(이하 한국시간) 에인절스타다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경기서도 동료들의 도움을 등에 업고 편한 투구를 할 수 있었다.

타선에선 핸리 라미레즈의 공이 컸다. 0-0이던 3회 1사 만루서 중전 적시타로 2타점을 올리며 에인절스의 기를 꺾었다. 올시즌 만루에서 특히 약했던 다저스였기에 그의 적시타는 더욱 빛이 났다.

수비에선 더 큰 힘을 받았다. 잇단 도움으로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4-0으로 앞선 6회, 선두타자 콜린 카우길의 타구는 3-유간 깊은 곳을 향했다. 유격수 미겔 로하스가 잘 잡아 1루에 던졌지만 판정은 세이프. 간발의 차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판정이 미심쩍었던 심판진은 오피셜 리뷰를 통해 이 판정을 뒤집었다. 첫 타자 아웃. 타순이 1번 아이바로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호수비였다.

류현진은 아이바에게 볼넷을 내준 뒤 트라웃을 잡아냈지만 푸홀스에게 2루타를 맞으며 2,3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거포 해밀턴에게 가운데 담장으로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다. 하지만 이번엔 야시엘 푸이그가 껑충 뛰어 오르며 이 공을 잡아내 이닝과 위기를 모두 끝냈다.

이 뿐 아니었다. 로하스는 3회와 4회에도 안정적인 수비로 쉽게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줬다.

절친인 유리베도 4회 알버스 푸홀스의 직선타구를 점프캐치하며 도움을 줬고 6회엔 추가점까지 만들었다. 실로 많은 선수들이 여러 찬스와 위기에서 빛을 낸 경기였다.

류현진 경기에 도우미들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류현진의 투구가 갖는 영향력과 배려가 쌓이며 만들어진 필연적 결과다.

류현진은 수비수를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는 투수다. 말을 많이 하거나 친절을 베풀어서가 아니다. 야수가 편하게 집중하도록 만드는 투구 패턴을 갖고 있다. 볼을 남발하며 쓸데 없는 시간을 끌지도 않고 2사 이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난데 없이 위기를 맞는 경우도 드물다. 야수들이 원하는 투수의 이상형에 가까운 투수다.

한화 야수들은 류현진이 나오는 날은 꼭 이기고 싶어했다. 그가 에이스로서 지고 있는 무게감이 어느정도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수가 나와도 좀처럼 남 탓을 하지 않던 류현진의 마음도 그들에게 전달됐었다.

그건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미국 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류현진은 여전히 군더더기 없이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지고 있다. 그렇다고 힘이 떨어지거나 대충 던지는 것이 아니다. 공 하나 하나에 모두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게 말 없이 통한 마음은 도우미들이 맘 껏 야구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