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이제동, 프로게이머 은퇴 선언… `택뱅리쌍` 시대 저물다

by김병준 기자
2016.11.02 16:46:25

(사진=이제동 페이스북)
[이데일리 e뉴스 김병준 기자] ‘폭군’이라는 별명으로 저그 종족을 이끌어 온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이제동이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동의 소속팀 ‘Evil Geniuses(EG)’는 1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폭군의 끝: 이제동 은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EG는 글을 통해 “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를 이뤄낸 스타크래프트2 선수 이제동이 공식 은퇴한다”라고 발표했다.

소속팀의 공식 발표 뒤 이제동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오랜 기간 몸담았던 프로게이머 생활이 드디어 끝났다”면서 “e스포츠에서 활약했던 이제동을 잊지 말길 바란다. 항상 응원해 준 팬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작별을 고했다.

이제동은 4일부터 5일까지 양일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게임 페스티벌인 블리즈컨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제동이 유니폼을 입고 팬과 만나는 건 이번 행사가 마지막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그를 주 종족으로 하는 이제동은 2006년 상반기 르카프 오즈에 입단하면서 프로게이머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첫해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알린 이제동은 이듬해인 2007년 EVER 스타리그(개인리그)에서 송병구(프로토스)를 3 대 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그는 첫 번째 본선진출에서 우승을 거둔 ‘로열로더’로서 스타크래프트의 역사를 새로 썼다.



또 이제동은 2008년 곰TV MSL 시즌4에서 로열로더 후보였던 김구현(프로토스)을 제압하며 양대 리그 제패라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2009년 바투 스타리그, 박카스 스타리그에서 2회 연속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이윤열(테란), 박성준(저그)과 함께 스타리그 3회 우승을 상징하는 ‘골든 마우스’를 거머쥐었다. 당시 이제동은 첫 우승 이후 610일 만의 골든 마우스라는 최단 기록과 함께 최연소 기록도 동시에 갈아치웠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대회의 종목을 ‘스타크래프트2’로 바꾼 뒤 ‘8게임단’ 소속으로 활약하던 이제동은 2012-2013 프로리그를 앞두고 해외팀 EG-TL에서 1년간 임대 선수로 경기에 나섰다.

이후 EG 팀으로 적을 옮긴 이제동은 월드챔피언십시리즈(WCS) 아메리카, WCS 글로벌 파이널 등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하며 북미 리그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13년 이제동은 에이수스 ROG 토너먼트-노스콘에서 사샤 호스틴을 4:2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제동은 올해 GSL 등 한국에서 진행되는 리그의 예선에 출전했으나 시즌1에서는 본선 격인 코드S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2 예선은 참가하지 않았다.

한편 이제동의 은퇴로 스타크래프트 팬에게 상징적인 존재였던 ‘택뱅리쌍(김택용, 송병구, 이제동, 이영호)’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앞서 김택용(프로토스)은 2013년 9월, 이영호(테란)는 2015년 12월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제 송병구만이 삼성 갤럭시의 플레잉 코치로 남았다.
(사진=이제동 트위터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