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 야구팬에서 프로야구 수장 된 정운찬 전 국무총리

by이석무 기자
2017.11.29 16:05:57

KBO 이사회가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제22대 KBO 총재로 추천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열렬한 ‘야구팬’으로 잘 알려진 정운찬(70) 전 국무총리가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어갈 새로운 수장을 맡게 됐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9일 2017년 제 4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12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구본능 총재의 후임으로 정운찬 전 국무총리를 제 22대 KBO 총재로 총회에 추천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KBO는 조만간 총회를 개최해 총재를 선출하고 이를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총회를 통과하면 KBO 총재로서 2018년 1월 1일부터 3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를 이끌게 된다.

정운찬 총재 추천자는 대단한 야구광을 널리 잘 알려져있다. 라디오 특별 해설자를 맡고 야구 기록지를 직접 작성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한다. 미국 프린스턴대 박사 과정 유학시절 메이저리그 야구에 빠져 졸업이 2년이나 늦어진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정운찬 총재 추천자는 한 인터뷰에서 “초등학교 4학년 때 동네형들과 함께 야구를 하면서 외야 플라이볼을 잡은 뒤 야구에 대한 소질이 있다고 여긴 것이 지금까지 야구와 함께 하게 된 계기다”며 “나중에 경기중학교 감독님으로부터 ‘야구를 하는 것보다 공부하는 것이 낫겠다’는 말을 듣고 선수를 포기했지만 이후에도 야구 경기에서 펼쳐지는 순간들이 우리의 사는 모습과 너무 닮아 점점 더 빠져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운찬 총재 추천자는 과거 서울대 총장 시절에도 메이저리그 7대 커미셔너였던 바틀릿 지아마티가 예일대 총장을 지냈다는 점을 들어 “서울대 총장을 그만두면 KBO 총재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야구를 주제로 한 ‘야구예찬’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프로야구는 시즌 중 100경기를 훨씬 넘게 치르기 때문에 승리와 패배는 항상 존재하고 선수들 역시 추락과 반동을 거듭하며 한 해를 버텨낸다. 오늘 이기든 지든 시즌은 계속된다.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이라고 야구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정운찬 총재 추천자는 두산 베어스의 열렬한 팬으로 유명하다. 서울대 재학 시절 상과대학 동창회장이었던 고 박두병 OB(현 두산) 회장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것이 인연이 됐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OB의 연고지가 고향인 충청도였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역시 같은 두산 팬인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와 관중석에서 함께 응원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운찬 총재 추천자는 야구계 현안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단순히 경기를 즐기는 것을 넘어서 구장 임대 문제, 선수 연봉의 양극화, 연고지의 대도시 편중 등 야구 현안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래서 KBO 안팎에서는 총재 후보로 오래전부터 거론돼왔다.

정운찬 총재 추천자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에서 석사를,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에 모교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2002년 제23대 서울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는 국무총리로 일했다.

역대 KBO총재 가운데 정치인 출신은 15대와 16대 총재를 지낸 신상우 총재 이후 처음이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정치인 출신 총재가 낙하산 형태로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영구 총재(17, 18대), 구본능 총재(19~21대) 등 기업인 출신들이 총재를 맡아왔다.

하지만 KBO가 자발적으로 정치인 출신을 총재로 추대한 경우는 정운찬 총재 후보자가 처음이다. 정운찬 총재 후보자의 야구에 대한 애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프로야구계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