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 없이 권총으로만 ‘은메달’…51세 튀르키예 명사수에 이목 [파리올림픽]

by이재은 기자
2024.08.02 11:36:01

사격 혼성 공기권총 10m 경기서 은메달
헤드폰형 귀보호대 등 장비 착용 안 해
과거 헌병대서 부사관으로 근무한 이력
2001년 사격 시작…5번째 올림픽 참가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공기권총 10m 혼성전에서 세볼 일라이타 타르한(24)과 함께 은메달을 딴 튀르키예 선수 유수프 디케츠(51)가 장비를 걸치지 않고 경기에 임하던 모습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혼성 공기권총 10m 금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의 다미르 미케츠(40)와 튀르키예의 유수프 디케츠(51)가 경기하고 있다. (사진=X 갈무리)
튀르키예의 타르한, 디케츠는 30일(현지시간)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혼성 공기권총 10m 금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의 조라나 아루노비치(37)-다미르 미케츠(40)를 상대로 14-16으로 져 은메달을 획득했다.

타르한, 디케츠는 1~8세트까지 세르비아를 앞서며 10포인트를 얻었지만 9~11세트를 내주며 격차가 벌어졌다. 이후 12~13세트에서 포인트를 따내며 격차를 벌렸지만 15세트에서 포인트를 획득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디케츠의 사격 장면이 공유되며 누리꾼들의 열띤 반응을 얻었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미케츠와 디케츠가 한 장면에 담긴 경기 영상 캡처 사진의 조회수가 1033만회가 넘기도 했다.

실제로 디케츠는 이날 경기에서 흐릿하게 보이는 것을 막아주는 렌즈, 총성 소음을 차단하기 위한 헤드폰 모양의 귀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격했다. 권총을 제외한 다른 장비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그의 귀에는 손가락 한 마디 길이의 형광색 귀마개만이 꽂혀 있었다.



30일(현지시간)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사격 혼성 공기권총 10m 금메달 결정전 중 주어진 휴식 시간에서 튀르키예의 유수프 디케츠(51)가 함께 조를 이룬 세볼 일라이타 타르한(24)과 코치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사진=AP통신)
현지 언론 ‘튀르키예 투데이’는 보호장비 없이 사격하는 디케츠의 여유로운 모습이 전 세계적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1일 보도했다.

튀르키예 투데이에 따르면 디케츠는 1일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들과의 귀국 인터뷰에서 “우리는 8500만명의 응원을 받고 올림픽에 나섰고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며 경기 결과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편안함을 추구하고 본래의 재능을 발휘하고 싶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은 너무 많은 장비에 적응하는 것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IOC 누리집에 나와 있는 디케츠의 프로필 중 ‘사격 시작 이유’에 대한 내용도 공유되고 있다. IOC 누리집에는 디케츠가 2001년부터 사격 대회에 출전했으며 “헌병대 사령부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뒤 사격을 시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4년 사격 세계선수권 남자 25m 속사권총에서 1위를 기록한 디케츠는 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에서 활약했지만 그간 4번의 올림픽에서는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그는 이번 5번째 올림픽 참가로 은메달을 따내며 튀르키예에 첫 번째 사격 메달을 안기게 됐다.