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유해진 "김고은=메시, 최민식=히딩크…난 진행자 역할"[인터뷰]②

by김보영 기자
2024.02.26 15:31:05

"이도현 나이는 어린데 진지해…듬직해서 좋더라"
"앞으로 나아가려면 뒤에서 밀어주는 캐릭터도 필요"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파묘’ 유해진이 장재현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첫 오컬트 장르에 도전해본 소감과 자신이 분석한 ‘영근’ 캐릭터의 쓰임새와 미덕을 전했다.

유해진은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의 개봉을 기념해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2일 개봉한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의 장재현 감독이 5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한국의 무속신앙, 풍수지리, 음양오행론 등 전통적인 소재를 활용한 새로운 결의 오컬트 미스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파묘’는 개봉 첫 주말인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196만 3554명, 누적 관객 수 229만 9706명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말을 앞둔 목요일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의 개봉주 주말 스코어 149만 4226명, 개봉주 누적 관객 수 187만 7123명을 뛰어넘는 스코어로 K-오컬트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다.

유해진은 ‘파묘’에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 무속인 화림(김고은 분), 봉길(이도현 분)과 함께 활약한 장의사 ‘고영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근은 고인의 유골 앞에 예를 갖추는 대한민국 최고의 장의사다. 극에서 주된 활약을 펼치는 상덕과 화림, 봉길과 비교하면 평범한 인물이지만, ‘영근’으로 분한 유해진의 연기는 긴장감 있게 휘몰아치는 ‘파묘’의 스토리 전개에 잠시나마 긴장을 풀어주는 숨쉴 구멍으로 소소한 웃음을 안긴다.

유해진은 영근 캐릭터에 대해 “관객의 입장이었던 거 같다. 극 중 최민식 선배님이 묘를 파자고 하지 않나. 영근은 관객의 마음으로 ‘왜 또 굳이 이래야 하나’, 다른 인물들에 비해 한 발 짝 사태에서 물러난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런 시각이 필요했던 것 같다”며 “그래야 이야기가 진행이 될 것 같더라. 어떻게 보면 영근은 이 영화에서 진행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관객들이 궁금해할 만한 것을 대신 물어주고 입장을 대변해주는 캐릭터다. 상대적으로 현실과 더 맞닿아있는 캐릭터였다”고 해석했다.



‘파묘’는 개봉 이후 극의 주요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일제강점기 활약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로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관을 운반하던 운구차의 차량 번호와 극 중 인물들이 탄 차량의 번호가 ‘0815’, ‘0301’, ‘1945’ 등 항일운동과 연관된 날짜를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조명받으며 ‘항일 오컬트 영화’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해진은 “나도 영화를 찍다가 알았다. 감독님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 인물들의 이름이 독립운동가 이름이라 해서 ‘아 그랬구나’ 싶었다. 관객분들도 참 많은 요소들을 봐주셨떠라. 그런 역사와 연관된 요소들을 보고 찾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파묘’에서 굵직한 굿 퍼포먼스들을 표현해낸 후배 김고은을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대살굿 할 때 김고은 씨를 보는데 어우, 미치도록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참 독하게 잘 해내더라. 최민식 선배님 말씀처럼 내가 봐도 김고은이 ‘파묘’의 메시 같았다”고 극찬했다. 또 “최민식 선배는 김고은 씨의 말처럼 ‘파묘’의 히딩크 같은 존재가 맞다”고도 강조했다.

‘봉길’ 역의 이도현에 대해서도 “도현이는 민식 선배님께 받은 인상과는 완전 반대였다. 민식 선배님이 첫 인상에 비해 엄하지 않으셨던 반면에 우리 멤버 중 도현이가 나이는 가장 어린데도 무게감이 있었다. 진지하고 믿음직스러운 구석이 있더라”며 “완전 듬직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직접적인 활약이 돋보였던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범하고 현실적이었던 영근 캐릭터의 특성이 아쉽게 느껴지진 않았을까. 오히려 유해진은 “어느 작품이든 누군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뒤에서 그를 밀어주는 캐릭터가 함께 있어야 한다. 저는 이번에 영근이 딱 그만큼의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거기에서 저도 함께 날았다면 아마 이야기가 그렇게 잘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말 그대로 진행자의 역할이다. 옳은 방향으로 뒤에서 밀어주고 끌어주는 안내자의 역할”이라며 “뒤에서의 조력자 같은 느낌이었다. 다른 작품에서 튀어야 하는 캐릭터를 맡았다면 거기서 눈에 띄는 연기를 했을 것이다. 나는 이번 ‘파묘’에서 맡은 역할도 좋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